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성 대표된 이호원 전 법원장"내 역할은 시멘트…최대한 시너지낼 것"
법무법인 지성 대표된 이호원 전 법원장"내 역할은 시멘트…최대한 시너지낼 것"
  • 기사출고 2008.04.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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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지재권 보완…기업법무 'one-stop 체제' 지향"
법원의 고위직 법관 인사를 앞둔 지난 2월 초.

◇이호원 대표변호사
이호원 서울가정법원장이 사표를 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법무법인 지성 등 여러 로펌에서 이 원장을 영입하려고 앞다퉈 서울가정법원장실을 두드렸다.

당시 기자의 귀에 들린 얘기만해도 줄잡아 대여섯 곳의 로펌에서 영입경쟁을 벌였다. 이 원장은 법무법인 지성을 선택했다. 지성의 공동대표변호사가 돼 3월 3일부터 서울 역삼동의 지성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물론 이 원장의 영입에 성공하기까지 이 원장의 경기고 후배이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동영 변호사와 강 성 변호사 등이 삼고초려(三顧草廬) 이상의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단독개업에 대해서도 여러 번 생각해 보았지요. 친한 사람 중엔 로펌에 가면 직접 사건을 처리하는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며, 단독개업을 강력히 추천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나 그는 단독개업한 변호사들의 법률사무소가 즐비한 서울 서초동을 떠나 지성에서 후배변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그는 "결국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결과이겠지만, 보다 다양한 사건을 접할 수 있고, 그래서 변호사로서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로펌에서 더욱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로펌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 대형 로펌에 비해 지성이 자신이 합류해 해 낼 역할이 보다 많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두 61명의 변호사가 포진하고 있는 지성에 대해서도 이미 취재가 끝나 보였다.

재조 출신 적어 보완 역할 기대

"함께 모여서 더 잘 할 수 있는 발전가능성이 아주 높은 로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변호사들이 중심이 된 데다 재조 출신이 상대적으로 적어 내가 합류하면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해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지성을 선택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지성은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견 로펌 중 한 곳이다. 증권과 금융, 기업 M&A(인수 · 합병), 노사관계, 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자랑하며, 최근 송무팀과 조세팀을 보강했다. 이 원장에 앞서 올 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박동영 변호사가 합류했으며,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의 홍성준, 이정훈, 백승엽 변호사 등도 영입했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역할을 시멘트에 비유하며, "조직을 하나로 모으고, 응고시켜 지성의 변호사들이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법률회사가 단순히 몇몇 변호사 사무실을 하나로 합친 것 이상의 효과를 내려면 전 변호사가 일심동체가 돼 공동작업에 나서야 한다"며, "그 구심점이 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장대신 대표변호사로 불러달라"

◇이호원 대표변호사
지성에 합류한 지 불과 1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 3월 11일 기자와 만난 그는 지성의 발전방향과 미래전략에 대해 지성의 다른 어느 변호사 못지않게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만큼 의욕적으로 빨리 적응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집사람으로부터 판사 생활하며 몸에 배인 경직된 태도를 버리고 부드럽고 유연한 자세를 가지라는 조언을 듣고 있다"고 소개하며, '원장님' 대신 '대표' 또는 '대표변호사'로 불러 달라고 기자에게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1977년 사법연수원을 7기로 마치고, 육군법무관을 거쳐 1980년 판사가 된 그는 86년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된 때를 제외하곤 줄곧 재판업무의 일선에서 활약했다. 지난 2월 5일 서울가정법원장을 끝으로 법원을 떠날 때까지 28년간 남을 재판하는 일을 해 온 셈이다.

그에게 판사로 있으면서 담당했던 사건중에 특히 기억나는 사건을 세 개만 짚어달라고 했다. 그는 IMF외환위기와 관련, 강경식 전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법정에 세운 이른바 '환란사건'과 정재파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되며, 미궁으로 빠지고 만 81년의 박상은 양 피살사건, 그리고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어머니가 검지손가락을 잘라 혈서와 함께 재판부에 보내 화제가 된 '단지(斷指)사건'을 들었다.

이 대표는 환란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아 대부분 무죄를 선고했으며, 박상은 양 피살사건에선 1심 주심판사를 맡아 정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까지 가는 송사끝에 1심과 거의 마찬가지로 무죄로 사건이 종결됐다. 단지사건에서도 그는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세 사건 모두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입각해 유죄 선고를 위한 증거판단을 엄격히 한 의미있는 판결이라는 게 법조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 대표는 "지금 다시 재판하라고 해도 결론이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재판에 임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IMF 환란사건 등 맡아 무죄 선고

이 대표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민사소송법과 중재법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95년 일본 동경대에 연수갔을 때도 민소법을 연구했다. 한국민사소송법학회 회장과 국제거래법학회 부회장, 상사중재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을 만큼 이 분야에 조예가 깊다. '주석 민사소송법'과 '주석 중재법'을 공저로 펴내기도 했다. 그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분쟁의 내용 못지않게 분쟁해결 절차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핵심은 양 당사자에게 공정한 분쟁해결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표변호사로서 '최대의 고객만족과 가치실현'을 지성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그는 지성이 보완해야 할 분야로 공정거래와 지적재산권 분야를 들었다. 이 분야의 전문변호사를 양성해 기업법무에 관한 한 더욱 완벽한 '원 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 체제'를 갖추겠다는 게 그가 밝힌 지성의 청사진이다. 또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한 국제역량의 강화도 과제중 하나로 내걸고 있다. 특히 변호사 수 증대라는 대형화 못지않게 고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고급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성과 규모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에 수석입학한 그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인 1975년 제1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기업이미지(CI)나 기업의 브랜드이미지(BI)를 개발하는 회사로 유명한 소디움파트너즈의 박영미 대표가 부인으로, 하이트맥주, 한솔제지, 하나은행, 삼다수 등이 소디움의 작품이다.

글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ㅣ 사진 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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