[손배] "변호사 사무실 직원의 체포영장 등사신청 거부 위법…국가가 배상하라"
[손배] "변호사 사무실 직원의 체포영장 등사신청 거부 위법…국가가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2.09.17 08: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변호사에 직접 신청 요구 잘못"
경찰관이 변호사가 직접 등사신청을 할 것만을 요구하면서 직원의 체포영장 등사신청을 거부한 행위는 변호인의 체포영장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을 침해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9월 13일 이 모 변호사가 "경찰의 위법한 등사거부로 변호권이 침해됐다"며 국가와 경찰관 윤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2010다24879)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윤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정평 소속 변호사이던 이씨는 2009년 2월 24일 장 모씨가 '2008년 6월 27일경 서울 시청역 앞 촛불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탄 차량을 오토바이로 막아섰다'는 내용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같은 날 오후 5시 30분경 장씨가 체포되어 있는 남대문경찰서로 갔다. 이씨가 장씨를 접견, 장씨가 이씨를 변호인으로 선임할 의사를 밝혔으나, 담당 경찰관은 변호인선임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에 기재된 장씨의 혐의사실 부분에 대한 등사신청을 거절했다. 이 변호사는 등사신청 이전에 체포영장의 혐의사실을 보여달라고 해 열람은 했다.

이에 그 다음날인 2월 25일 이 변호사의 지시를 받은 정평 직원 김 모씨가 남대문경찰서에 가서 신분증과 변호인선임서를 제시하고 장씨의 체포영장에 대한 등사를 신청했으나 담당 팀장인 윤씨가 '변호사가 직접 와서 신청하라'고 하면서 등사를 거절, 이 변호사가 소송을 냈다. 장씨는 이날 오후 10시경 석방됐다.

재판부는 "담당 경찰관은 원고가 장씨의 변호인으로서 그 사무실 직원인 김씨에게 체포영장의 등사를 위임하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고, 만약 위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위임장 등 별도의 서면이 필요하였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팩스 등을 통하여 서류의 보완을 요구할 수도 있었음에도, 원고로 하여금 직접 등사신청을 할 것만을 요구하면서 등사신청을 거부한 행위는 변호인인 원고의 체포영장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소속 공무원의 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거기에 법령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고 밝혔다.

원심 재판부는 또 "변호인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체포영장에 대한 등사신청권을 행사함에 있어 변호인 본인이 직접 수사기관에 신청해야 한다"는 피고 주장에 대해, "반드시 신청권자 본인만이 체포영장의 등사신청을 해야 하는 것으로 제한하는 아무런 근거규정이 없고, 체포영장과 같은 소송서류의 열람 · 등사청구는 신청권자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 내지 사자가 신청권자를 대신하여 청구한다고 하여 그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어서 특별히 신청권자 본인으로 제한할 필요성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은 윤씨의 등사거부행위는 위법하지만,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거부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소송규칙 101조는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체포 또는 구속된 피의자,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나 동거인 또는 고용주는 긴급체포서, 현행범인체포서, 체포영장, 구속영장 또는 그 청구서를 보관하고 있는 검사, 사법경찰관 또는 법원사무관 등에게 그 등본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