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자가용 승용차로 카풀 영업했다고 90일 운행정지 위법"
[행정] "자가용 승용차로 카풀 영업했다고 90일 운행정지 위법"
  • 기사출고 2019.05.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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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운전자 경로와 일부 중첩…운행 이익 과다하지 않아"

자가용 승용차로 출퇴근 동선을 벗어나 '카풀' 영업을 한 운전자에게 90일의 운행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카풀 서비스를 통한 공유경제의 확산은 세계 경제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이에 대한 행정당국의 명확한 운영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배광국 부장판사)는 4월 3일 카풀 영업을 했다가 90일의 운행정지처분을 받은 이 모씨가 인천 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운행정치처분 취소소송의 항소심(2018누58129)에서 이같이 판시, "90일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위반 운행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현대 아반떼 차량을 리스하여 운행해온 이씨는 2017년 4월경 스마트폰 카풀 어플리케이션에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이 차량을 등록했다. 이씨는 4월 14일 오후 6시 41분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이 카풀앱을 통해 카풀을 신청한 회원을 차량에 승차시켜 서울역까지 운행한 후 카풀앱으로부터 2753원을 정산 받는 등 같은 방식으로 5월 22일까지 약 40일간 98회의 운행을 하고 카풀앱으로부터 1,633,483원을 정산받았다. 이에 부평구청이 11월 27일 이씨가 출퇴근 동선이 아닌데도 자가용 유상운송을 했다며 12월 9일부터 2018년 3월 8일까지 90일의 운행정지처분(최초 처분)을 내리자 이씨가 소송을 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81조 1항은 자가용자동차의 '유상 운송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1호)' 등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를 어긴 경우 관할 지자체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자동차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이씨는 운행정지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내면서 집행정지신청을 함께 냈다. 1심법원은 이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1심판결 선고시까지 집행정지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진행된 본안소송에서 2018년 7월 5일 A씨의 청구가 기각되자 A씨가 항소했다. 1심에서 승소한 부평구청은 7월 31일 이씨에게 다시 8월 11일부터 11월 8일까지 90일의 운행정지처분(이 사건 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씨가 항소심에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청구를 변경했다.  

이씨는 재판에서 "미군기지를 상대로 펌프, 모터 등 시공에 필요한 부속 공급 및 수리 업무와 보험상담 및 판매업무의 2가지 일에 종사하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카풀 영업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원고는 서울 용산구에 있는 거주지에서 미군부대를 상대로 납품을 하거나,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회사 소속으로 보험상담업무 등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 사건 운행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오히려 이 사건 운행은 원고의 거주지나 근무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 관악구에 있는 커피숍을 출발지로 하여 모 아파트를 도착지로, 안성의 초등학교를 출발지로 하여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를 도착지로 하는 등 거주지와 근무지 사이의 통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곳에서 행하여진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이 사건 운행은 여객자동차법 81조 1항 1호의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운행정지처분의 처분사유는 존재한다고 보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운행정지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초 처분에서 정한 운행정지기간 90일은 1심법원의 집행정지결정이 피고에게 고지된 2017. 12. 18.이 되기 전까지 그중 9일이 진행되었고, 1심법원이 명한 집행정지의 종기인 1심판결 선고일의 다음날인 2018. 7. 6.부터 운행정지기간이 다시 진행되었는데, 그로부터 26일이 경과한 날인 2018. 7. 31. 피고는 최초 처분의 집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초 처분과 동일한 원인사실인 이 사건 운행을 이유로 재차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고 지적하고, "최초 처분에 기한 운행정지기간 90일 중 35일(9일+26일)이 이미 경과한 상태에서 피고가 동일한 원인사실인 이 사건 운행을 이유로 동일한 기간인 90일의 운행정지를 명함으로써, 원고에게는 합계 125일(35일+90일)의 가중된 운행정지처분이 내려진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가입한) 카풀앱은 출근시간(오전 5시∼오전 11시) 및 퇴근시간(오후 5시∼새벽 2시)에만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시간의 제한을 두고 있고, 하루 이용 횟수도 제한하는 등 이용자들이 출퇴근 이외의 목적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운행시간은 이용자들이 쉽게 택시를 잡기 어려운 퇴근 시간대나 심야 시간대이고, 원고가 이용자들을 태우고 운행한 경로는 원고의 최초 출발지에서 최종 도착지까지의 경로와 일부 중첩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약 40일의 기간 동안 운행하여 1,633,483원을 정산 받았는데, 운행으로 인하여 얻은 이익이 매우 과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가 카풀 서비스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않고 있는 현실도 꼬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통한 공유경제의 확산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세계 각국 경제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며, 이를 통한 자원의 절약, 배기가스의 감소,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는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한편 신사업의 도입 과정에서는 행정 당국에 의한 새로운 사업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운영기준의 설정과 기존 사업자와 사이의 적극적인 이해관계의 조정 등이 요구되는바, 이 사건 처분은 이러한 조치가 지연되거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