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출신 이석우 카카오 대표"법률 공부하며 익힌 균형감각 도움"
변호사 출신 이석우 카카오 대표"법률 공부하며 익힌 균형감각 도움"
  • 기사출고 2012.07.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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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변호사 하며 보안, 대외협력 등 CEO 수업수평문화, 고객가치 경영으로 모바일 사업 선도
"법률 공부를 하면서 익힌 균형감각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항상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며 대비하는 훈련을 받아 왔으니까요."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46)는 기업의 사내변호사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후 CEO가 된 변호사 출신 경영자다. 미국변호사가 되어 IBM, NHN에서만 사내변호사로 12년 넘게 근무했다. 로펌 근무를 합치면 변호사 경력이 약 15년에 이른다.

IBM, NHN서 근무

이 대표는 "한국에선 변호사를 하다가 비즈니스로 빠지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 로스쿨 졸업생 중엔 비즈니스 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고 소개했다. 또 "로스쿨의 커리큘럼 자체가 기업법무를 중시하고, 기업 마인드, 비즈니스 마인드를 길러주는 방향으로 짜여져 있다"며, "한국의 로스쿨도 이런 데 더욱 신경을 써 변호사들이 기업체로 보다 활발하게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내변호사 제도가 발달한 미국엔 사내변호사가 되어 기업체로 진출하는 변호사도 많고, 또 이 대표처럼 사내변호사로 활약하다가 아예 CEO가 되어 성공한 사람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면서 법무는 물론 보안, 감사, 대(對) 국회 및 대 정부 관련 업무 등 기업활동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며, "이런 경험이 카카오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합류

지난해 8월 1일자로 부사장으로 카카오에 합류해 11월부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 대표는 메시징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엔 카카오톡이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인 보이스톡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이동통신사 등과 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직접 참가하기도 한 이 대표 주장의 골자는 요금체계에 따른 서비스 차단은 몰라도 통화품질을 떨어뜨려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는 것. 이 대표는 "고의로 통화품질을 떨어뜨려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의 품질이 원래부터 안 좋다고 인식하도록 조장하고 있다"며, "보이스톡 통화가 일단 연결되면 요금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피해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게임 서비스 예정

◇이석우 카카오 대표
보이스톡 서비스에 이어 조만간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할 예정인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일종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단순한 메시징 서비스를 넘어 여러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커다란 장(場)이 되게 하겠다는 것. 물론 이런 전략과 비전을 추구하는 데 이 대표가 사내변호사 등으로 활약하며 십 수년간 닦아 온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대표가 말했다.

"법만 달달 외워 잘 안다고 훌륭한 사내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예요. 비즈니스를 알아야지요."

그는 "사내변호사의 클라이언트라고 할 수 있는 회사 내의 직원들이 문제가 생겼다며 고민을 털어 놓을 때, '이건 무슨 법 때문에 되고, 이건 무슨 법 때문에 안 된다'는 식으로 예스(yes), 노(no)로 대답하는 것은 쉬운데, 아마 이런 대답은 10점짜리 정도의 답밖에 될 수 없을 것"이라며, "클라이언트가 사내변호사에게 원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대안 제시가 가능하고,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하면 가치있는 조언(advice)를 제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그의 이력을 들춰 보면, 그가 사내변호사로서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가늠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는 또 법무에서 시작해 보안, 감사, 대외관계, 해외업무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혀가며 회사 경영의 노하우를 하나씩 익혔다. 말하자면 오랫동안 사내변호사로 활동하며 경영수업을 쌓은 '준비된 CEO'가 이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Lewis & Clark 로스쿨 우등졸업

미국의 오레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Lewis & Clark 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포틀랜드에 있는 로펌에서 2년간 조세 분야의 변호사로 경험을 쌓은 이 대표가 한국IBM의 사내변호사로 입사한 것은 1999년 2월. 이어 2004년 5월 NHN으로 옮기기까지 5년 넘게 IBM에서 법률자문역으로 활약한 그는 "IBM은 IT의 근간이 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취급하는 보기 드문 회사"라며, "IBM에서 IT에 관한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마워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
특히 IBM은 법무부서에서 관장했던 보안업무가 매우 발달한 회사여서 이때 경험한 보안업무가 인터넷기업인 NHN 등에서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 얼마 전부터 회원 정보 유출 등 보안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 인터넷 업체 등의 시스템 보안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IBM 보안업무 발달

이 대표는 IBM에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일반 법무업무는 물론 노사문제, 공정거래 등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또 2004년 1월부터는 IBM의 아시아 · 태평양 본부의 수석변호사가 되어 아 · 태 본부 경영진에 대한 법률자문과 함께 이 지역의 IBM 협력사들 사이의 법률문제 해결에도 관여했다.

