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규명한 의혹과 남은 과제
검찰이 규명한 의혹과 남은 과제
  • 기사출고 2006.12.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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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검찰은 장장 9개월에 걸친 마라톤 수사를 통해 규명한 가장 큰 성과는 론스타가 불법 로비를 통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여 비싼값에 팔아치우고 해외로 달아나려 한 '먹튀 자본'이었다는 점이다.

검사 20명 등 총 100여명 규모의 특별팀을 구성해 1천개 박스 분량에 해당하는 서류철을 분석하고 630여명을 소환 조사하는 매머드급 수사 끝에 건진 월척인 것이다.

하지만 론스타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를 상회하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게 된 과정의 '조각 맞추기'를 끝냈음에도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의심받았던 '이헌재 사단'과 정 ㆍ 관계 고위인사들의 외압이나 부당한 청탁 여부, 론스타의 조직적인 개입 및 금품로비 의혹은 끝내 규명하지 못했다.

◇론스타는 '먹튀 자본'…인맥 활용 로비=론스타는 외환은행 매입 1년여 전인 2002년 7월 매각자문사인 SSB 한국대표 김모씨와 하종선 변호사를 내세워 변양호전 재정경제부 국장과 이강원 전 행장과 변 전 국장에게 외환은행 매각 가능성을 타진했다.

김씨는 변 전 국장 및 김석동(현 금감위 부위원장) 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과 고교 동문이었고, 하 변호사는 변 전 국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다른 금융기관과 합작할 경우 경영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재매각 때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으로 은행 지분 51%를 확보해 단독인수 계획을 세운 뒤 인맥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관행을 철저히 이용해 접근했던 것이다.

그 결과 변 전 국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부정하게 도와준 대가로 외환은행으로부터 보고펀드에 400억 원의 출자약속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연간 7억 원 상당의 수수료 수입 및 총 수익의 20%에 해당하는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론스타 뜻대로 인수가 가능하도록 하라"는 변 전 국장의 지시로 따라 은행의 BIS 비율을 실제보다 낮게 조작해 부실금융기관으로 만든 이강원 전 외환은행도 경영고문료 등 15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환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분을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론스타에 매각하면서 3443억∼8253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스티븐 리 신병확보 땐 '몸통' 수사 재개=수사 초기 변 전 국장과 이 전행장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의혹의 시선은 '이헌재 사단'에 고정됐다.

이들은 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측 법률자문사인 김앤장 고문을 지낸 이헌재 전경제부총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부총리가 주거래 은행이 아닌 외환은행에서 주택구입 자금 1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사건의 몸통에 접근하고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30일 이 전 부총리를 한 차례 소환한 한 뒤 "더 이상 조사할 것이 없다"고 밝히는 등 사법처리 대상에서 일찌감치 제외했고 결국 '무혐의'처리했다.

검찰은 10월 하순 정책결정 라인에 있었던 진념 ㆍ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와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 권오규(현 경제부총리) 전 청와대 경제정책 수석 등 전 ㆍ 현직 고위관료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했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검찰은 '이헌재 사단'의 역할이나 헐값매각 의혹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던 고위인사들의 불법적인 개입 여부를 규명하지 못한 채 깃털에 불과할 것이라는 변 전 국장을 사실상 몸통으로 규정한 채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고위인사들이 무혐의 처리됐다고 해서 수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에 특별전담팀을 별도 편성해 외환은행 매각 관련 로비 의혹을 계속 규명하는 것은 물론 미국으로 도피한 스티븐 리는 물론 론스타 경영진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수사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로비 혐의와 관련해 일체 함구하고 있어 론스타가 고위인사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했는지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스티븐 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진상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론스타 조직적 개입 ㆍ 로비 의혹 규명은 숙제=론스타가 김석동 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과 변 전 국장 등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한 것도 검찰수사의 성과 중 하나이다.

론스타측 로비스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SSB 대표 김씨와 하 변호사는 이들에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수차례 했고, 정 ㆍ 관계에 다리를 놔준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팀을 기존 20여명에서 100여명 규모로 확대하고 광범위한 소환조사, 계좌추적을 진행한 결과 변 전 국장이 단순증자를 가장해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작심한 뒤 이강원 전 행장과 공모해 헐값에 매각한 사실을 찾아냈다.

변씨는 그 대가로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보고펀드에 400억원을 출자하겠다는 외환은행측 약속을 받았다.

검찰은 그 동안 로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진력했지만 론스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변 전 국장의 윗선에 로비를 했는지, 로비 대상을 지목해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

소환 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엘리스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고문 등 론스타 경영진, 인수 조건과 자격 승인 문제 해결에 나섰다가 일찌감치 미국으로 도피한 스티븐 리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로비 의혹을 끝내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헐값매각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양천식(현 수출입은행장) 전 금감위 상임위원과 김석동(현 금감위 부위원장) 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참고인 중지 처분을 받았다.

스티븐 리 등의 신병만 확보하면 론스타가 은행 매각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고위인사들을 지목해 로비를 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재개돼 로비의혹 규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심규석 기자[ks@yna.co.kr] 2006/12/07 10: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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