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 인터뷰] '매출 20% 성장' 이끈 로펌 세종 오종한 대표
[리걸 인터뷰] '매출 20% 성장' 이끈 로펌 세종 오종한 대표
  • 기사출고 2022.03.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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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성과 중시하는 '커클랜드 모델'로 가자"

한국의 주요 로펌들이 지난해 10%가 넘는 매출 신장을 기록한 배경엔 활발한 M&A 거래 등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활동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하지만 로펌 입장에서도 인재의 영입과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태스크포스의 가동 등 선제적인 대응이 있었기에 활황장에서 상당한 수확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리걸타임즈가 2021년 매출 2,500억원이 넘는 상위 5대 로펌 중 20%에 육박하는 가장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법무법인 세종의 오종한 대표변호사를 만나 세종의 '성공비결'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 대표는 지난해 초 세종의 네 번째 매니징파트너로 선출되어 취임, 이번 인터뷰가 취임 1년을 기념하는 인터뷰가 되었다.

매출 신장률 20% 육박

-세종이 지난해 해외법인을 포함해 2,7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2020년보다 438억원, 19.4% 늘어난 성공적인 결과인데, 지난해 이렇게 놀라운 실적을 거둔 비결이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세종의 발전과 고객 만족을 위해 세종의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다른 로펌에선 세종이 특정 큰 사건에서 많은 자문료나 승소사례를 받은 거 아니냐는 등 여러 얘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각 팀별로 골고루 성장을 한 결과여서 한층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SK브로드밴드 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소송 등 의미 있는 승소사례나 딜이 적지 않았지만, 거의 모든 프랙티스(Practice) 영역에서 적게는 10~20%, 많게는 40~50%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저희도 놀랐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오종한 업무집행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세종의 오종한 업무집행 대표변호사

-1년 전 매니징파트너가 새로 선출되고, 50대 중반의 상대적으로 젊은 파트너들이 대표변호사로 추가 선임되는 등 세종은 다른 어느 로펌보다도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이러한 일련의 방향 전환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업무집행대표로 취임한 첫 해에 꽤 괜찮은 매출 성적표를 받았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종의 지난해 호실적은 과거 수년간 조직과 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해 온 결과이다. 각 프랙티스 분야에서 역량 강화를 위해 뿌린 씨앗들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과 체계적인 고객관리 프로세스를 도입하였는데, 고객 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변호사 파견 등 법인 차원에서 고객 친화적인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다른 로펌에서 활동하던 부동산 대체투자 전문의 이현 변호사팀 6명을 한꺼번에 영입하는 등 최근 들어 활발해진 세종의 인재영입 노력도 주목된다.

"이현 변호사팀의 합류는 곧바로 실적을 낸 매우 성공적인 사례다. 지난해 8월에 합류해 5개월간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능력이 출중한 전문팀이 세종이라는 좋은 플랫폼에서 시너지를 높인 성공적인 영입 사례 중 하나다. 이외에도 여러 전문변호사가 합류하며 분야별로 팀이 보강되고 있다. 이미 실적이 가시화되고 있는 팀도 있고, 순차적으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타깃 리쿠르팅' 추구

이와 관련해 세종의 리쿠르트 전략은 일종의 '타깃 리쿠르팅(target recruiting)'으로 이름 붙일 수 있다. 인력 보강이 필요한 팀에서 먼저 타깃팅을 해서 정말 데려와야 될 사람, 정말 필요한 전문가를 업계에서 찾아보는 거다. 그분은 시니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좀 주니어로 일을 해야 되는 변호사도 있고 외국변호사일 수도 있다. 정말 좋은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냥 외부에서 저희한테 이력서 내밀고 들어오겠다고 하는 사람을 받으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높다."

◇오종한 대표변호사
◇오종한 대표변호사

-인재영입 등 인력 충원 노력을 강조하셨는데, 다른 로펌으로 옮기는 등 세종에서 나오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조직이든 수혈만 해선 곤란하다.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정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난해만 해도 나가는 사람도 있고, 일부 성과가 좋지 않은 저성과자들은 펌 차원에서 계약 종료에 맞춰 종료하는 형태로 진행을 해 자연 감소를 도모한 측면도 있다. 성과가 미진한 분들에게는 상당한 자극이 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형태로 정책적으로 진행을 하려고 한다. 작년에 인력을 많이 충원했지만 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인력이 그렇게 크게 늘어난 건 아니다(세종엔 2월 현재 외국변호사 55명을 포함해 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포진하고 있다).

