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憲訴 제기…대선정국 파장
노대통령 憲訴 제기…대선정국 파장
  • 기사출고 2007.06.22 08: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헌법 조롱행위", 범여도 "부적절"선관위 "헌재가 다룰 사안" 입장신중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최근 자신의 특강, 인터뷰 발언과 관련해 중앙선관위가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을 내린데 대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이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선 정국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은 최근 발언 등에 대해 선거중립의무 위반을 결정한 선관위의 준수요청으로 인해 노 대통령의 국민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특히 공직선거법 제9조는 규정 자체가 모호하고 이를 확대해석해 온 결과로 현실과 괴리되어 있어 이번 기회에 정치공세에 대한 반론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헌소제기 배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청구는 이날 오후 법률 대리인인 김선수 변호사(전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를 통해 헌법재판소에 제출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헌법을 조롱하는 행위"라면서 "노 대통령의 헌소 제기는 시간끌기, 관심끌기, 지지세끌기 등 '삼끌이 작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한 당파의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며 "헌재는 이번 사안이 헌법소원 대상이 아님이 분명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의 헌소는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하고 소모적 논쟁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우리 헌정사에 현직 대통령이 헌법기관 결정에 불복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면서 "노 대통령의 경우 정치적 표현을 억제당해 온 게 아니라 지나치게 남발해 왔다는 점이 문제가 돼 온 게 사실인 만큼 국민들도 헌소 청구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은 "대통령의 정치적 자유에 대해 우리도 동의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이 정치적 자유를 핑계로 선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헌소 제기가 부적절하다면서도 차제에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법률적 논란의 소지가 정리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당 윤호중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에서 "국정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이 헌법소원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적절치 않다. 헌소의 뜻을 거둬달라"고 요청했다가 오후들어 헌소가 제출되자 "더이상 갈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헌재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양금석 공보관은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가 다룰 사안"이라며 "선관위가 입장을 낼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번 헌소 제기는 자신의 정치적 언행에 대한 위법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면승부의 길을 택한 것으로서, 그 결과에 따라 노 대통령의 임기말 정치적 입지와 국정운영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가 이번 헌소 제기가 법률에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해 사건 자체를 심리하지 않기로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본안 심리에 들어가서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노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헌재가 노 대통령의 헌소 청구 취지를 수용해 선거법 9조 규정의 모호성을 인정한다면 임기말 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발언권은 한층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5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탄핵심판, 2004년 10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소원에 이어 재임중 세번째로 헌재의 심판대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탄핵심판 때는 헌재가 국회의 청구를 기각함으로써 노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했고,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헌재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추진계획을 중단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맹찬형 기자[mangels@yna.co.kr] 2007/06/21 18:45:42

Copyright 연합뉴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