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연수원 운영 맡은 신영무 변호사 "기업법무 연수 등 강화할 터"
변호사연수원 운영 맡은 신영무 변호사 "기업법무 연수 등 강화할 터"
  • 기사출고 2009.05.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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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강좌 검토, 로스쿨 출신 변호사 연수 방안 강구"일선 변호사들, 로펌 경영 노하우 변호사연수 접목 기대
"변호사 연수, 변호사 재교육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요. 변호사들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신영무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의 신영무 대표변호사가 지난 3월 대한변협의 변호사연수원장이 됐다. 그는 국내 굴지의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의 설립자로, 국내 로펌업계를 개척한 주인공 중 한 사람으로 더 유명한 변호사다. 2년여 전 후배인 김두식 변호사에게 경영대표(managing partner) 자리를 넘기고 세종의 공동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서울 순화동의 세종 사무실에서 만난 신 원장은 "변호사들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업무 수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변호사들도 연수나 재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전문성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수요자인 일반 시민이나 기업체를 위해서도 변호사가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의 수준이 더욱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크다"고 변호사들에게 전문성 강화를 거듭 주문했다.

58차례 특별연수 실시

변호사연수원은 1만명이 넘는 전국의 개업변호사를 상대로 일종의 재교육을 담당하는 변협 산하기관이다. 1997년 3월 설립됐다. 지난 4월 18일 실시된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법 연수'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특별연수만 58차례 실시했다. 약 1만2000명의 변호사가 분야별 전문강좌로 구성된 연수과정을 이수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신 원장은 특히 로스쿨 개원과 임박한 법률시장의 개방 등 재야법조의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연수원장으로 취임, 더욱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변호사들의 전문화와 국제화를 강조하는 김평우 변협 회장의 부탁으로 변호사연수원의 운영을 맡게 됐다는 후문이다.

신 원장은 "지난 2월 변협 회장에 당선된 김평우 회장이 여러 좋은 아이디어를 내며, 재야법조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자는 생각으로 중책을 맡게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예일대 증권법 박사 출신

신 원장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잠시 판사로 근무한 후 유학을 떠나 예일대에서 증권법에 관한 연구로 법학박사(S.J.D.) 학위를 받았다. 뉴욕주 변호사자격도 갖추고 있다. 변호사들은 세종을 설립해 발전시켜 온 그의 로펌 경영의 노하우가 변호사 연수제도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미 2009년도 특별연수 계획을 마련한 그가 올 변호사 연수에서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대목은 기업법무 처리능력의 강화.

키코소송 등 연수에 포함

신 원장은 6월에 실시될 예정인 '기업법무 연수'를 일선 기업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기업체변호사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내용으로 중점 편성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사내변호사의 역할과 임무는 물론 기업회계의 기본원리와 키코소송 등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파생상품 관련 분쟁, 도산법 등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강좌 등이 연수내용에 포함될 예정이다.



신 원장은 또 등기, 특허 등 지적재산권, 세무기장 등에 관한 내용을 연수프로그램에 포함시켜 이들 분야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이 필요한 지식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이들 분야는 특히 변협 차원에서 변호사의 중요 업무의 하나로 중시하는 대목이어 변호사들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엔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들이 관련법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이들 업무를 둘러싼 직역충돌 양상도 없지 않아 신 원장의 연수 강화 계획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신 원장은 "등기, 특허, 세무 등도 원래 변호사들이 수행해 온 전통적인 업무의 하나"라며, "변협과 의논해 변호사연수원이 실시하는 이 분야에 관한 특별연수를 마치면, 변호사들이 그 같은 내용을 홍보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소홀히 해 왔던 분야를 좀 더 충실히 서비스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자는 취지"라고 선을 그으며, 더 이상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전일제 집중강의 방식 운영

올 들어서만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법 연수 등 이미 세 차례 특별연수를 실시한 변호사연수는 하루 날을 잡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집중강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에는 서너 차례로 나눠 1주일 단위로 진행하기도 했으나, 지방에 상주하는 지방변호사들의 연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전일제 집중강의 방식으로 바꿔 진행하고 있다. 변호사연수원에 따르면, 매 연수 당 300명 안팎의 변호사가 수강하고 있으며, 그 중 3분의 1 가량은 지방변호사들이라고 한다. 3월 21일 서울법원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2008년도 주요판례 해설 연수'엔 344명이 참가했다.



신 원장은 "연수내용은 물론 연수시간 등 변호사연수와 관련된 여러 내용을 수강변호사들의 연수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려고 한다"며, "시간과 비용 절약을 위해 인터넷 강좌의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연수원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강좌가 활성화되면 지방변호사들의 연수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어 신 원장이 특히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1년 단위로 계획을 짜 운영하는 특별연수를 넘어 변호사연수의 장기 발전방향에 대해 물어 보았다. 신 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이미 상당한 검토를 끝낸 것처럼 보였다. 그는 "전용 연수 공간의 마련과 미국 로스쿨의 LL.M. 과정과의 연계 등을 장기 발전과제로 추진할 생각"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신 원장은 특히 "미국의 경우 반덤핑, 금융, M&A, 파산 등 분야별로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이 상설화 돼 가동되고 있다"며, "우리도 변호사 수가 늘고 있는 만큼 이런 방향으로 변호사 연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변호사협회(ABA) 등에선 세미나 등 연수결과를 집대성한 법률저널도 분야별로 상당한 수준으로 발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선 분야별 법률저널 발행

또 하나 신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주변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는 사안은 3년 후 현실화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연수 방안. 사법시험-사법연수원 구조 대신 로스쿨-변호사시험 체제로 변호사양성 시스템이 바뀌는 만큼 변호사연수도 이에 따라 한층 강화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아직 변호사시험법 등 새로운 법조인력 양성제도에 관한 구체적인 모습이 확정되지 않은데다 변협 차원에서 먼저 제도적인 방침이 서야 할 사안"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로스쿨을 나온 새내기 변호사가 변호사로 개업하기 전에 연수를 받을 필요가 있다면, 변호사연수원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의 사례 등을 조사해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영국의 경우 로펌에서도 신참변호사들에게 변협의 연수를 받게 하고 있으며, 연수기간 중엔 일종의 시보기간으로 보아 급여도 줄여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법연수원 경험 참조

신 원장은 또 "신참변호사들에 대한 연수를 실시할 경우 기존의 경력변호사에 대한 연수와는 내용 등이 달라질 것"이라며, "사법연수원의 경험을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27년째 법무법인 세종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그는 "좋은 인재를 영입해 꾸준히 전문화를 추구해 온 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경험이 변호사연수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글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ㅣ 사진 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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