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리비아 발전소 건설현장에 파견됐다 숨져…산재보험 적용 불가"
[노동] "리비아 발전소 건설현장에 파견됐다 숨져…산재보험 적용 불가"
  • 기사출고 2018.07.2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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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국내 사업장 소속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리비아 발전소 건설현장에 파견된 근로자가 근무 중 뇌수막염에 걸려 사망했다. 법원은 이 근로자가 국내 본사에서 급여를 받았더라도 국내 사업장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산재보험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7월 5일 D건설사 해외파견 근로자로 일하다가 사망한 이 모(사망 당시 51세)씨의 배우자가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60410)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2년 11월 D건설사와 해외기능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D건설사 리비아 발전소 건설현장에서 반장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2013년 11월 8일 갑자기 두통과 설사 증상을 보이다가 의식을 잃고 쓰려져 현지 병원으로 이송된 후 그곳에서 뇌수막염 진단을 받은 데 이어 사흘 후인 11월 11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그해 12월 사망하였다. 이에 이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D사는 해외파견자에 대한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해외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해외근재보험)을 가입하여 해외파견자가 업무상 사고(질병) 시에 산재보험과 동일한 보상을 하고 있으므로, 이씨는 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D사는 보험회사와 해외기능직 근로자들에 대한 해외근재보험 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이씨가 사망한 후인 2014년 9월 이 보험회사에 청구해 2874만 6600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D건설사의 해외기능직으로 채용되어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해외현장에서 근무하였는데, 현장 업무가 종료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면 이씨와 D건설사 사이의 근로계약은 종료되었다. 이씨는 해외현장의 업무가 종료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등의 사정이 생기면 퇴직하였다가 현장 파견의 필요성이 있으면 재입사하는 형식으로 근무하여 왔기 때문에 이씨와 D건설사 사이의 고용관계엔 단절된 기간이 있다. D건설사는 리비아 발전소 건설현장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바 없고, 이씨에 대한 급여는 본사에서 일괄 지급하였으나, 이씨의 출퇴근 등 복무관리, 인사와 노무관리는 건설현장에서 관리하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9두22829)을 인용,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이 법 6조에서 말하는 사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내에서 행하여지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국내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사업주와의 사이에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성립한 근로자가 국외에 파견되어 근무하게 된 경우에 그 근무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보았을 때 단순히 근로의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국내의 사업에 소속하여 당해 사업의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근무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경우에는 국내 사업의 사업주와의 사이에 성립한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여전히 유지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게 되나, 그 밖에 이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국외파견 근로자에 대하여는 산재보험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1986년경 이후로 D건설사와 여러 차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모두 해외파견이나 특정 프로젝트와 관련한 인력의 필요에 따라 계약직으로 고용되어 업무를 수행하였고 해당 업무가 종료되면 그와 동시에 이 회사와의 근로계약도 종료되었으며, 이씨가 리비아 발전소 건설현장에 파견되기 직전에도 회사와의 종전 근로계약은 종료된 상태였다"며 "이씨와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에서 계약기간이 현장에서의 업무 종료일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 이씨가 이전에 회사의 프로젝트 계약직, 해외기능직으로 근무하였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프로젝트가 종료되거나 파견현장에서의 업무가 종료되면 회사에서 퇴직하여 왔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씨가 현장에서의 업무 종료 후 회사의 국내 사업장으로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에 대한 급여를 회사에서 직접 지급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회사가 해외기능직에게 적용되는 해외사업장 취업규칙을 따로 두고 있는 점, 해외기능직 근로계약서에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현장소장이 서명하도록 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급여가 회사에서 직접 지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씨가 회사의 국내 사업장에 소속되어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더욱이 회사가 이씨에 대하여 국내 사업장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상시적으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다거나 인사관리를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이씨의 출퇴근 등 복무관리, 인사와 노무관리는 모두 현장에서 관리하였다"며 "이씨는 D사가 한국 밖의 지역에서 행하는 사업에 근로시키기 위하여 파견한 해외파견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D사가 달리 피고에게 이씨에 대한 보험가입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은 바 없는 이상 이씨의 사망에 대하여는 산재보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