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취업규칙 변경되어 보수 삭감돼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 약정 안 했으면 바뀐 취업규칙 적용"
[노동] "취업규칙 변경되어 보수 삭감돼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 약정 안 했으면 바뀐 취업규칙 적용"
  • 기사출고 2022.02.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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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바뀐 대학교수에 패소 판결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취업규칙이 변경되어 보수가 삭감되더라도 기존에 맺은 근로계약에서 임금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약정하지 않았다면 바뀐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1994년 3월 B학교법인이 설치 · 운영하는 대학의 조교수로 신규 임용되어 이후 계속 재임용되다가 2005년 4월 1일 정교수로 승진임용되었다. A씨는 그러나 2005년 4월 정교수로 승진임용되며 학교법인과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하여 새로운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이는 A씨가 조교수로 신규 임용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계속 재임용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B학교법인은 교원의 급여체계에 관하여 1998학년도까지는 연공서열의 호봉에 따른 봉급과 각종 수당을 더한 금액을 보수로 지급하는 호봉제를 유지하다가, 1999년 3월 1일 교원의 직전년도 성과를 반영한 연봉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기로 내용의 연봉제 급여지급규정을 제정하여 2000학년도부터 시행했다.

급여체계가 연봉제로 바뀌어 보수가 삭감된 A씨는, 연봉제 시행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며, 학교법인을 상대로 2007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호봉제를 적용한 임금과의 차액분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네 차례에 걸쳐 냈고, 법원이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임금 차액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해 모두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학교법인이 뒤늦게 2017년 8월 16일 연봉제로 임금체계를 변경한 1999년 3월 1일자 급여지급규정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 당시 재직 중인 전임교원 총 145명 중 107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100명이 찬성함으로써 가결되었으나, A씨가 다시 학교법인을 상대로 연봉제로 인해 2017년학도에 지급받지 못한 급여 차액 3,6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그러나 1월 13일 피고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2020다232136)에서 "적어도 2017. 8. 16. 연봉제 임금체계에 대하여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후에는 원고에게 취업규칙상 변경된 연봉제 규정이 적용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8다200709)을 인용,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기존의 호봉제가 시행되던 1994. 3. 1. 피고의 조교수로 신규 임용된 이래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계속되어 왔을 뿐 원고와 피고는 대학교 급여규정 등이 규정한 바에 따라 급여를 지급받기로 하는 외에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하여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적어도 2017. 8. 16. 연봉제 임금체계에 대하여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후에는 원고에게 취업규칙상 변경된 연봉제 규정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이담이 1심부터 B학교법인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