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하도급업체에서 리베이트 받아 8억 비자금 조성했어도 회사 위한 것이면 배임 무죄"
[형사] "하도급업체에서 리베이트 받아 8억 비자금 조성했어도 회사 위한 것이면 배임 무죄"
  • 기사출고 2021.11.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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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법이득의사 실현 단정 곤란"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0월 14일 하도급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8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 대우건설 토목사업기획팀장 A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16829)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비자금 조성이 개인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 죄가 안 된다는 이유다. 

A씨는 당시 대우건설 토목사업본부장이던 B씨의 지시를 받아 2009년 1월 6일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대우건설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대우건설로부터 골프장 공사를 하도급받은 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의 리베이트를 받는 등 2009년 12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5회에 걸쳐 8억원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단계에서 불법이득의사를 실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대우건설의) 토목사업본부에서는 B와 피고인이 본부장과 토목사업기획팀장으로 근무하기 전부터 공사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비와 행사비, 현장격려금, 경조사비 등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였다"고 지적하고, "비자금은 담당하는 직원이 정해져 있고, 조성과 집행 과정을 대표이사에게까지 보고하였으며, 피고인을 비롯하여 비자금 조성과 집행에 관여한 임직원들은 모두 회사의 자금으로 인식하고 관리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비자금은 영업비용 외에 각종 행사경비, 현장격려금, 본부장 활동비, 경조사비, 민원처리와 재해보상비 등에도 사용되었다"며 "이러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회사의 원활한 운영과 회사 임직원의 관리, 거래처와 유대관계 유지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회사와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이 공사 수주활동을 위한 영업비용으로 사용되었고, 영업비용에는 턴키공사를 낙찰받기 위해 설계평가 심의위원에게 지급한 돈이 포함되어 있으나, 그 비중이 크지 않아 비자금이 주로 불법 로비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조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에 업무상 배임죄에서 불법이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자기의 행위가 임무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인식 외에도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발생시킬 염려가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고, 업무상배임죄에서 불법이득의 의사는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 임무에 위배된 행위를 하는 의사를 뜻한다"며 "법인의 운영자 등 임직원이 법인을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경우 법인의 성격, 비자금의 조성 동기 · 방법 · 규모 · 기간, 비자금의 보관방법과 실제 사용용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성 당시에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발생시킬 염려가 있다는 인식이 없거나 조성행위 자체가 불법이득의사를 실현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면 업무상배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