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신고 받고 허락 없이 들어온 경찰관 때렸어도 무죄"
[형사] "신고 받고 허락 없이 들어온 경찰관 때렸어도 무죄"
  • 기사출고 2019.04.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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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적법한 공무집행 아니야"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듣고 출동한 경찰관이 영장 없이 집에 들어가 사건 경위를 추궁하던 중 피고인이 소리를 지르며 주방에 있던 빈 유리병을 경찰관에게 던지고 때렸다. 공무집행방해일까.

대구지법 형사1부(재판장 최종한 부장판사)는 3월 26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M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4026)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관들이 영장을 소지하지 아니하고 현행범인이나 준현행범인으로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상황에서 허락 없이 집에 들어가 사건 경위를 추궁하다가 일어난 일이어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무죄라는 것이다.

M씨는 2017년 12월 4일 오전 7시 35분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사건 경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너것들이 뭐냐"라고 소리를 지르며 주방에 있던 빈 유리병 1개를 경찰관을 향해 던지고 주먹으로 이 경찰관의 오른쪽 뺨과 턱 부위를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고 있다는 취지의 112신고를 받고 경찰관들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였을 당시에는 싸우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고, 초인종을 수회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이에 A경찰관이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하여 신고 내용을 확인하였는데, 신고자는 통화 도중에도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하여 A경찰관이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하려하자 '내가 왜 이야기를 해야 되느냐'는 식으로 따져 더 이상 대화를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A경찰관은 통화를 하며 신고자가 술에 취해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와중에 B경찰관이 현관문을 열어보자 현관문이 열려 M씨의 허락 없이 아파트에 들어갔고, A경찰관도 통화를 마친 후 B경찰관을 따라 M씨의 허락 없이 아파트에 들어가 A, B경찰관이 M씨와 현관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이후 M씨의 아파트 내 현관문 앞에서 경찰관과 M씨 사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집 안에 문제가 없느냐', '누구냐, 당신들 누구냐'는 취지의 대화가 수 회 오갔으며, 이후에도 경찰관들은 M씨의 집에서 퇴거하지 않은 채 M씨의 범죄 여부를 추궁하는 취지의 대화를 하던 중, M씨가 유리병을 집어 들고 던지려는 시늉을 2, 3번 하자 A경찰관이 집 안으로 들어가 이를 제지하려고 하였고, 그 찰나에 M씨가 유리병을 던지며 A경찰관에게 왼손 주먹을 휘두르면서 폭행이 일어났다.

폭행 당시 M씨의 주거지 내에는 M씨와 M씨의 어머니 2명만 있었고, M씨는 해체성 조현병을 앓고 있어 종종 혼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는데, 이웃은 이를 다툼으로 오해하기도 하였다.

검사는 다음날 '112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고 범행이 발생하고 있거나 그 직후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경찰관이 임의로 주거지에 임장하여 정신병을 앓고 있는 피의자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영장신청을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①경찰관들은 당시 피고인에 대한 영장을 소지하거나 이를 제시한 적이 없고, ②당시 피고인의 주거지를 범행 직후의 장소로 볼 만한 사정이 없었으며 더욱이 압수 · 수색 · 검증에 대한 사후 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고, ③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주거지 앞에 도착했을 때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고, 이는 '지금도 다투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신고자의 신고 내용과 달랐으며, 신고자가 A경찰관의 신원 파악 요청에 불응하는 등 신고의 진정성 자체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으므로 신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여 인명 ·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이고, 그 외에 피고인의 방문 요청이나 주거지 출입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따라서 경찰관들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주거지에 임의로 출입한 것은 법률에서 정한 강제처분의 요건 또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적법한 공무집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에 대항하여 경찰관들에게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7조에 의하면, 경찰관은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여 인명 ·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그 위해를 방지하거나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하여 부득이하다가 인정할 때에는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다른 사람의 토지 · 건물에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경찰방문 및 방범진단규칙 5조에 의하면, 경찰방문은 방문요청이 있거나 경찰서장 또는 지구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실시할 수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