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학부모의 지속적인 담임 교체 요구는 교육활동 침해"
[행정] "학부모의 지속적인 담임 교체 요구는 교육활동 침해"
  • 기사출고 2023.09.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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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담임교사 교체는 비상적 · 보충적으로만 허용"

수업시간에 장난을 친 학생의 이름표를 칠판에 붙이고 청소를 시켰다는 이유로 해당 학부모가 담임선생님을 바꿔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은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9월 14일 담임 선생님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가 교권보호위원회 조치를 받은, 전주시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의 학부모 A(여)씨가 "조치를 취소하라"며 학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3두37858)에서 학교장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가 학교장을 대리했다.

이 사건은 A씨의 자녀인 B가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 데 대해 담임교사인 C씨가 내린 조치가 발단이 되었다. 2021년 4월 20일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B가 수업 중 생수 페트병을 손으로 가지고 놀면서 소리를 내어 C 교사가 주의를 주었으나, B는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에 C 교사는 생수 페트병을 뺏은 후 B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붙였다. C씨는 종전에도 레드카드에 이름표가 붙은 학생을 방과 후에 남겨 교실 청소를 돕게 했는데, 당일 레드카드를 받은 B 등 2명에게도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게 했다.

B가 위와 같이 청소를 하고 하교한 직후 A씨 부부는 학교 교무실로 가 교감을 면담하며 C씨가 학생에게 쓰레기를 줍게 한 것이 아동학대이고, C씨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담임교체를 요구했다. 이후 A씨 부부는 교실로 가 C씨에게 당일 있었던 일에 대해 항의했다. B는 다음날부터 3일간 결석했고, C씨는 4월 22일 스트레스로 인한 일과성 완전기억상실 증세를 보여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입원해 4월 30일까지 병가를 내고 치료받았다. C씨가 병가 중이던 4월 23일에도 A씨 부부는 교장과 교감을 만나 방과 후 쓰레기를 줍게 한 것은 체벌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담임교체를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C씨가 병가 후 처음 출근한 5월 3일 B도 출석했으나, A씨 부부가 학교를 방문해 교감과 면담한 후 B씨를 데리고 귀가했다. A씨 부부는 교감과 면담하며 C씨에게 아이를 못 맡기겠으니 담임교체를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B는 다시 보름 가까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A씨는 이 기간 중에도 교장에게 전화해 담임교체를 요구하고, 전주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했다.

A씨는 이후에도 지속해서 담임교체를 요구하고,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죄로 C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C씨는 'A씨가 2회에 걸쳐 등교거부를 하면서 부당하게 담임교체를 요구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교육권 상실이 심히 우려된다'며 교육활동 침해사안 신고서를 학교에 제출했고,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출석위원 6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라고 의결했다. 이에 교장이 A씨에게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는 조치 내용의 통지서를 보내자, A씨가 소송을 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15조 1항 4호는 "관할청과 학교의 장은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즉시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교원의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4호에서 '그 밖에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로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교육부고시) 2조 3호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의 행위는 C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로서 교권침해행위"라며 A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A의 행위는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조치를 취소하라고 판결하자 교장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며,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전제하고,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이러한 의견 제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학기 중에 담임에서 배제되는 것은 해당 교사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인사상으로도 불이익한 처분이며, 학교장에게는 학기 중에 담임 보직인사를 다시 하는 부담이 발생하고, 해당 학급의 학생들에게는 담임교사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설령 해당 담임교사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교육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먼저 그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따라서 학부모가 정당한 사유 및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채 반복적으로 담임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위와 같은 해결 방안이 불가능하거나 이를 시도하였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그러한 문제로 인해 담임교사로서 온전한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비상적인 상황에 한하여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의 행위들이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지 않아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교원지위법 제15조 제1항 제4호, 교육부고시 제2조 제3호에 따른 보호조치의 주체, 절차, '정당한 교육활동'과 '반복적 부당한 간섭'의 의미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것으로서, 정당한 자격을 갖춘 교사의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에 따른 판단과 교육활동에 대하여는 이를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A의 고소에 대해 전주지검은 2022년 4월 C가 벌점에 따라 불이익한 처분(14분간 교실 청소)을 한 것은 전라북도교육청에서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상벌점제를 사실상 실시한 것이어서 피해아동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사실은 인정되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한다는 취지의 불기소결정을 하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