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이전트의 법적 과제
스포츠 에이전트의 법적 과제
  • 기사출고 2004.12.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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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 변호사]
탐 크루즈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삶과 열정을 보여준 영화로 유명하다. 그 영화에 나오는 “내게 돈을 보여줘요(Show me the money)”라는 대사는 스포츠 에이전트와 선수와의 관계의 단면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김용섭 변호사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와의 신뢰관계 속에서 선수 혼자라면 확보할 수 없었던 부가수입을 높이는 등 선수의 경제적 보상을 위해 헌신하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박찬호 선수의 성공의 배후에 있는 에이전트의 활약상과 박세리 선수를 후원하여 성공적 스폰서쉽 효과를 거둔 삼성과 박 선수의 매니지먼트를 대행하게 된 IMG의 활약상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미래 유망직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늘어가고 있다.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법률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고, 계약서와 계약법의 내용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계약조항을 누락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는 것도 모르고 사인을 하거나 날인함으로써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프로 선수가 구단이나 대기업 등에 입단하면서 선수계약을 체결하거나 연봉계약, 이적계약 또는 방송출연계약, 스폰서계약등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선수의 상품가치를 높이거나 인지도를 높여 선수에게 최대의 이익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선수의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스포츠 에이전트가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선수를 대리하여 정당한 계약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상업적 프로 스포츠의 영역에 있어서 스포츠 에이전트는 불가결한 제도로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는 문화와 경제의 긴장관계에 놓여있다. 스포츠가 순수하게 문화의 영역에 남아 있는 한, 국가의 법적규제는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스포츠의 경제적 측면이 부각되는 오늘날 이해관계의 충돌을 스포츠 내재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적 규제의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논의되는 상황은 스포츠의 프로화 내지 상업화의 경향과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점차 스포츠에 있어서 아마추어리즘의 신화는 깨지고 있으며, 스포츠 영역이 자율적 영역에만 머물지 못하고, 국가적 법에 의한 개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스포츠 에이전트가 활동할 수 있는 현실 여건이 충족되어 있지도 아니하고, 스포츠 에이전트에 관한 적절한 법적 규율도 미흡한 실정이다. 축구의 경우 FIFA 공식 에이전트가 시험을 치러 선발하지만 해당 국가의 공법적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변호사법이나 직업안정법이 스포츠 에이전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에는 변호사가 1인의 선수를 대리할 수 있도록 규약이 개정되었지만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프로리그의 경우 통일계약서 등으로 인하여 에이전트의 활동은 한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아직 스포츠 에이전트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초기단계에서 곧바로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하여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우선 에이전트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 환경조성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속에 양질의 에이전트를 교육하고 양성하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체육대학의 대학원과정에서 스포츠에이전트를 위한 과정을 개설하여 스포츠 법, 계약법 등 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함과 아울러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등에 협상론이나, 스포츠법 분야의 강좌를 개설하여 스포츠법 전문가 내지 스포츠 에이전트를 양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스포츠 에이전트 협회등 통합기구도 시급히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 협회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에이전트 윤리규약을 제정하여 이를 철저히 시행하는 것이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최대의 문제는 선수를 돈으로만 생각하는 지나친 상업주의의 폐해와 선수의 희생하에 이루어지는 에이전트의 부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선수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활약여하에 따라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에이전트의 조언은 선수의 생명을 조기에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를 시험 등에 의하여 선발하는 방식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종목별로 에이전트를 두는 방향으로 나가되, 이를 통합하여 일괄 교육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중기적으로 스포츠 에이전트 협회 차원에서 스포츠 에이전트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거나 축구의 경우처럼 스포츠 종목에 따라 에이전트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고, 스포츠 에이전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프로 선수협의회에 등록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프로 선수 협의회에서는 스포츠 에이전트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여 선수들이 이를 활용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법률을 제정하여 공인된 국가자격증으로 스포츠 에이전트의 자격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선수와 스포츠 에이전트간의 이익상충문제, 징계사유, 수수료의 상한제 등에 관하여 상세한 법적 규율을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를 위해 충실히 맡겨진 업무를 처리하여야 하기 때문에 선수의 이익과 충돌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스포츠 에이전트의 자격과 책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스포츠 에이전트의 운용을 점검하고, 각 프로 스포츠 영역에 따라 프로 스포츠 단체의 자치적인 규율로 스포츠 에이전트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면서 실험적 운영을 거친 후에 입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한국스포츠법학회 감사 · 법학박사(yskim@aram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