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승객이 두고 내린 휴대전화 사흘 보관한 택시기사 무죄
[형사] 승객이 두고 내린 휴대전화 사흘 보관한 택시기사 무죄
  • 기사출고 2020.01.0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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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통화불발은 잠금상태 오인 가능성 상당"

택시기사가 승객이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폰을 사흘간 가지고 다니다가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에 출석해 되돌려주었다. 점유이탈물횡령일까.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2월 12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김 모(55)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4469)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김씨는 2018년 2월 28일 오전 0시 25분쯤 승객 황 모씨가 택시 안에 떨어뜨려 분실한 LG G5 골드 휴대전화 1개(시가 96만원 상당)를 다른 승객으로부터 건네받아 습득했으나 이를 반환하지 않은 혐의(점유이탈물횡령)로 기소됐다. 황씨는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6차례 정도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도 보냈으나 통화 연결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분실 사흘째 되는 날에 경찰에 출석한 김씨는 택시 조수석 글로브박스 안에 있던 황씨의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김씨는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휴대전화를 돌려주려고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전화기가 특이한 건지 잠금이 열리지 않아서 전화가 걸리지 않았고, 배터리가 8% 정도 밖에 안 남아서 이발소에 들러 충전을 하려고 했는데 충전이 되지 않았으며, 그 후에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발소 주인도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가지고 있는 충전기와 맞지 않아서 충전을 하지 못했다'고 김씨의 진술에 부합하는 증언을 했다.

1심은 이같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가 인정된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하자 김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다시 한번 결론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전혀 고지 받지 못한 채 단순히 신고 접수된 것이 있으니 와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받고 2018. 3. 2. 17:00경 경찰서에 출석하게 되었는데, 출석 후 경찰로부터 사건 내용을 듣자마자 바로 (황씨의) 휴대전화기를 택시의 글로브박스에 보관하고 있다며 임의 제출하고 경찰의 피의자신문에도 응하였는데, 피고인은 경찰 피의자신문 시에 '잠금이 걸려 있는지 켜지지도 않았다', '핸드폰이 특이한 건지 잠금이 열리지 않아서 전화가 걸리지도 않았다'라는 등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고 지적하고, "만약 피고인이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면, 임의 제출된 이 사건 휴대전화기만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잠금 여부에 관하여 위와 같은 진술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이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본 주된 근거는, (황씨의)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아 피고인이 황씨의 통화시도와 문자메시지를 모두 인지하였을 것임에도 휴대전화기를 반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고 오인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여 잠금장치가 실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정이 유죄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블랙박스 영상이 모두 삭제된 점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운행한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이를 피고인이 고의로 삭제하였거나 실제 삭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을 이유로 삭제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김씨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음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어 무죄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