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Law] 독일 특허소송에서의 침해금지명령과 불균형한 비례성의 고려
[IP Law] 독일 특허소송에서의 침해금지명령과 불균형한 비례성의 고려
  • 기사출고 2023.12.0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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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불구 금지명령의 예외 인정 거의 없어"

독일의 특허소송에서 특허권 침해로 판결되면 지금까지는 독일 법원이 거의 자동적으로 침해금지처분의 신청을 승인하여 왔다. 그러나 2021년에 개정된 독일 개정 특허법은 침해금지처분에서 침해자 또는 제3자에 대한 비례성의 고려를 명시적으로 포함하면서 특허권자의 침해금지청구권을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제139조 제1항), 법원 실무에서 비례성이 얼마나 고려되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정 특허법은 2016년 독일 연방대법원의 유명한 열교환기 판결(X ZR 114/13)에서 설시된 내용을 성문화하며, 제3자의 이익에 대한 관점을 추가한 것이다. 침해금지 가처분은 침해행위를 적시에 중지시킴으로써 특허권자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반면에 침해자에게는 사업에 광범위한 손상과 영향을 초래한다.

UPC 소송에 독일 판결 중요

최근 출범한 유럽통합특허법원(UPC)에서의 소송에는 독일 법원의 판결 실무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그 반대로의 실무적 영향도 동일할 것이다. 현재 많은 독일 판사들이 UPC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독일에 위치한 UPC 지역법원으로서 특히 뮌헨과 만하임 법원은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따라서 독일에서의 침해금지명령의 실무 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다가오는 UPC 소송에서의 실무를 예측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봉돈 변리사(좌), Tilman Müller-Stoy 외국변호사
◇최봉돈 변리사(좌), Tilman Müller-Stoy 외국변호사

먼저 특허법의 개정에 의해 독일의 소송 실무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법 시행 이후의 주요 판결부터 살펴본다.

제3자의 이익과 불균형한 비례성의 판단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판결 사례(2022.7.7. 선고 4c O 18/21)는 C형 간염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인 소포스부비르(Sofosbuvir)에 관련된 것이었다. 원고인 특허권자는 특허권에 따른 약품을 제조 · 판매하지 않았기에, 특정 환자 그룹에 대해서는 동등한 치료 효과를 가지는 대체 약품이 없었다. 피고가 관련 특허를 가지고는 있었으나 원고의 특허보다 우선일이 늦은 것이었다. 피고는 원고의 특허에 대한 이의신을 하였으나 무효화에는 실패하였고, 이어서 원고가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였다.

재판부는 침해금지처분이 특정 환자 그룹에 큰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에 근거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금지명령을 내렸다. 판결에서는 제3자의 이익을 판단함에 있어서 침해자인 피고의 태도를 제외할 수는 없다고 하였으며, 이는 피고가 침해소송이 제기되고 대략 1년이 지난 이후에야 강제실시권의 승인을 요청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해당 소송을 신속절차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피고가 주장하는 제3자인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어려움에는 피고의 책임이 있다고 한 판시로 해석된다.

동일한 지방법원의 다른 사례(2022.9.21. 선고 4b O 23/22)에서는 얇은 관의 형태를 가지는 의료용 소재인 카테터(catheter)에 대한 침해금지명령이 쟁점이 되었다. 카테터는 심혈관과 비뇨기를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병의 치료 또는 수술시에 인체에 삽입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침해자는 카테터에 대한 법원의 금지명령이 내려지는 경우에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 등에게도 새로운 카테터를 선택하여 그 사용을 익혀야만 하는 적응 기간이 강제되고, 이는 제3자에게 불균형한 정도의 어려움을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불편함이 금지명령에 의해 유발되는 전형적인 영향을 넘어서는 정도의 곤란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며 침해금지를 명령하였다.

제3자 이익의 특허법 도입 배경

제3자의 이익을 고려한 불균형한 비례성의 고려는 특허법의 개정 과정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쟁점 중 하나였다. 법 개정 이전의 독일 법원의 입장은 일반적으로 금지명령에 의한 구제의 청구에서 제3자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독일 특허법 제24조가 규정하는 강제실시권의 획득이 공익의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써 우선시되므로, 특허권자의 금지청구권을 제한하고 침해자에게 사용 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앞의 판결들을 살펴보면, 특허법 개정 이후에도 강제실시권을 승인받지 않은 경우라면 사실상의 실시권에 해당하는 금지명령의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독일 법원의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제3자 이익을 고려한 예외적 조치는 강제실시권 규정에 대하여 보조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다.

