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300㎡ 미만 편의점에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해야"
[민사] "300㎡ 미만 편의점에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해야"
  • 기사출고 2022.02.2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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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3조 무효"

편의점의 경우 바닥면적 300㎡ 이상인 경우에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3조는 위헌 · 위법이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한성수 부장판사)는 2월 10일 뇌병변,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인 A씨와 지체장애 3급의 장애인인 B씨가 편의점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과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청구등소송(2018가합524424)에서 이같이 판시, "GS리테일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위 피고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 중 2009. 4. 11. 이후 신축 · 증축 · 개축한 시설물에 대하여, 장애인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차이가 제거되거나 휠체어리프트 또는 경사로가 설치된 건축물 출입구,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한 유효폭과 형태를 가진 출입문을 각 설치하고, 만약 편의시설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객관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 편의점 내에 이동식 경사로를 구비하여 두고 장애인의 출입이 가능하게 하거나, 편의점 외부에 호출벨을 설치하여 직원을 통해 편의점 밖에서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구매보조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GS리테일이 가맹계약을 체결한 편의점 중 2009. 4. 11. 이후 신축 · 증축 · 개축한 시설물에 대하여,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장애인의 편의점 시설 접근 · 이용을 위하여 편의시설을 갖추거나 대안적 조치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영업표준을 마련하고,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가맹점사업자들에 대하여 위 내용의 영업표준에 따른 편의점 점포환경개선을 권고하고, 가맹점사업자들의 점포환경개선을 위한 비용 중 20% 이상을 부담하라"고 명했다. 이에 따라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바닥면적 300㎡ 미만의 편의점 등에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18조 3항은 시설물 소유 · 관리자에 대하여 장애인의 시설물 접근 · 이용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를 금지하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11조는 편의 제공 의무가 있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장애인 · 노인 ·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7조의 대상시설 중 2009. 4. 11. 이후 신축 · 증축 · 개축하는 시설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3조가 편의 제공 의무가 있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수퍼마켓 · 일용품 등의 소매점'의 경우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 1,000㎡ 미만인 시설이라고 규정, 문제가 된 것이다. 

GS리테일도 재판에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3조가 바닥면적 300㎡ 이상의 소매점을 대상으로만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장애인등편의법의 입법목적, 규정체계와 취지,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와 다른 규정과의 관계, 관련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는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고,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및 위 권리에서 파생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며,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가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시설의 범위를 하위 법령에 위임한 것은 대상시설의 종류와 수, 장애인등의 이용수요 등에 따라 편의시설 설치 필요성과 편의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사회, 경제적 부담 및 사회적 수용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애인등의 사회참여 및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한도에서 대상시설의 범위를 구체화하도록 한 것"이라며 "위와 같은 고려를 통해 위임의 필요성 및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위 위임규정이 그 자체로 포괄위임입법금지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대부분의 공중이용시설에 면적기준을 적용하고 특히 소매점, 일반음식점 및 음식료품 판매점에 대하여 바닥면적 300㎡를 요구함으로써 대부분의 소매점 등을 대상시설에서 제외한 것은 장애인의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및 위 권리에서 파생되는 시설 등에 대한 접근권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의 위임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제3조가 대부분의 소매점과 음식료품점 등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위 시설들에 대한 접근권은 심각하게 제한하는 반면, 대상시설별로 설치할 편의시설의 종류 및 비용부담의 정도와 시설주들의 개별적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정한 면적기준 이하 시설물에 대한 설치의무를 일률적으로 면제하고 있으므로 시설주들의 비용부담 등 재산권 보호와의 충돌 국면 및 사회, 경제적 부담의 조정이라는 공익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라며 "위 시행령 규정은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공중이용시설 중 '슈퍼마켓'에 해당하는 편의점의 경우,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43,975개 중 바닥면적 300㎡ 이상인 편의점은 830개(1.8%)에 불과하다. GS리테일의 직영과 가맹 편의점 중 바닥면적 300㎡를 초과하는 편의점은 1개뿐이다.

원고들은 국가를 상대로 각 500만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규정이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위헌, 위법한 규정임에도 장기간 개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해당 시행령 개정 관련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다른 사회정책적 고려나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감수성 또는 사회문화적 성숙도와 관계없이 특정한 내용으로 위 시행령 규정을 개정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었다거나, 위 공무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위와 같은 부작위가 현저히 객관적 타당성을 결여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