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대출금 · 이자 지급 위해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체크카드 교부…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무죄
[형사] '대출금 · 이자 지급 위해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체크카드 교부…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무죄
  • 기사출고 2021.06.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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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출 대가로 전달 아니야"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5월 27일 "체크카드를 보내주면 대출을 해 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에 체크카드를 보냈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14030)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출금과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한 것으로, 대출의 대가로 접근매체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5월 16일 성명불상자와 전화통화를 한 후 문자로 희망 대출금액과 기존 대출금액, 직업, 월 소득 등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고, 성명불상자는 문자로 A씨에게 대출에 대한 월 이자, 원금 상환방식과 필요한 대출서류 등을 알려주면서 자신들은 합법적인 대출업체가 아니라거나 세금 문제 때문에 개인계좌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원금 또는 이자를 납부할 체크카드를 자신에게 맡겨야 하고, 매달 위 카드와 연계된 계좌에 원금 또는 이자를 입금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A씨는 다음날인 5월 17일 문자로 성명불상자에게 대출금을 지급받을 계좌번호, 체크카드에 대한 발급은행과 비밀번호, 계약서와 차용증을 받을 주소 등을 알려주었고, 같은 날 퀵서비스 업체 직원을 통해 체크카드를 건네주었다. A씨는 5월 20일과 21일 문자로 성명불상자에게 대출 실행일을 문의하면서 대출금을 지급받을 계좌번호를 다시 알려주기도 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모두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대가를 수수 · 요구 ·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전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6조 3항 2호),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전달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49조 4항 2호).

대법원은 "여기서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대가'란 접근매체의 전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고 전제하고, "이때 접근매체를 전달하는 자는 접근매체 전달에 대응하는 대가를 수수 ·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전달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대출을 받게 되면 원금 및 이자를 지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체크카드를 교부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체크카드 교부행위가 대출 또는 대출의 기회라는 경제적 이익에 대응하는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은 대출금 및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성명불상자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한 사람으로서 대출의 대가로 접근매체를 전달한다는 인식을 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이와 달리 피고인이 대가를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전달하였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이른바 보이스피싱 범행에 연루된 적도 없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