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회 이병화, IHCF 조대환 회장 인터뷰
한사회 이병화, IHCF 조대환 회장 인터뷰
  • 기사출고 2016.12.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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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이 기업 경쟁력 사내변호사가 첨병 맡는다"

기업체에서 근무하는 변호사 즉, 사내변호사가 얼마나 될까. 대한변협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약 3200명의 한국변호사가 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2만 명이 넘는 전체 등록변호사의 15%가 넘는 규모로, 여기에 외국변호사 사내변호사를 더하면 4000명을 훨씬 넘고 5000명도 더 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사내변호사단체인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에 가입해 회원으로 활동하는 외국변호사 사내변호사만 1000명이 넘기 때문이다. 사내변호사들은 또 법무와 컴플라이언스 등 전통적인 영역은 물론 기획, 영업 등 다양한 부서로 진출하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한국의 양대 사내변호사 단체인 한국사내변호사회(KICA, 한사회)와 IHCF 회장을 나란히 인터뷰해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사내변호사들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국 사내변호사만 3200명

"인사관리, 심지어 영업팀 직원으로도 변호사를 뽑고 있어요. 은행의 PB로 변호사 출신을 뽑는 것을 보았는데,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본인에게 또 다른 경력개발이 될 수 있죠. 고객 입장에서도 변호사 자격을 가진 직원이 상품을 소개할 때 더 신뢰를 느끼지 않겠어요."

◇한사회 이병화(좌) 회장과 조대환 IHCF 회장
◇한사회 이병화(좌) 회장과 조대환 IHCF 회장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인 이병화 3M 상무는 "변호사가 법무만 하려고 하니까 (취업 등)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라며 "다른쪽으로 진출하면 더 밸류가 생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의 역할이 꼭 법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며 "변호사 지식을 활용해서 법무가 아닌 다른 쪽에서 클 수도 있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IHCF 조대환 회장도 최근의 사내변호사 증가의 한 유형으로 기획과 영업 등 비법률 분야 진출을 들었다. 실제로 삼성에선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일반직원으로 채용, 법무팀이 아닌 일반직무에 투입하고 있으며, 변호사 출신의 현업 부서 배치는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를 포함 4년째 변호사 출신을 일반직원으로 뽑은 삼성 관계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회사에서 역량을 잘 발휘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삼성에 채용된 변호사 출신 일반직원들은 주로 계약서 작성 · 검토 · 관리, 계약 클레임 대응 및 라이선스 기술료 협상, 하도급법 준수 방안 수립 및 실행, 계약 관련 리스크 파악 및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투자 관련 준법 교육, 제도수립 등 준법 관리 실무와 구매 프로세스, 시스템 개선 등의 업무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설명대로라면 삼성에 입사한 변호사 출신 일반직원들은 법무팀이 아닌 일반 부서에 배치되어 일하지만 법무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물론 법무나 컴플라이언스가 아닌 일반 부서로 진출한 변호사들도 기업체 변호사 즉, 사내변호사이고, 1690명에 이르는 한사회 회원 중엔 그런 회원들도 적지 않다고 이병화 회장이 덧붙였다.

한사회 회원 1690명

"이 분들에게도 문은 열려 있습니다. 변호사가 법무가 아닌 영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법률지식이나 법조에 대한 갈증 같은 게 있을 수 있고, 또 법률분야의 트렌드 등을 업데이트해서 나중에 법률 쪽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한사회는 그런 분들을 위해서도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변호사로서의 정체성 같은 것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데, 한사회 활동 등을 통해 계속해서 변호사업계에서 멀어지지 않고 그러다가 법무로 가겠다, 소송 하겠다 그럴 수 있고, 한사회가 교육이나 정보, 변호사들과의 네트워킹 기회 제공 등 사내변호사들을 위한 울타리, 쉼터와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이병화 회장)

조대환 회장은 또 사내변호사 역할과 관련, 전통적인 법무와 컴플라이언스 외에 인 · 허가권을 쥔 정부를 상대하는 대관(對官) 업무도 사내변호사들이 수행할 수 있는 법률 관련 업무(legal affairs)로 분류하고, 규제가 늘어나는 등 사내법무의 수요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옛날에는 어떤 사안을 놓고 수동적으로 법적으로 가능하다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없다 이런 거만 따지다가 이제는 리스크를 검토하고 문제를 파악해서 정책과 제도, 절차(policies & procedures)를 만드는 방향으로 컴플라이언스의 개념이 발전하고 있어요."

