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횡령 전과 있는 지역 종친회장에 '사기꾼' 지칭했어도 명예훼손 아니야"
[형사] "횡령 전과 있는 지역 종친회장에 '사기꾼' 지칭했어도 명예훼손 아니야"
  • 기사출고 2022.03.0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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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허위 단정 잘못, 공익성도 인정돼"

종친회 간부인 A씨 등 2명은 2017년 11월 18일 오후 2시쯤 포항시 북구에서 열린 종친회 총회에서 종원들이 듣는 가운데 마침 발언을 하려던 지역 종친회장 B씨를 가리키며 "B는 남의 재산을 탈취한 사기꾼이다. 사기꾼은 내려오라"고 말해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종중의 대구종친회 회장으로 대종회 회장 후보로 선출된 B씨는 당시 총회에서 대종회 회장 선출과 관련한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는데, 두 사람은 그 단상 아래에서 B씨의 발언을 방해하며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2005년경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과 사문서위조 · 위조사문서행사, 위증교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월 11일 피고인 두 사람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도10827).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재산을 탈취한 전력이 있다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전과가 있는 이상 주요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고인들이 '사기꾼'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였으나, 이는 피해자의 종친회 회장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거나 다소 과장된 감정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탈취, 사기꾼이라는 표현은 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죄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일반인으로서 법률적 평가만을 달리 한 것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전과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위 표현과의 관련성을 심리할 필요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단순히 피고인에게 사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발언 내용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단정하였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범죄전력이 있는 피해자가 종친회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에 관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과정에서 발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피해자의 종친회 회장으로서의 적격 여부는 종친회 구성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이 다소 감정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발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발언을 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데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범죄전력과 같은 개인적인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종친회 회장으로 출마함으로써 공공의 이익과 관련성이 발생한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다"며 "그런데도 발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진실에 반한다고 단정하고 이어서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부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