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전화로 보험 가입하며 암 수술 사실 알리지 않았다면 보험금 못 받아"
[보험] "전화로 보험 가입하며 암 수술 사실 알리지 않았다면 보험금 못 받아"
  • 기사출고 2019.01.16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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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고지의무 위반 이유 계약 해지 적법"

전화로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모집인에게 과거에 암에 걸려 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법원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는 최근 현대해상화재보험이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박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7나2055603)에서 박씨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박씨는 2014년 1월 20일 전화로 상해후유장해와 질병후유장해, 상해사망 등을 담보해주는 현대해상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전화 가입 과정에서 현대해상의 보험모집인은 박씨에게 "최근 5년 안으로 입원, 수술, 제왕절개 또는 계속해 7일 이상 치료 또는 계속해 30일 이상 투약 받은 적 있으세요?"라고 물었고 박씨는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박씨는 "최근 5년 안에 암이나 백혈병, 협심증, 심근경색 등으로 질병확정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입원, 수술, 투약받은 적 있으세요?"라는 질문에도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박씨는 보험계약 체결 3년 전인 2011년 7월 7일 오른쪽 위턱 악성 법랑모세포종(암의 일종)으로 수술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 보험모집인은 계약 체결 당시 박씨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과 관련한 질문에 허위 또는 거짓으로 대답하는 경우에는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상이 되지 않고 보험계약이 해지되니 유의하기 바란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박씨는 이를 이해했다는 취지로 "예"라고 답했다.

박씨는 보험 가입 9개월 후인 2014년 10월 법랑모세포종이 재발해 수술을 받은 후 언어 · 저작장애 등의 후유장애가 발생하자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현대해상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박씨에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우편을 보내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의 나이는 만 53세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기억능력에 어떠한 장애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않고, 피고 스스로 계약 체결 당시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에 보험모집인의 계속되는 질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답변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이미 건강과 관련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피고로서는 원고 보험모집인으로부터 이와 같은 건강이나 질병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면 피고가 알고 있는 피고의 병력에 관해 사실대로 원고 보험모집인에게 고지했어야 할 것임에도, 현저한 부주의로 인해 2011. 7. 7. 받은 수술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보이므로, 피고에게는 적어도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계약은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원고의 해지권 행사로 해지되었다"고 밝혔다. 상법 651조 본문은 "보험계약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박씨가 현대해상과 맺은 보험계약의 약관에서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박씨는 재판에서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모집인이 과거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지 않았거나 내가 이를 사실대로 고지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과거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거나 이를 사실대로 고지하지 않게 했거나 부실한 고지를 권유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 보험모집인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피고가 과거 병력을 고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설령 원고 보험모집인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부정확했다고 할지라도 피고가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대답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 보험모집인이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병력을 고지할 기회는 제공되었다 할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할 의무를 위반했다 할 것이고, 피고의 이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원고가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2015. 11. 23.자 내용증명우편이 2015. 11. 25. 피고에게 도달했으므로, 보험계약은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원고의 해지통보에 의해 2015. 11. 25.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며 "따라서 이 보험사고와 관련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원고의 보험금 지급채무의 존부에 관해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