규제 늘며 법무 수요 확대

조 회장은 "한마디로 법률이 서포트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며 "기업을 더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게 법무"라는 표현으로 최근의 달라지는 모습을 설명했다.

◇이병화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
◇이병화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

이병화 회장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종래의 사내변호사 업무가 계약서 검토, 소송관리 등 회사를 방어(protect)하는 역할에 비중을 두었다면 지금은 한걸음 더 나아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는 적극적인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문제가 생긴 다음에 비로소 법무팀이 관여했다고 한다면, 지금은 프로젝트 기획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해서 그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예상되는 법률적 장애가 무엇인지를 미리 검토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그런 역할과 기여가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어요.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친구가 변호사를 많이 뽑는데도 왜 이렇게 법무팀에서 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던데, 지금은 매번 모든 의사결정에서 법무팀의 리뷰를 받아야 하는 등 사내법무의 역할과 시스템이 바뀌고 있습니다."

외부 로펌은 할 수 없어

이 회장은 "회사가 위험에 빠지지 않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하는 역할, 궁극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사내변호사가 해야 한다"며 "그런 역할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외부에 있는 로펌은 할 수 없고, 사내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최근 기업경영의 화두라고 할 수 있는 윤리경영, 준법경영을 위해 사내변호사들이 첨병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문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는 "윤리경영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말도 했다.

"과거에는 윤리경영이라는 게 우리 비즈니스하면서 나쁜 짓 하지 않는다, 이런 정도의 컨셉이었다면 지금은 윤리경영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그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었어요. 어떤 문제 하나 때문에 멀쩡하던 기업이 망가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소비자들은 또 조금 돈을 더 내더라도 굿컴퍼니에서 만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어요. 이 회사는 믿을만한 회사야, 그러면 그것은 어느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광고효과, 경쟁력으로 연결되죠. 윤리경영,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잘하는 게 마케팅 포인트라고 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법무와 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내변호사의 역할과 존재의의가 크다고 봐요."

이 회장은 "경영자들에게도 뭐 하나 걸리면 한방에 훅 간다는 마인드가 형성되면서 윤리경영, 준법경영이 최대의 리스크 관리로 떠오르고 있다"며 "법무 수요가 늘고 기업들이 앞다퉈 사내변호사를 채용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내변호사 5000명 활동 추산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내변호사가 5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올 정도로 사내변호사가 급증하는 것이 외부의 자문사인 로펌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혹시 사내변호사가 로펌의 일감을 빼앗아간다고 소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조대환, 이병화 두 회장의 의견은 전혀 달랐다. 사내변호사와 로펌은 서로 협력하는 관계, 상생관계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조대환 IHCF 회장
◇조대환 IHCF 회장

"보수적인 사람 중엔 사내변호사가 늘어나면 외부에 있는 변호사들의 시장이 잠식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전에는 파악되지 않았던 리스크가 사내변호사가 투입되어 일을 하면서 비로소 파악되고 외부 로펌에 자문을 의뢰하는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회사의 법무 수요를 회사 자체 내에서 수행해야 할 것과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으로 나눈다면 사내의 법률영역은 원래 사내에서 해야 할 부분이고, 외부에서 해야 될 거는 사내변호사가 리스크를 챙기면서 과거에 비해 더 늘어날 수 있어요. 옛날에 없던 시장이 새로 만들어지는 건데, 사내변호사가 오히려 사외변호사 시장을 창출하는 더 큰 역할을 하지 않나 싶어요."(조대환 회장)

