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생신청하면 불법행위"
[민사]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생신청하면 불법행위"
  • 기사출고 2019.09.0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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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출금 채무 기한의 이익 상실액 등 배상하라"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가 이사회 결의가 없어 각하되어 확정됐다. 법원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대표이사의 회생절차 신청은 불법행위라며 회사에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8월 14일 토목공사업체인 D사의 전 대표이사인 이 모씨가 "퇴직금 1억 9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04463)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이씨의 퇴직금 채권 중 이씨의 불법 회생절차 신청으로 인한 D사의 손해배상채권과 상계되고 남은 나머지 퇴직금 9900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청신이 1심부터 상고심까지 이씨를 대리했다. D사는 법무법인 리우가 대리했다.

이씨는 D사 대표로 재직 중이던 2016년 8월 이사회 결의 없이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으나 이사회 결의가 없음을 이유로 법원에서 각하되어 확정됐다. 이후 대표에서 해임된 이씨가 퇴직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회사는 "이씨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퇴직금과 손해배상금을 상계해야 한다고 맞섰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D사는 이씨에게 퇴직금 1억 98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도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이씨는 회사에 대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며 회사에 손해액 1억 37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다만 민사집행법 246조 1항 5호는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채권'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씨의 퇴직금채권 중 절반인 9900여만원만 상계하고, 압류가 금지된 나머지 절반 9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의 회생절차개시신청으로 대출금 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여 D사가 건설공제조합에 추가로 부담하게 된 이자 41,396,191원, 현대증권에 추가 부담하게 된 지연손해금 76,637,995원, 회생절차개시신청으로 인해 건설공제조합이 D사와 맺고 있던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전기요금보증계약 8건을 해지, D사가 한전이 요청한 보증금을 추가로 융통하여 지급한 데 따른 금융이자 상당액 3,736,269원 등을 합쳐 이씨가 D사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대법원도 "상법 393조 1항은 주식회사의 중요한 자산의 처분과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권한이 있음을 밝히고 있으므로, 주식회사의 중요한 자산의 처분이나 대규모 재산의 차입행위뿐만 아니라 이사회가 일반적 · 구체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위임하지 않은 업무로서 일상 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회사는 회생절차를 통하여 채권자 · 주주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할 수 있으나(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1조), 회생절차 폐지의 결정이 확정된 경우 파산절차가 진행될 수 있는 등(6조 1항) 회생절차 신청 여부에 관한 결정이 주식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고, "주식회사에서의 이사회의 역할과 주식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의 효과 등에 비추어 보면 주식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대표이사의 업무권한인 일상 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여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주식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할 경우 개시결정 전에도 그 신청사실은 금융위원회와 감독행정청 등에 통지되고, 법원의 보전처분을 통해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한 처분권한이 통제되는 등 채무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또 주식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이를 이유로 한 계약의 해지 및 환취권 행사 등으로 인하여 회사의 영업 또는 재산에 상당한 변동이 발생하게 되며, 본래 주식회사의 업무집행권은 대표이사에게 부여되고, 정관이나 법률이 정한 사항 내지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등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주주총회 내지 이사회가 가지고 있으나,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주식회사의 업무수행권과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고, 관리인이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 일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회사의 경영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대법원은 "피고의 대표이사였던 원고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대표이사의 일상 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므로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 하에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