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의혹, 고발 내용과 수사전망
'삼성비자금' 의혹, 고발 내용과 수사전망
  • 기사출고 2007.11.0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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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 희 차대운 기자 = 참여연대 등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 내용 등을 토대로 삼성그룹 수뇌부를 검찰에 고발한 이른바 '삼성비자금 의혹'의 내용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이 그룹 수뇌부가 계열사 손실 발생이나 절차적 위법성을 알고도 총수 일가의 재산을 불려줘 그룹 지배권 승계를 시도했다는 점, 그 실체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점과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해 국가기관 등에 뇌물을 건넸다는 것 등이다.

이런 의혹들은 내용 자체가 폭발력이 있는 데다 전직 그룹 내부관계자의 '증언'에 근거해 고발됐다는 점에서 향후 검찰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는 반면 수사에 영향을 줄 변수가 곳곳에 놓여 있어 결과를 쉽게 점치기는 어려운 상태다.

◇고발 내용은=참여연대 등은 피고발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3명이 연루된 의혹들에 대해 8가지 죄목을 적용했다.

이 중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및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발행, e삼성등 회사 내 지분 매매건 등 재용씨와 계열사간의 유가증권 거래 관련 부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있다고 고발인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이미 검찰에 고발돼 있는 사안으로 이 회장 등이 그룹 지배권을 아들 재용씨 등에게 물려주기 위해 계열사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조직적으로 거래를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 사건과 무관한 이들이 수사 대상이 되도록 하거나 전화통화내역 등 증거를 조작하고 참고인들의 허위진술을 지시한 의혹에 대해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죄에 해당한다고 고발장에 적혀 있다.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해 수뇌부 인사들이 개인 용도로 쓰거나 국세청 ㆍ 검찰 및 사회각계 주요인사 등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은 횡령 및 뇌물공여 ㆍ 배임증재 혐의로, 삼성 임직원 명의를 도용한 차명계좌에 비자금을 은닉한 의혹은 금융실명제 관련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에관한법률ㆍ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각각 고발됐다.

'차명계좌' 관련 부분에서는 계좌 개설에 협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은행 및 굿모닝신한증권 담당자들도 함께 고발됐다.

◇구체적 단서 제시 여부가 '관건'=고발장은 세계 굴지 기업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문제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까지 올라간 에버랜드 사건 수사 및 재판에 치명적 허점이 있고 국가기관 고위 인사들이 관행적으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사실 여부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러나 '제보자'에 해당하는 김 변호사가 "명의를 도용당했다"며 공개한 금융계좌 관련 자료 이외에는 의혹을 입증할 물증들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삼성측은 김 변호사의 폭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의혹이 허구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상 검찰은 구체적인 범죄 단서 없이 김 변호사의 증언 내지 주장만으로는 고발장에 나온 의혹들의 실체를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김 변호사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재용씨의 재산형성과정에 대한내부 문건과 차명 비자금을 가진 임원 및 로비를 받은 검사 명단 등을 실제로 갖고 있고 해당 자료의 신빙성이 입증된다면 삼성 비리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수사 주체 결정, 사건 배당에서도 '변수'=이번 사건은 누가 수사할 지를 정하고 사건을 배당하는 과정에서도 변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

검찰은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관련 등 이번 고발과 내용이 일부 겹치는 사건들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나 부패사건을 전담하는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하거나 대검 중수부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른바 '떡값 검사' 의혹이 고발내용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현직 검사가 수사 대상이 되거나 만에 하나 수사팀 혹은 그 지휘라인에 의혹에 연루된 인사가 있다면 검찰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측은 투명한 수사를 위해서라도 검찰이 아닌 특별검사가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며 특검제 도입을 추진하고있다.

검찰로서도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막기 위해 김 변호사와 연고가 닿거나 과거 함께 일선에서 근무했던 검사가 속한 수사부서에 사건을 배당하는 것을 되도록 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 희 · 차대운 기자[prayerahn@yna.co.kr] 2007/11/06 16: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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