이와 함께 최근 사내변호사 세계에서 나타나는 주목할 현상 중 하나는 로펌 변호사로 있다가 사내변호사로 옮기고, 사내변호사로 경력을 쌓은 후 다시 로펌에 가서 법률실무를 담당하는 로펌과 사내변호사의 순환근무가 부쩍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사내변호사로 있다가 로펌으로 복귀하는 후자의 모습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GM대우 워터스, 김앤장 복귀

김앤장에서 외국변호사로 활동한 후 한국IBM 상임법률고문(부사장)을 거쳐 GM대우의 법률고문(전무)으로 10년 넘게 활동한 데이빗 워터스(David M. WATERS) 미국변호사가 다시 김앤장에 복귀해 올해부터 자문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의 심희정 변호사도 사내변호사 출신으로, 그녀는 세종, 김앤장에서 금융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법무팀장으로 근무한 후 2013년 11월 지평의 변호사가 되었다. 또 판사 출신인 세종의 유성훈 변호사는 법무법인 서정을 거쳐 4년간 동양그룹 법무실장으로 활약한 후 2012년부터 세종에서 다시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대환 회장은 "사내변호사와 로펌의 순환근무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과 로펌에 모두 그런 자원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굉장히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로펌과 기업에게 모두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로펌에서 의견서를 받아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왜 이렇게 부각을 해서 많이 할애했는지 의구심을 가질 때가 있어요. 이런 부분을 좀 짚어 줘야 하는데, 경영진이 원하는 것은 이런 부분을 분석한 현실적인 솔루션인데, 이론적인 거만 계속 얘기하고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죠. 하지만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다 보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회사의 실무를 알게 되고, 실제적인 리스크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굉장히 유리해요. 로펌의 장점과 사내변호사의 경험이 결합되면 시너지가 크겠죠. 사내변호사의 로펌행이 계속될 것으로 봐요."(조대환)

로펌 근무하다 기업체행

이병화 회장은 또 "전에는 판, 검사 출신을 데려다가 일종의 바람막이로 쓰려는 기업도 없지 않았지만, 법무실장, 법률고문(General Counsel)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그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로펌에서 기업법무의 경험을 축적한 로펌 변호사를 GC로 채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화, 조대환 회장 모두 로펌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후 사내변호사가 된 로펌 출신이며, 이 회장은 특히 법무법인 양헌에서 오랫동안 3M에 자문하다가 2008년 3M이 법무팀을 법무지원본부로 확대하며 본부장을 맡아 부임했다.

사내변호사가 늘어나고 역할이 확대되고 있지만, 한국 사내변호사 제도의 발전을 위해 보완되어야 할 대목은 없을까. 이병화, 조대환 두 회장은 공통적으로 1년, 2년의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젊은 사내변호사의 신분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처우개선을 강조하고, 경영진 등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더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내변호사가 소신 있게 기업 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분이 안정되어야 해요. 많은 사내변호사들이 1년, 2년 단위로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하고 있는데 그런 신분으론 오너의 요구나 다른 힘의 논리에 의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쉽지 않아요."

옮기고 싶은 법조 직역 1위

이병화 회장은 또 "아직도 사내변호사를 별도의 집단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많고, 대체적으로 회사 경영진의 사내변호사들의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 적은 것 같다"며 "시스템 상으로 법무의견에 대한 뒷받침이 약한 회사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조 직역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사내변호사가 변호사들이 가장 옮기고 싶어 하는 직역으로 선정되는 등 사내변호사에 대한 평가는 매우 고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병화 회장은 사내변호사 제도의 발전과 관련, "사내변호사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사내변호사의 중요성이 인식되면 기업들도 사내변호사에 대해 더욱 가치를 두게 될 것이고, 다른 기업의 사내변호사가 전무다 부사장이다 이런 것을 보고 저렇게들 활용하는구나 하고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사내변호사들이 더욱 역량을 키워야 하고, 한사회도 역할을 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대환 회장은 또 "사내변호사의 역할이 좀 더 창의적(creative)이고 선제적(proactive)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며 "단순한 법률조언자가 아니라 회사의 정책을 결정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