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여자 나체 조각상 앞에서 성기 노출…공연음란 유죄"
[형사] "여자 나체 조각상 앞에서 성기 노출…공연음란 유죄"
  • 기사출고 2020.02.0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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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단순한 불쾌감 넘어 일반인 성적 수치심 유발"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월 16일 나체의 여자 조각상 앞에서 성기와 엉덩이를 노출했다가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이 모(48)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4056)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1심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한 사건이다.

이씨는 2017년 10월 9일 오후 8시 26분쯤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 있는 필리핀참전비 앞 길에서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성기와 엉덩이를 노출한 채 서성이다가 행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참전비에는 알몸이거나 유방을 노출한 채로 앉은 자세, 서 있는 자세 등 다양한 자세의 여인들이, 역시 알몸이거나 성기 부위만 가린 남성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부조한 조각상이 있는데, 정면에서 바라볼 때 가로 길이가 꽤 긴 직사각형 형태의 조각상이어서 조각된 여인들과 남성들이 20명 안팎의 다수이고 그 여인들의 유방, 허벅지, 엉덩이 부위 등이 상당히 입체감 있고 도드라지게 표현되어 있다. 이 사건 당시는 야간이었으나 주위의 조명 등으로 참전비 앞길은 어둡지 않았고, 다수의 사람들이 통행하고 있었다. 이씨는 재판에서 "사건 당시 소변이 마려워 소지하던 막걸리병에 소변을 본 후 팬티와 바지를 빨리 올리지 못한 것일 뿐 음란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며,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형법 245조 공연음란죄에서의 '음란한 행위'라 함은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그 행위가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경범죄 처벌법 3조 1항 33호가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 · 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성기 · 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한 행위가 있었을 경우 그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 · 정도, 노출 동기 · 경위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그것이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경범죄 처벌법 3조 1항 33호에 해당할 뿐이지만, 그와 같은 정도가 아니라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라면 형법 245조의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여성들과 아이들을 포함하여 다수의 사람들이 이 사건 당시 피고인 근처에서 통행하고 있었고 그 주위가 어둡지 않았기 때문에 통행인들은 피고인의 행위와 옷차림, 모습 등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으며, 피고인도 자신의 주변에 다수의 사람들이 통행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피고인은 당시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성기와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노출하였으며, 그 노출 상태에서 성기와 엉덩이를 가리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고, 상당한 시간 동안 그 노출 행위를 지속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그곳을 통행하던 다른 여성 4인과 아이들을 포함한 다수의 통행인은, 피고인이 성기와 엉덩이를 드러내놓은 채 나신의 여인 조각상이 있는 참전비를 바라보거나 그 주위를 서성거리는 등의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며 "피고인이 위 여인 조각상을 배경으로 그와 같이 성기와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지속적으로 노출한 행위는 충분히 선정적이고 일반 보통인의 성적 상상 내지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결국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관찰하여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해 보면, 이는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성기와 엉덩이를 노출한 행위는 그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 · 정도 · 시간, 노출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비록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 중엔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손괴하거나 타인에게 상해를 가하는 등의 행패를 부리던 자가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관에 대항하여 공중 앞에서 알몸이 되어 성기를 노출한 경우, 음란한 행위에 해당하고 그 인식도 있었다며 유죄를 선고하고(2000. 12. 22. 선고 2000도4372 판결), 요구르트 제품의 홍보를 위하여 전라의 여성 누드모델들이 일반 관람객과 기자 등 수십명이 있는 자리에서, 알몸에 밀가루를 바르고 무대에 나와 분무기로 요구르트를 몸에 뿌려 밀가루를 벗겨내는 방법으로 알몸을 완전히 드러낸 채 음부 및 유방 등이 노출된 상태에서 무대를 돌며 관람객들을 향하여 요구르트를 던진 행위도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2006. 1. 13. 선고 2005도1264 판결)가 있다. 반면 말다툼을 한 후 항의의 표시로 엉덩이를 노출시킨 행위는 무죄로 판단,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도6514 판결)가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