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정년퇴직 앞둔 상사에 '98만원 상당 금 열쇠' 선물…청탁금지법 위반 아니야"
[행정] "정년퇴직 앞둔 상사에 '98만원 상당 금 열쇠' 선물…청탁금지법 위반 아니야"
  • 기사출고 2018.08.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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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1인당 5만원씩 갹출 …사교 목적 해당"

태백시청 공무원 20명이 1인당 5만원씩을 갹출해 마련한 98만원 상당의 금 열쇠를 정년퇴직을 앞둔 상사에게 퇴직 기념품으로 선물했다. 법원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청탁금지법의 적용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다.

춘천지법 행정1부(재판장 성지호 부장판사)는 8월 21일 금 열쇠를 건넨 태백시청 공무원 A씨가 "이같은 행위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50612)에서 "태백시장에 대하여 징계처분 요구 대상자를 A씨로 하여 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등 태백시청 공무원 20명은 2016년 12월 19일 정년퇴직을 앞두고 2017년 1월 1일자로 공로연수를 가게 된 과장 B씨의 전별 회식에서 B씨에게 98만원 상당의 금 열쇠와 2만원 상당의 꽃다발을 퇴직 기념품으로 선물했다. 당시 A씨 등은 1인당 5만원씩을 갹출해 마련한 100만원으로 기념품을 준비했다. 

2016년 9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 벌어진 이 일은 곧바로 국민권익위에 신고됐다. 국민권익위는 A씨 등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춘천지법 영월지원에 과태료 처분을 요청하고 이듬해인 2017년 3월에는 강원도에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강원도가 이 내용을 태백시에 통보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가 근무하는 태백시청에는 퇴직자(공로연수 대상자 포함)가 있는 경우 직원들이 5만원씩 갹출하여 약 100만원을 마련한 뒤 그 금액 범위 내에서 금 열쇠를 선물해 오는 관행이 있었고, B 외에도 여러 사람이 관행에 따라 기념품을 선물 받았으며, 원고 등은 B에 대한 공로연수가 확정된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돈을 갹출하였고, 원고 등을 비롯한 직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금 열쇠 1개와 꽃다발을 B에게 전달하였다"고 지적하고, "이 기념품은 원고 등이 한 사람당 5만원씩 갹출하여 마련한 돈으로 구매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이 한 사람당 5만원 상당의 선물을 B에게 제공하였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고, 이와 같이 볼 경우 원고가 B에게 제공한 선물은 청탁금지법 8조의 '수수가 금지되는 금품등'에서 제외되는 선물(사교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로서 가액이 5만원 이하인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나아가 기념품의 가액이 사회상규에 반할 정도로 과다하다거나, 원고의 행위가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정도에 이르렀다거나, 청탁금지법의 목적(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없다"며 "기념품은 태백시청에서 원고 등과 함께 근무하였던 B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가는 것으로 확정됨에 따라, B가 오랜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퇴임하는 것을 기념하는 명목으로 제공된 것으로서, 원고가 B에게 기념품을 전달한 것은 사교 목적으로 선물을 제공하는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에 해당하여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A씨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A씨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과태료 사건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도 지난 6월 1일 A씨 등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