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뇌출혈 환자를 취객으로 오인해 귀가시킨 응급실 의사, 업무상 과실치사 유죄
[의료] 뇌출혈 환자를 취객으로 오인해 귀가시킨 응급실 의사, 업무상 과실치사 유죄
  • 기사출고 2019.08.0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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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CT 안 찍고 뇌출혈 가능성 설명 안 해"

뇌출혈 증상을 보이는 응급 환자를 단순히 술에 취한 것으로 판단해 귀가시켜 사망케 한 병원 응급실 당직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유죄가 인정됐다. 법원은 특히 이 판결에서 응급실 당직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상세한 판단을 제시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7월 25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통영시에 있는 한 병원의 응급실장 박 모(40)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3268)에서 박씨의 상고를 기각,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씨는 2014년 5월 6일 응급실 당직근무 중이던 오전 1시 36분쯤 119구급차에 의해 응급실로 후송되어 온 A(당시 45세)씨가 코피가 나 있는 상태이고, 화장실로 이동하여 소변기에 대변을 보고 바닥에 토하며 바닥에서 뒹굴고, 오른쪽 눈에 멍이 들어있고 부풀어 올랐으며, A씨를 휠체어에 태웠으나 미끄러지면서 내려앉는 등의 뇌출혈 증상을 보였는데도, A씨의 부인이 응급실에 도착하자 "남편이 술이 많이 취해서 치료를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남편을 집에 데리고 가서 술이 깨면 병원으로 데리고 오세요"라고 말했고, A씨의 부인은 같은날 오전 4시쯤 김씨를 데리고 귀가했다. 이후 A씨의 부인이 오후 5시쯤 퇴근하여 보니 A씨가 숨을 거칠게 쉬고 있어 119 구급차를 불러 (박씨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A씨는 오후 5시 51분쯤 두개골 외상에 의한 뇌출혈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박씨는 업무상 과실로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A씨가 술에 만취되어 진료를 할 수가 없는 상태여서 보호자에게 술에서 깨면 데리고 오라고 하고 귀가 조치시켰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가 "공소사실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며 박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박씨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의사인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응급실에 내원한 경위, 당시의 증상, 응급실 내에서 보인 증세와 상태를 제대로 진찰하였더라면 피해자의 두개골 골절 또는 뇌출혈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이는 피고인이 구급대원이나 보호자로부터 응급실에 내원하게 된 경위나 수상 부위 등에 대하여 제대로 고지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피고인이 신경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라거나 이 진료가 응급실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여 의사로서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를 달리 보아야 할 근거가 없는 점, 비록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일반적인 주취자의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고, 피고인으로서는 주취상태에서 CT 촬영을 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뇌출혈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CT 촬영이 가능한 상태에 이르도록 노력하였어야 하는 점, 만약 곧바로 CT 촬영 등을 시행할 수 없는 상태여서 부득이 퇴원 조치를 하는 경우라면, 보호자로 하여금 뇌출혈 가능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피해자가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 즉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응급실에 실려 왔다가 퇴원하기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 피해자에 대하여 아무런 치료행위나 처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단순 주취자로만 판단하여 CT 촬영 등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아니하였으며, 보호자로 온 피해자의 부인에게 '술이 취해 치료할 수 없으니 술이 깨면 오라'고만 하여 뇌출혈 가능성에 대하여는 아무런 설명 없이 퇴원하도록 조치한 점, 피해자는 뇌출혈 증세를 보인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구급차를 통해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병원에서 퇴원한 때로부터 약 13시간 후에 사망에 이르렀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도 '최초 병원 내원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만약 피고인이 이와 달리 당직의사로서 피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처치를 하거나 적어도 보호자에게 피해자의 두개골 골절 또는 뇌출혈 가능성을 설명하여 주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환자의 구체적 증상, 상황에 대하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CT 촬영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보호자에 대하여 뇌출혈 가능성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아니한 채 퇴원하도록 함으로써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러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 박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의료사고를 낸 의사의 과실 인정과 관련, "의사가 진찰 ·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 · 신체 ·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조치 등을 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