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키워준 90대 유모 내쫓지 말라"
"날 키워준 90대 유모 내쫓지 말라"
  • 기사출고 2023.12.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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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구조공단, 자식보다 유모 편 든 부친 등 우수사례 발표

부친이 과거 자신의 유모였던 90대 여성을 위해 오피스텔을 매입해 살게끔 하였으나, 40대 아들이 오피스텔의 등기명의가 자신에게 있음을 내세워 이 여성을 내쫓으려다가 법원 판결에 의해 좌절되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인정되어 법원이 오피스텔의 실소유주는 부친의 유모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이상주)는 최근 A가 B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 항소심에서 A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유지했다. 

90대 중반의 나이로 치매를 앓고 있는 B는 A의 부친인 C가 어릴 때부터 C의 집에 살면서 유모일과 집안일을 돌봐왔다. B는 나이가 들면서 C의 집을 나와 기초생활수급자로 폐지를 주워가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를 딱하게 여긴 C는 2014년 23㎡(7평) 크기의 오피스텔을 매입해 B가 거주토록 했다. 다만, 소유 명의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을 통해 아들인 A로 해두었다. B가 사망하면 자연스럽게 아들에게 넘겨주기 위한 의도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12월 7일 '2023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 발표대회'를 열었다. 이종엽 이사장(앞줄 가운데)이 법률구조 우수사례 발표대회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12월 7일 '2023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 발표대회'를 열었다. 이종엽 이사장(앞줄 가운데)이 법률구조 우수사례 발표대회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는 2021년 돌연 B를 상대로 오피스텔을 비워주고 그동안 내지 않았던 임차료의 일부인 1,300만원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A는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과 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오피스텔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식보다는 자신을 잘 돌봐준 유모 편에 섰다. C는 B를 위해 성년후견인을 자처해 선임되었고, 또한 이 사건과는 별개로 아들 명의로 오피스텔이 등기된 것에 대해 무효라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을 진행했다.

다행히 해당 오피스텔 매매당시의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실을 증언했다. 1심 재판부는 "오피스텔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C"라며 A의 청구를 기각했고,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이종엽)은 12월 7일 경북 김천혁신도시내 공단 본부에서 이 사건이 포함된 '2023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 발표대회'를 열었다. 이 사건 외에도 ▲아파트 단지 내 환풍구 추락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 사례 ▲택시탑승 중 폭언에 노출된 어린이에 대한 '정서적 아동학대' 인정 사례 등이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발표됐다. 또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법률문제에 대한 상담사례와 주택 · 상가건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소송없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한 조정사례 등이 발표됐다.

이종협 이사장은 "공단은 사회 · 경제적 취약계층의 권리구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법률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