외국변호사 포함 변호사 500명 넘어

우리 펌이 파트너들에게 제대로 배당을 해 주고 이익을 낼 수 있느냐라는 관점에서 볼 때, 누군가를 뽑아온다면 우리가 필요 없는 사람을 내보내야 서로 앞뒤가 맞는 거다. 그냥 적당히 이지고잉(easygoing)하는 분들한테 계속 비용 지출하면서 외부의 사람들을 데려온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선뜻 수긍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인재영입 외에 세종이 추구하는 시스템 개선 노력에 어떤 것들이 있나.

"전문가 보상체계에서 성과와 보상 사이에 연계를 강화하고 파트너 상호간 다면평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선한 점을 들 수 있다. 수년 전부터 파트너들의 보상과 관련해 연공서열 부분을 점차 줄이고 성과 위주로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시너지가 상당하다.

어소 변호사 연봉제 도입

세종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올 1월 연봉제를 도입했다. 종래엔 고정급은 기수별로 그대로 유지한 채 인센티브 베이스로 차등 지급했는데, 아예 고정급을 상위 몇 프로 하위 몇 프로로 나눠 차등화시킨 것이다. 인센티브는 또 인센티브대로 차등 지급된다.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 찬성을 받아내 시행했다."

오종한 대표는 그러면서 세계 최대의 매출을 올리는 미국의 커클랜드앤엘리스(Kirkland & Ellis)가 세종이 지향하는 롤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커클랜드는 파트너 보상에 있어서 성과를 중시하는 로펌으로, 다른 펌에서 특히 프라빗 에쿼티(Private Equity) 쪽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들을 데려다가 PE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매출이 확 올라버린, 사람과 성과를 중시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져 세계 최대 로펌이 된 성공사례"라며 "지금의 한국 로펌 업계 상황에서 단시간 내에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커클랜드 모델로 가자' 이것이 세종 파트너들의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한마디로 90년대 초 한국 로펌 중 가장 먼저 서구식 파트너십을 도입한 로펌으로 알려진 세종이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일종의 락스텝(Lockstep) 요소를 줄이고 성과 위주의 새로운 보상시스템으로 전환해 재도약의 시동을 건 셈인데,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의 호실적을 낸 것을 보면 성공적인 결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쿼티 파트너 문호도 개방

오 대표는 에쿼티 파트너(Equity Partner)도 문호를 넓혀 유능한 파트너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에쿼티 파트너는 로펌의 전체 수익에 대한 지분 배당과 함께 로펌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로펌의 주인에 해당하는 변호사로, 유능한 변호사들이 세종으로 모여 높은 실적을 내고 많은 보상을 가져가는 선순환 구조로 로펌을 쇄신하겠다는 것이다. 에쿼티 파트너가 많지 않고, 점차 줄여나간다는 로펌도 적지 않은데 세종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복층으로 구성되어 회의실 등으로 사용되는 광화문 디타워 D2의 23~24층 계단에서 포즈를 취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복층으로 구성되어 회의실 등으로 사용되는 광화문 디타워 D2의 23~24층 계단에서 포즈를 취했다.

오 대표가 '커클랜드 모델'이라고 이름 붙인 세종의 성과 중시 시스템에 우려되는 점은 없을까.

오 대표는 "성과 중심으로 갔을 때 지나치게 내부 경쟁을 하게 되거나 성과를 우선한 나머지 다른 파트너들하고 정보 공유를 안 한다든지, 업무를 독차지하려고 하는 유혹들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중앙에서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파트너들의 평가 시스템에 다면평가를 도입하는 한편 펌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주어 협업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세종의 새로운 시스템은 성과 극대화와 함께 행여 내부 협업이 깨지는 위험을 방지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것인데, 매니징파트너 3년 임기 중 2년차를 맞이한 오 대표는 매우 자신감에 차 있었다. 세종의 2022년 연매출 목표도 3,000억원 돌파라고 한다.

1983년 교보빌딩에서 시작

1983년 3월 세종로의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문을 연 법무법인 세종이 설립 40년 만에 사람(Professional)과 성과(Performance)의 'Double P'를 내걸고 재도약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신문로, 순화동을 거쳐 퇴계로의 스테이트타워로 옮겼던 세종은 2년 전인 2019년 2월 교보빌딩 뒤의 디타워로 이전, 본사 사무실도 다시 세종로로 돌아왔다. 세종이 여러모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