금지명령의 예외와 강제실시권

이와 달리 개정 특허법 제139조 제1항의 금지명령의 예외 규정은 제24조에 규정된 강제실시권과 서로 다른 효력을 가지는 상이한 성격의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제24조의 강제실시권은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 사항으로서 특허권자로부터 실시권을 받으려는 노력이 성공하지 못한 경우에 특허법원에서의 소절차를 통하여 강제적으로 사용권을 부여받는 제도인 반면, 제139조 제1항의 금지명령의 예외규정은 개별 사례에서 금지명령 구제를 일시적으로만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지명령에 대한 제한은 개별 사례의 조건에 따라서는 강제실시권보다 영향이 적을 수 있으므로, 이 두 개의 제도가 병행하여 존재하면서 제3자의 이익이 고려될 경우 차별화된 결정을 내리는데 적용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독일 법원이 이러한 견해를 채택한 사례가 있지는 않다.

FRAND Nokia가 Oppo를 상대로 제기한 통신기술 분야 특허침해소송(뮌헨 지방법원 2022.8.5. 선고 21 O 8879/21, 21 O 11522/21)은 표준필수특허(SEP)에 의거한 금지명령에 대하여 비례성의 반박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의 일부였다. Oppo는 특허권자인 Nokia가 해당 기술을 직접 실시하지 않는 비실시 기업이면서도 표준특허 기술의 독점적 사용을 시도하고 있고, 해당 특허권은 기술적으로 복잡한 통신 제품의 전체 구성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만 관련되는 것이므로 이에 기반하여 전체 제품을 금지하는 명령은 침해자에게 불균형한 경제적 어려움을 발생시키는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뮌헨 지방법원은 특허권자가 비실시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불균형한 비례성 반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Nokia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직접 경쟁하지는 않더라도 통신설비 공급과 라이선스 제공을 통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특허권자가 FRAND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면 불균형의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추가적인 사정이 없이는 특허법 제139조 제1항이 침해자에게 방어권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시하였다. 표준특허의 사용자에게는 FRAND 조건에 따르는 라이선스 계약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므로 침해소송에서 이러한 비례성의 반박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시로 해석된다.

더불어 Oppo가 특허권자인 Nokia의 라이선스 제안에 대해 취하여 온 태도가 FRAND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선언한 자발적 실시자(willing licensee)에 부합하지 않음이 지적되었다. Oppo가 라이선스 취득의 기회를 이용하지 않고 1년여간 특허권을 대가의 지불 없이 이용한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침해품은 복잡한 기술로 구성된 제품이며 특허는 이 제품에서 작은 구성에만 관련된다는 Oppo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러한 사실 자체가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일부 이해 당사자들의 특정한 기대 또는 희망적 생각과는 달리, 독일 특허침해소송에서 특허법 개정에 의한 유의미한 실무적 변화가 확인되지는 않는다. 독일 법원이 가집행이 가능한 금지명령을 거의 자동으로 승인하는 실무적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불균형한 비례성의 반박은 매우 드물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성공할 것이라고 상정하는 것이 합당하겠다.

불균형 반박을 통한 방어전략

불균형의 반박을 통한 방어전략의 대안으로는 독일 연방특허법원(FPC)에서 강제실시권의 부여를 성공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불어 침해소송 피고의 관점에서는 독일의 개정 특허법이 제공하는 훨씬 더 강력한 지원수단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개정 특허법에 따르면, 연방특허법원은 침해 주장된 특허에 대하여 제기된 무효소송이 피고에게 송달된 이후 6개월 이내(송달은 통상 1~2개월 소요)에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예비적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전략적 방어 도구는 무효소송을 조기에 제기하는 것이겠다.

UPC가 독일 법원의 실무적 태도를 따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UPC의 초기 판결 사례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경쟁 기업들 사이의 생명과학 특허소송에서 UPC 뮌헨 지방법원은 금지명령의 집행을 위한 담보제공의 요구 없이 소송 개시후 약 3개월만에 침해금지 가처분을 승인했다. 이 사안에서 환자의 제3자 이익과 복잡한 제품의 작은 부분이라는 주장을 포함하는 불균형한 비례성의 반박이 제기되었으나, 뮌헨 지방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을 고려할 때, 독일 특허법의 개정 이후에도 독일과 유럽은 다른 회사의 특허를 침해하는 기업에게는 매우 위험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만약 침해소송의 피고가 된다면 가처분이나 영구적 침해금지 명령을 피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무효 공격을 포함한 방어전략의 수립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침해금지명령의 가처분 신청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보호서면의 사전적 제출이 필요하다.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소송과 협상에서 균형추가 되어줄 수 있는 자체적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확보하여 놓는 것이겠다.

최봉돈 변리사, Eva Metzger 외국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Dr. Tilman Müller-Stoy 외국변호사

◇Dr. Tilman Müller-Stoy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범유럽 IP 로펌인 BARDEHLE PAGENBERG에 재직중인 파트너 변호사로, 특허소송, 중재, 라이선싱 등 IP 제반 분야에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