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영장 겉표지만 보여준 압수수색 위법"
[형사] "영장 겉표지만 보여준 압수수색 위법"
  • 기사출고 2020.04.2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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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영장 내용 확인 요구 거부하면 위법한 압수…압수물 반환해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면서 영장 겉표지만 보여주고 그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적법한 영장 제시가 아니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4월 16일 김 모씨가 "압수품을 반환하라"며 낸 준항고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2019모3526)에서 이같이 판시, 김씨의 준항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 부천지원으로 되돌려보냈다.

김씨는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휴대전화 등을 압수당하였는데, 압수당할 당시 수사관에게 압수수색영장의 내용을 확인하게 해달라고 하였으나, 수사관이 영장의 겉표지만을 보여주었을 뿐 그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김씨가 압수처분의 위법을 주장하며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압수품의 반환을 구하는 준항고를 냈으나, "김씨가 압수 당시 직접 압수수색영장의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였더라도, 나중에 김씨의 변호인이 조사에 참여하면서 압수수색영장의 내용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영장의 적법한 제시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압수 · 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은 피압수자로 하여금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압수 · 수색이라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이 압수 · 수색영장에 필요적으로 기재하도록 정한 사항이나 그와 일체를 이루는 사항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압수 · 수색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심의 사실인정에 따르더라도 수사기관이 압수처분 당시 재항고인으로부터 영장 내용의 구체적인 확인을 요구받았음에도 압수 · 수색영장의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219조, 118조에 따른 적법한 압수 · 수색영장의 제시를 인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압수처분 당시 수사기관이 위 요건을 갖추어 재항고인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며 "압수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헌법 12조 3항 본문, 형사소송법 219조, 118조는 '수사기관이 압수 · 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압수 ·  수색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법 219조, 114조 1항 본문, 형사소송규칙 58조는 압수 ·  수색영장에 피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연월일, 유효기간, 압수 · 수색의 사유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압수 당시 피압수자가 압수수색영장의 내용 확인을 요구하면 수사기관은 영장의 내용을 확인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적법한 영장의 제시 범위 및 방법에 관한 종전의 판례를 구체적으로 재확인한 사실상 최초의 선례"라고 이번 결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사기관이 영장 내용의 확인 요구를 거부할 경우 위법한 압수가 되어 압수물을 반환해 주어야하고, 위법한 증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