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회칼 소지했다고 무조건 우범자 처벌 불가"
[형사] "회칼 소지했다고 무조건 우범자 처벌 불가"
  • 기사출고 2018.03.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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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폭처법 범죄 사용 의도 증명돼야"
회칼 등을 소지하고 있었더라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범죄에 사용할 의도가 증명되지 않는다면 같은 법상 우범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월 28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처벌법상 우범자 혐의로 기소된 고 모(27)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20980)에서 이같이 판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우범자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고씨는 2017년 6월 9일 오전 10시 30분쯤 경남 진주시 장대동에 있는 중앙시장에서 칼날 길이 25㎝인 회칼 1자루와 칼날 길이 10㎝인 식칼 1자루를 구입해 휴대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우범자)로 기소됐다.

고씨는 이어 오전 11시 5분쯤 후배가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하여 이동하던 중 후배가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단속되자 경찰관에게 "한 번 눈 감아 달라"고 부탁 했으나 거절당하자 무릎 위에 두었던 회칼을 보여주면서 욕설을 하고, 겁을 먹은 경찰관이 자리를 떠나 인도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승용차에서 내려 경찰관을 뒤따라가 회칼을 겨누며 "뒤지고 싶냐. 사람 봐 가면서 해라. ***아"라고 말했다. 또 이를 목격한 다른 경찰관이 고씨를 제지하려 하자 "니는 몇 살이고, ***아"라고 말하며 회칼을 겨누며 마치 그를 찌를 듯한 태도를 보인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은 고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은 다만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고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폭력행위처벌법상 우범자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폭력행위처벌법 7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 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제공 또는 알선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은 집단 또는 상습 및 특수폭력범죄 등을 저지를 우려가 있는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법률 제정 시부터 현재까지 실질적인 내용의 변경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왔고, 이러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우범자)죄는 대상범죄인 '이 법에 규정된 범죄'의 예비죄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전제하고, "폭력행위처벌법 7조에서 말하는 '이 법에 규정된 범죄'라고 함은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검사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폭력행위처벌법 7조에 해당함을 이유로 기소했으나,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폭력행위에 공용될 우려가 있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인이 폭력행위처벌법 중 어떠한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회칼 등을 휴대하였는지에 관하여는 기재가 없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당시 회칼 등을 소지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소지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은 가정환경 등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을 하기 위하여 구입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을 뿐이고 구체적으로 폭력행위처벌법 중 어떠한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회칼 등을 소지했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나아가 기록에 비추어 보아도 당시 피고인에게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를 실제로 범할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6. 2. 2.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이 있을 뿐이며, 과거에 현행 폭력행위처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전력도 없다"고 지적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폭력행위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였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이 형법 등의 다른 범죄에 사용할 의도로 회칼 등을 소지했더라도 이러한 범죄는 2016. 1. 6. 법률개정에 따라 더 이상 폭력행위처벌법 7조에서 말하는 '이 법에 규정된 범죄'가 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을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우범자)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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