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당일 출근 버스기사에 지급한 담배값, 장갑대 등 일비도 통상임금"
[노동] "당일 출근 버스기사에 지급한 담배값, 장갑대 등 일비도 통상임금"
  • 기사출고 2019.06.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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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복리후생비 아닌 근로의 대가"

버스회사에서 당일 출근한 운전기사들에게 지급한 담배값, 장갑대, 음료수대 등 '일비'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복리후생비가 아닌 근로의 대가로 보아야 하고,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한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4월 23일 충남 예산군에 있는 Y버스회사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한 후 퇴직한 박 모씨가 "상여금, 승무수당, 근속수당, 일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퇴직금과 기지급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4다27807)에서 이같이 판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한밭 법무법인이 상고심에서 Y버스회사를 대리했다.

1993년 4월 Y사에 입사한 박씨가 2011년 8월 퇴직하자, Y사는 노사간 단체협약에 따라 임금협정서상 일당 82,980원을 통상임금으로 보아 박씨에게 퇴직금 4700여만원을 지급했다. 단체협약에는 "통상임금을 일당액으로 한다. 회사는 퇴직하는 종업원에게 통상임금 30일분을 1년분의 퇴직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박씨가 "승무수당, 근속수당, 일비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미지급 퇴직금 2700여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Y사는 당일 출근하는 운전기사들에게 담배값 2500원, 장갑대 1000원, 음료수대 2500원, 청소비 1000원 합계 7000원의 일비를 지급했다. 박씨는 항소심에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청구액을 3600여만원으로 늘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승무수당, 근속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보았으나, 일비는 복리후생비에 해당하여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 Y사가 박씨에게 추가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1400여만원으로 한정했다. 또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상여금을 포함하여 계산한 통상임금에 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게 된다면 피고회사로서는 커다란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상여금을 포함한 추가 퇴직금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피고는 노사 협의에 따라 실제 경비로 사용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근로를 제공한 소속 운전직 근로자 모두에게 일비를 지급하였고, 실제 경비로 사용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피고가 일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일비는 운전직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관련하여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일 출근하는 운전직 근로자들은 일률적으로 일비를 지급받았고,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근무일에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일비를 지급받는 것이 확정되어 있었다"며 "복리후생비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일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일비는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한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킴으로써 추가 퇴직금 등을 지급한다고 하여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그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추가 퇴직금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원고의 추가 퇴직금 청구액은 약 3600만원 상당에 불과한데, 이는 피고의 연 매출액 약 40억원의 약 0.9%, 피고의 자본금 5억 3000만원의 약 6.7%에 불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이 사건에서 구하는 금액을 지급한다고 하여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원심 변론종결일 이전에 수년간 계속하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는 매년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을 유지해 오면서 영업손실액 상당의 보조금을 받아 온 한편,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것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결국 추가 퇴직금 등의 지급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일비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