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유통기한 변조한 치킨무 한 차례 제공했다고 음식점 폐쇄처분 위법"
[행정] "유통기한 변조한 치킨무 한 차례 제공했다고 음식점 폐쇄처분 위법"
  • 기사출고 2023.08.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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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재량권 일탈 · 남용"

포항시 남구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2022년 11월 28일 치킨과 함께 고객에게 제공되는 치킨무의 유통기한을 임의로 변조했다. 스티커를 사용해 '2022. 11. 23.'에서 '2022. 12. 23.'로 바꾼 것. 유통기한 변조 제품 판매에 관한 민원을 접수한 남구청은 A씨의 음식점을 현장점검을 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식품 등의 표시 · 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A씨에게 영업소 폐쇄처분을 내렸다. 

남구청은 2023년 1월 13일에도 A씨 음식점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여 유통기한이 '2021. 10. 4.'까지인 '테이준 핫소스' 70여개가 주방 입구 선반에 보관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한 뒤 영업정지 15일의 처분을 했다.

A씨는 "영업소 폐쇄처분과 영업정지 15일 처분은 위반행위의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남구청장을 상대로 각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2023구단608)을 냈다.

대구지법 허이훈 판사는 7월 19일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영업소 폐쇄처분과 영업정지 처분을 각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허 판사는 "원고는 치킨무 포장에 인쇄된 유통기한 '2022. 11. 23.'의 '11' 부분 뒷자리에 숫자 '2'의 스티커를 부착하여 유통기한을 '2022. 12. 23.'로 변조함으로써 제1 위반행위를 하였다"고 지적하고, "이는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제1항 제4호에서 금지하는 '거짓 · 과장된 표시 또는 광고'를 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를 통해 유통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마치 경과되지 않은 것처럼 적극적으로 소비자를 기망하였다는 점에서 법 위반의 정도 및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 판사는 다만,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한 차례 위반행위를 사유로 음식점의 폐쇄를 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영업소 폐쇄처분에는 재량권 일탈 · 남용의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영업소 폐쇄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허 판사에 따르면, A씨는 수제맥주 포장 시 포장일자를 표시하는 스티커의 숫자 '2'를 치킨무에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부착한 스티커의 숫자는 치킨무에 인쇄되어 있던 숫자와 모양, 크기 등이 달라, 이를 보았을 때 유통기한 변조가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제 '배달의 민족' 어플을 통해 치킨을 주문하여 치킨과 함께 이 사건 치킨무 등을 배달받은 고객은 '배달의 민족' 리뷰란에 유통기한 변조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A씨가 유통기한이 경과되지 않은 치킨무라는 댓글을 작성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어 위 고객이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허 판사는 "이와 같은 변조 행위의 방식 등에 비추어 치킨무 유통기한의 변조가 계획적 ·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2022. 11. 28. 고객에게 제공 가능한 치킨무가 유통기한이 일주일 정도 경과된 치킨무밖에 없자 이를 모면하게 위해 제1 위반행위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유통기한 변조 대상인 치킨무는 치킨 구매 고객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제품으로, 원고의 치킨무 구입가(개당 300원 정도) 및 앞서 본 유통기한 변조의 경위 등에 비추어 제1 위반행위는 치킨무 구입가 상당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목적에서라기 보기 어렵고, 이를 통해 원고가 취한 불법 이익의 규모가 크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A씨가 유통기한이 지난 소스를 보관하고 있던 행위에 대해서도,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원고가 소비기한이 경과된 소스를 판매 등의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영업정지처분에는 재량권 일탈 · 남용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영업정지처분 또한 위법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