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G마켓, 웹사이트 이용 시각장애인에 대체 텍스트 제공하라"
[민사] "G마켓, 웹사이트 이용 시각장애인에 대체 텍스트 제공하라"
  • 기사출고 2023.06.13 08: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1인당 10만원' 손해배상 1심 판결은 취소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스크린리더 등을 이용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6월 8일 시각장애인 963명이 온라인 쇼핑몰인 G마켓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21나2013286)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G마켓 웹사이트 내의 상품과 거래조건 정보에 대한 사항과 상품 광고, 이벤트 안내 중 문구로 기재되어 있는 사항 등에 관하여 화면낭독기(screen reader)를 통해 청취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1심 재판부가 받아들인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 지급 명령은 취소했다. 원고들은 SSG닷컴, 롯데쇼핑을 상대로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냈고, 이날 서울고법 민사16부는 다른 두 사건에서도 G마켓 판결과 같은 주문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무법인 바른 vs 광장

법무법인 바른이 1심에 이어 원고들을 대리했으며, G마켓 등 3개사는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G마켓은 "텍스트 아닌 콘텐츠 형태의 전자장보에 대하여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도록 기준을 세워 이를 적용한 사실이 없고 시각장애인들의 장애를 고려한 기준을 적용하여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20조 1항, 4조 1항 2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20조 1항은 "개인 · 법인 · 공공기관은 장애인이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그에 접근함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4조 1항 1호 및 2호에서 금지한 차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 1항 2호는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 · 배제 · 분리 · 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이른바 '간접차별')를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시각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웹사이트에 접근하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 대하여 대체 텍스트가 제공될 필요가 있고,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더라도 적절하고도 충분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여 여전히 시각장애인의 웹사이트 접근 ·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의 상당한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사건 웹사이트(G마켓 웹사이트)에는 상품에 관한 필수정보나 광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 대하여 해당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적절하고도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하여 시각장애인인 원고들은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정보를 파악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피고가 웹사이트를 운용함에 있어 시각장애인인 원고들을 형식상으로는 불리하게 대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시각장애인들이 웹사이트의 전자정보에 접근함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적절하고도 충분한 정도로 제공하지 아니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G마켓 웹사이트를 이용하려는 원고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0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G마켓은 또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 1항은 수범자가 직접 생산하여 배포하는 전자정보에 대해서만 필요한 편의수단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통신판매중개업자에 불과한 피고가 개별 판매자들이 직접 생산 · 등록하고 피고에게 처분권한도 없는 개별 상품 관련 전자정보에 대해서까지 위 규정에 따른 편의제공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편의제공의 대상을 '행위자 등이 생산 · 배포하는 전자정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전자정보를 생산하는 자와 배포하는 자가 동일할 것까지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각 판매자들이 G마켓 웹사이트에 직접 상품을 등록하는 등으로 생산한 전자정보를 웹사이트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배포하고 있으므로 개별 판매자들이 직접 등록한 개별 상품 관련 전자정보에 대해서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편의제공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G마켓은 장애인금지법과 시행령에는 '접근성이 보장되는 웹사이트'의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지능정보화 기본법 및 '장애인 · 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시)는 국가기관 등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사기업은 적용대상이 아니며, 국립전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은 법규적 효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능정보화 기본법은 국가기관 등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직접적인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웹사이트 접근 보장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기업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와 국가기관 등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사이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할 정도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위 고시는 국가기관 등뿐만 아니라 지능정보서비스 제공자가 지능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며, 위 지침 역시 국가표준기본법에 따라 승인된 국가표준으로서 웹 접근성 준수 여부를 평가할 때 하나의 표준으로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지능정보화 기본법 및 위 고시 · 지침에 따라 국가기관 등이 아닌 법인이 웹사이트를 운영함에 있어 위 법과 고시 · 지침에서 정한 방법으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직접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법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대하여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보장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지능정보화 기본법 및 위 고시 · 지침의 관련 규정을 일응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그 시행령에서는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전자정보에 접근 ·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접근성이 보장된 웹사이트'를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 웹 접근성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 · 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다가 관련 선례나 학설 판례 등도 귀일된 바가 없다"고 지적하고, "지능정보화 기본법 및 '장애인 · 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시) ·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에서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 보장을 위해 대체 텍스트 제공을 필수적인 요소로 규정하고 있고 지침에서 그 구체적인 제공 방식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지능정보화 기본법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직접적인 규율대상으로 할 뿐 사기업인 피고에게는 직접 적용되지 않고, 위 고시 · 지침에서는 대체 텍스트 제공을 웹 접근성 보장의 필수적 요소로 규정하는 것을 넘어 이를 의무사항으로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사기업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웹사이트를 운영함에 있어 위 법과 고시 · 지침에서 정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정보통신 · 의사소통 등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를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21조의 적용을 받기 시작한 2013년경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웹사이트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 온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함에 있어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어 결과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의 내용과 정도, 대체 텍스트 제공이 필요한 텍스트 아닌 콘텐츠 즉 이미지 사용의 빈도와 비중이 매우 높은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 이 사건 웹사이트에 상품을 직접 등록하는 협력업체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업계의 현실, 이미지를 텍스트로 구현할 수 있는 현재의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차별행위가 피고의 고의 ·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전에 웹사이트에 대체 텍스트 제공이 미흡함을 이유로 피고에게 개선을 요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피고가 관련 행정기관으로부터 위 차별행위를 이유로 시정명령 등을 받은 적도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차별행위를 한 피고에게 고의 · 과실이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원고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의 김재환 변호사는 "1심 판결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온라인쇼핑몰 업체에게 대체 텍스트 제공을 명령한 것은 웹 접근성 보장조치의 주체 및 대체 텍스트 제공 관련 기준과 내용(상품표시에 관한 사항, 거래조건에 관한 사항 등)을 명확히 판단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된 시대상을 반영하면 시각장애인들의 편의 증진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큰 사건일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장애인들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도록 보다 관심을 갖게 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