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고양시에서 구리시까지 회사차로 출퇴근하며 동료들 동승시켜 출퇴근 도와…출퇴근 시간도 업무시간"
[노동] "고양시에서 구리시까지 회사차로 출퇴근하며 동료들 동승시켜 출퇴근 도와…출퇴근 시간도 업무시간"
  • 기사출고 2018.12.2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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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산재 판단 때 고려해야"

회사 차량으로 출퇴근하며 동료 직원들도 동승시켜 출퇴근을 도와왔다면 출퇴근 시간도 업무시간으로 보아 이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과로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12월 5일 작업을 마치고 회사 차량으로 귀가 중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심부전으로 숨진 A(사망 당시 만 57세)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누57973)에서 이같이 판시, "유족 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03년 B사에 입사해 현장팀장으로서 하수도공사 사전검사, 현장소장 등의 업무를 수행한 A씨는 2016년 3월 16일 오후 6시쯤 작업을 마치고 팀원인 동료 근로자 2명을 태우고 회사 차량을 운전하여 귀가하던 중 가슴이 아프고 이마에 땀이 나는 증상을 호소해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A씨는 관상동맥 조영술상 좌전하행동맥 만성 폐색 소견 등이 있어 스텐트 삽입술과 대동맥 내 풍선 펌프 삽입 치료 등을 받았으나 상태가 점차 악화되어 나흘 후인 3월 20일 결국 숨졌다. A씨에 대한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은 심부전, 급성 콩팥기능상실, 중간선행사인과 선행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A씨는 기초질환으로 고혈압이 있어 상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A씨의 배우자는 "A씨가 회사의 지시에 따라 회사 차량을 하루 평균 2시간 45분 가량 운전해 동료 근로자들을 출퇴근시켰던바, 이와 같은 출퇴근 시간을 합해 산정한 업무시간에 의하면 A씨는 만성적인 과로 상태에 있었다"며 "A씨의 업무와 A씨의 상병 및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고양시에 살았던 A씨는 회사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하면서 인근에 거주하는 팀원인 동료 근로자 2명을 태우고 다녔다. 통상 오전 5시 50분쯤 집에서 나와 5~10분 거리에 사는 동료 직원 2명을 태우고 오전 7시쯤 구리시에 있는 회사 컨테이너 사무실로 출근하여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장비를 챙겨 다시 회사 차량인 스타렉스에 탑승하여 서울시나 다른 지자체로부터 수주받은 하수도 공사 현장에 오전 7시 30분~8시쯤에 도착했다. 퇴근할 때는 다시 현장사무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장비를 보관한 후 출근할 때 같이 온 동료 2명을 태워 퇴근했다. 출근 시에는 1시간 10분 정도가, 퇴근 시에는 1시간 내지 2시간이 소요되어, 출퇴근 시간을 합하면 대략 2시간 45분이 소요됐고, 차량의 관리 문제 등으로 A씨가 지속적으로 운전을 담당했다. 

재판부는 "B사의 업무는 작업환경이 열악해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A씨는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인근에 거주하는 근로자 2명(둘 다 A씨보다 나이가 많다)을 태우고 하루 평균 2시간 45분 가량 회사 차량을 운전하여 출퇴근해 왔으며, 이는 자기 차량을 이용해 단독으로 출퇴근하며 본인의 피로도나 건강상태에 따라 대중교통 등 다른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는바, 출퇴근 과정 역시 업무의 일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2시간 45분의 출퇴근 시간을 업무시간에 포함시켜 계산해 보면, 급성심근경색 발병 전 1주 동안의 A씨의 주당 업무시간은 73시간 30분, 발병일 이전 4주 동안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약 64시간 11분, 12주 동안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약 45시간 37분에 이르고, 이는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의 일차적인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발병 전 4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하는바, A씨는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노출되어 있었으므로 A씨의 업무와 상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A씨가 잦은 민원, 자격증 취득, 승진누락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와 같은 원인이 A씨의 과로와 결합해 상병의 발병에 있어서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고혈압에 대해서도, "A씨가 2008. 5.경부터 고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해 일시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161mmHg, 이완기 혈압이 90∼100mmHg 정도로 상승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수축기 혈압이 120∼130mmHg, 이완기 혈압이 80∼90mmHg 상태를 유지해 왔고, A씨의 사망 두 달 전인 2016. 1. 25. 혈압이 150/90mmHg이었으나, 사망 한 달 전인 2016. 2. 5. 혈압은 130/90mmHg으로 정상수치를 보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A씨의 고혈압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A씨의 고혈압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 하더라도,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인바, A씨가 단기간 동안 또는 만성적으로 과로와 업무상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러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A씨의 고혈압 등 기존의 병변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상병이 발병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상병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A씨가 사망했다고 판단되어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