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로펌들, 합병에 신중"
"외국 로펌들, 합병에 신중"
  • 기사출고 2007.05.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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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EUCCK 법률서비스 위원장 인터뷰]"합병 리스크 적지않아…Organic Plan 선호""영국 로펌들 전면 개방 원해…진출 여부는 미지수"
7일부터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럽연합(EU)과의 FTA협상의 주요 의제중 하나가 법률서비스 시장개방 의제다.

영국계 로펌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국내 법률시장의 개방을 요구해 왔다. 미국 로펌들보다도 한국 진출에 더욱 적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 EU FTA 협상에서도 EU측은 전면적인 한국법률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권혁준 변호사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법률서비스 위원회 위원장인 권혁준 영국변호사를 만나 EU측의 입장과 영국계 로펌 등의 한국법률시장 진출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권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그가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오티스 코리아 본사에서 이뤄졌다. 세계 최대의 로펌으로 영국계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 홍콩사무소에서 7년, 김&장법률사무소에서 1년간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2004년부터 오티스 코리아의 법률고문(General Councel)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날(9일)도 한 · EU FTA협상이 열리고 있는 신라호텔로 나와 법률서비스 협상과 관련된 자문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참석하지 못했다는 권 변호사는 "EU의 입장은 한국법률시장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개방"이라고 단언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한 · 미 FTA협상결과를 떠나서 전면적인(Full Service) 시장개방이어야 한다는 게 EU나 영국계 로펌들의 생각입니다. 단계별 개방이 아닙니다."

그는 "미국 로펌들에게 제시된 이른바 2단계 개방일정의 업무제휴(Joint Venture)는 의미가 모호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지 잘 모르겠다"며, "EU에 대해선 업무제휴도 하고, 한국변호사도 고용할 수 있고, 합병도 가능한 그런 내용의 시장개방이어야 한다"고 부연해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FTA 협상 결과 미국 로펌과 미국변호사의 국내 진출을 허용하기로 했으며, 협정 발효후 2년내 한국 로펌과의 업무제휴, 협정 발효후 5년내 한국 로펌과의 동업 및 동업사무소의 한국변호사 고용이라는 단계별 개방 일정을 마련했다.



권 변호사는 또 "한미간에 합의된 분사무소 설치 등 1단계의 개방과 관련, 이미 WTO협상때 한국 정부가 제시한 내용이므로 이는 당연한 것이며, 이를 전제삼아 그 이상의 개방에 대해 논의하자는 게 EU 집행위원회의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거듭 전면적인 개방을 강조했다.

"영국계 로펌들 원스톱 숍 지향 …지역법 업무도 할 수 있어야"

그는 특히 "영국계 로펌의 경우 한국법 등 모든 분야에 관해 자문할 수 있는 원 스톱 숍(One Stop Shop)을 지향한다"며, "지역법(Local Law)에 관한 프랙티스도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영국계 로펌의 기본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예컨대 홍콩에 있는 한 영국계 로펌이 뒤를 봐 주고 있는 일본 클라이언트에게 한국법과 관련된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이 로펌의 서울사무소가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이 돼야 한다는 게 영국계 로펌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영국계 로펌들이 한국법률시장 개방후 언제 서울사무소를 열 것인지, 어떤 형태로 진출할 것인가의 각론과 관련해선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에 들어갈 것인가 아닌가는 개방 이후의 시장 상황을 봐서 결정할 겁니다. 1999년 IMF때 시장을 열었다면, 많은 영국계 로펌들이 서울에 사무소를 열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에 이익이 많이 나는 M&A 관련 일 등이 많이 줄었거든요."

그는 이어 "한국법률시장 진출은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한-중-일 동북아 시장의 전체 구도 아래서 결정될 것"이라며, "외국 로펌의 서울사무소는 한-중-일을 연결하는 동북아 시장의 진공상태(Vacuum)로 남아있던 나머지 부분을 메꿔주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진출할 때의 조직 형태에 대해서도 그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일본서도 몇십년 지나 M&A 시도"

그에 따르면 영국계 로펌 등이 한국에 진출하는 형태는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진다.

▲자체양성계획(Organic Plan) ▲제휴전략(Association Plan) ▲합병전략(Merge Plan)이 그것이다. Organic Plan은 예컨대 한국 비즈니스에 정통한 자체 변호사를 직접 양성해 그들을 중심으로 서울사무소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이에 비해 제휴전략은 한국 로펌과의 제휴를 통해, 합병전략은 한국 로펌과의 합병을 통해 또다른 실체(Entity)를 만들어 업무에 나서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 로펌들은 Organic Plan을 선호한다"며, "영국계 로펌들이 한국 로펌중 큰 데와 합병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로펌이나 변호사중에 외국 로펌이 들어오면 한국 로펌들을 합병해 집어 삼킬 것 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 로펌들은 로펌의 내부적인 문화나 윤리 등을 중시한다"며, "일본에서도 Organic Plan을 몇십년 가동한 후 M&A 등을 시도하지 않았느냐"고 소개했다.

그는 또 "로펌은 이미지가 중요한데, 업무제휴나 합병 등을 잘못해서 이미지가 손상되면 피해(Damage)가 크다"며, "로펌 합병은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외국 로펌의 합병 움직임 등에 대해 소극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채권발행, 국제 론(Int'l loan), 파생상품 등 금융 관련 분야는 영국법이 준거법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보험 · 해상이나 중재 분야도 영국법이 발달한 분야로 분류된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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