2004년 5월 그는 NHN의 사내변호사가 되었다. IT기업에서 인터넷 서비스기업으로 옮긴 것이다. 이어 법무 외에 감사, 보안, 대외협력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업무영역을 넓혀갔다. 보안 쪽은 IBM에서의 경험을 살려 이 대표가 직접 조직을 짜고 시스템을 구성해 발족시켰다. 이름도 경영정책 담당 이사. 얼마 안 있어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해외사업개발 담당을 거쳐 2010년 1월부터는 1년 반 정도 NHN의 미국법인 대표를 맡아 본격적으로 CEO업무를 수행했다.

이어 지난해 7월 1일자로 한게임 대외협력그룹장을 맡아 NHN 본사로 복귀했으나 이내 카카오로 옮겨 모바일 서비스를 앞장서 개척하고 있다.

NHN서 김범수 의장 만나

"사람 인연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NHN의 단독대표로 있을 때 이사로 합류했는데, 카카오에서 다시 김 의장과 함께 일하게 되었으니까요."

이 대표는 "내 인생에 도움을 준 사람이 여럿 있다"며, "내가 참 인복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 대표는 2주일쯤 지나 김 의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NHN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역임한 김 의장은 이 대표에 앞서 NHN의 미국 법인장을 맡아 미국으로 갔다가 NHN을 떠나 카카오를 설립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이 함께 일 할 생각이 없느냐고 이 대표에게 제의, 제의를 받은 지 이틀만에 가겠다고 알리고 다음 주부터 곧바로 카카오로 출근했다고 이 대표가 설명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
"회사를 옮기는데 딱 1주일밖에 안 걸렸는데 그만큼 빨리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김 의장과 함께 하면 뭐라도 잘될 것 같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죠."

1966년생 동갑

이 대표와 김 의장은 1966년생 동갑으로, 이 대표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김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왔다. 대학은 생일이 빠른 이 대표가 2년 먼저 들어가 선배가 된다. 이후 김 의장은 한게임을 만들어 NHN의 대표를 맡고, 이 대표는 신문기자가 되었다가 다시 미 로스쿨을 나와 미국변호사가 되어 돌아왔는데, NHN에서 만나 본격적인 인연을 쌓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아무 생각 없이 김 의장과의 인연만으로 카카오에 합류한 것은 아니었다. IBM에 이어 NHN에서 IT와 인터넷사업을 경험한 변호사 출신 경영자로서 김 의장이 구상하는 모바일 서비스에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같이 일하자고 했을 때 '뭐 갖고 돈 벌 거냐'고 물어 보았어요. 김 의장이 이제는 모바일이라며 이 분야에서 제대로 된 산업을 만들어 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죠. 그는 특히 통신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체 등 관련 업체와의 공생을 얘기하며 모바일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24시간 내내 온라인 상태

실제로 이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니 모바일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얼른 실감이 갔다. 컴퓨터 혁명을 몰고 온 PC는 그 앞에 앉아 있어야 비로소 온라인이 되고, 떠나는 순간 오프라인으로 되돌아가는 데 비해 모바일은 24시간 내내 온라인 상태여서 카카오의 플랫폼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이 대표는 "무슨 서비스를 먼저 플랫폼에 올려야 할 지 고민할 정도"라며, "모바일 게임에 이어 소셜커머스, 쇼핑 모델 등도 개발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사내변호사를 거쳐 최고경영자에 오른 이 대표가 카카오를 이끄는 경영철학은 무엇일까.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value)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어요. 가치를 준다면 고객은 따라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이석우 카카오 대표
그는 "결국 고객이 주인"이라며, 고객가치 경영을 강조했다. 하나 더 든다면 이미 카카오의 고유한 직장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 카카오엔 사장실이 따로 없고, 직원들이 직급이나 '님'자를 붙이지 않고 친구처럼 서로 이름을 부르며 소통한다고 한다. 직원들이 이 대표를 부를 때도 이 대표의 영어 이름인 '비노(Vino)'가 전부다.

이 대표는 "직급이나 '님'자를 붙이게 되면 위계질서가 생겨 분위기가 딱딱해진다"며, "카카오의 수평문화가 창의력과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입자 5000만 돌파

이 대표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6월 초 전 세계 가입자가 50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의 전 직원은 180명. 지난해 초 25명에 불과했으나, 가입자가 늘고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1년만에 급격하게 직원이 늘었다. 카카오는 특히 유능한 개발인력 확보를 위해 위치기반서비스업체와 소셜커머스 운영업체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도 적극 구사하고 있다. 또 최근엔 중국의 인터넷기업인 텐센트와 국내 온라인게임 개발업체인 위메이드로부터 모두 9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카카오가 연일 뉴스를 터뜨리고 있다.

920억원 투자 유치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변호사 출신 CEO 이석우 대표가 맹활약하고 있다.

이 대표의 성공은 첫 변호사를 배출한 한국의 로스쿨, 로스쿨 출신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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