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농어촌공사가 남의 땅에 배수로 설치하고 땅까지 내놓으라며 소송냈다가 패소
[민사] 농어촌공사가 남의 땅에 배수로 설치하고 땅까지 내놓으라며 소송냈다가 패소
  • 기사출고 2020.04.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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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임료 상당 부당이득도 지급하라"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번을 착오해 80대 농부의 땅에 배수로를 설치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자 이 땅을 아예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냈으나 기각됐다. 이 농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자신의 땅을 지킬 수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저수지설치사업을 위하여, 1995년 5월 11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최 모(84)씨에게 최씨 소유의 평창군 방림면에 있는 대지 134㎡(1218-13 토지)의 대금으로 1,273,000원을 지급하고, 이 토지에 관하여 공공용지의 협의취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 토지는 이후 지목이 구거로 변경되었고, 1996년 9월 농어촌공사가 시행한 계촌지구 경지정리사업 과정에서 경지 정리되어 폐쇄되었다.

그런데 농어촌공사는 1995년경 최씨 소유의 또 다른 토지인 1218-14 토지(대지 54㎡)에 배수로를 설치하여 현재까지 이 토지를 점유 · 사용하고 있다. 이에 최씨가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달라고 요구하자, 농어촌공사는 되레 이 땅에 관하여 공공용지의 협의취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며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냈다.

농어촌공사는 "경지정리사업 과정에서 1218-14 토지를 금전청산의 방법으로 환지처분하여 폐쇄하여야 함에도, 착오로 1218-13 토지를 폐쇄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춘천지법 민사1부(재판장 신흥호 부장판사)는 그러나 2월 12일 이 소송의 항소심(2019나50387)에서 농어촌공사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최씨가 1심에서 승소한 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 공단 측이 항소심에서 무료로 최씨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1218-13 토지를 협의취득하였고, 1218-14 토지의 소유자는 여전히 피고이며, 특히 1218-14 토지에 관하여 피고의 소유권보존등기는 원고의 대위신청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작성한 지적공부정리결의서, 지출결의서, 용지매수 및 보상비 지불대장 등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1218-13 토지를 협의취득하였디고 기재되어 있을 뿐, 1218-14 토지가 협의취득 대상이라는 점에 관한 기재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적측량성과도의 공시적 효력은 없고, 따라서 원고가 1218-14 지번을 착오하게 된 경위는 원고의 내부사정에 불과하고, 피고가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으며, 나아가 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1218-14 토지의 지번을 착각하여 1218-13 토지를 협의취득의 대상으로 하고, 경지 정리하면서 폐쇄하였다는 것인데, 1218-14 토지 대신 착오로 폐쇄되었다는 토지의 위치나 면적도 특정할 수 없다"며 "원고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1995. 5. 11. 협의취득 당시 1218-14 토지가 협의취득의 대상이라는 점에 관하여 피고의 의사합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구 지적도에는 1218-13 토지와 1218-14 토지를 각 1218-12 토지와 1218-13 토지로 기재하였다가 수정한 흔적이 있고, 대한지적공사의 2994년 12월 17일자 지적측량성과도에는 1218-13 토지와 1218-14 토지를 각 1218-12 토지와 1218-13 토지로 기재하고 있다. 최씨는 협의취득 이후에도 1218-14 토지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하였고, 1218-14 토지가 협의취득의 대상이라는 농어촌공사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농어촌공사에 배수로 설치로 인한 부당이득과 1218-14 토지의 매수를 구하는 등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최씨가 1218-14 토지에 대해 임료 상당 부당이득금을 지급하라며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나50547)에서 "피고는 아무런 권한 없이 원고 소유의 1218-14 토지에 배수로를 설치하여 위 토지를 점유 · 사용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임료 상당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피고는 원고가 구하는 2009. 1. 1.부터 2018. 7. 31.까지의 1218-14 토지 임료 상당 부당이득금 1,278,536원 및 2018. 8. 1.부터 1218-14 토지의 점유상실일까지 연 165,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도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항소심에서 최씨를 대리했다.

최씨를 대리해  두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박성태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착오로 인한 사유재산 침해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어촌공사가 두 판결에 대해 모두 상고해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