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탈북자 중국 탈출 돕다가 형사처벌 받은 중국인, 난민으로 인정해야"
[행정] "탈북자 중국 탈출 돕다가 형사처벌 받은 중국인, 난민으로 인정해야"
  • 기사출고 2018.03.0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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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정치적 의견 이유 박해로 볼 수 있어"
중국 내에 있는 탈북자를 제3국으로 도피시키다가 중국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뒤 해외로 도피했다가 한국에 입국한 라오스 이중국적의 중국인이 소송을 내 난민 판결을 받았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진영 부장판사)는 12월 13일 중국인 T씨가 난민으로 인정하라며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5304)에서 "난민불인정 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판결했다.

재판에선 특정인이 어떠한 행위를 이유로 해당 국가의 실정법에 따라 처벌되거나 처벌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 이를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어야 하기 때문.

재판부는 T씨가 2004년경부터 중국 내 탈북자들의 국외 이주를 도왔던 까닭에 경제적 동기가 포함되어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고, 나아가 선교회 목사 등을 도와 본격적으로 탈북자 지원 활동에 관여하는 동안에도 일부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고 측은 '순수한 경제적 이유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한 것이어서 원고와 보통의 탈북 브로커와의 차이를 찾기 어려우며, 선교회 목사 측과의 협조관계 또한 돈을 매개로 한 단순한 사업적 관계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특정인이 경제적이거나 인도적인 동기 등에 기해 자국의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정 여하에 따라서는 문제된 실정법 위반 행위에 자국의 법과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정치적 의견 또한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적지 않고, 오히려 일반적으로는 특정인의 실정법 위반 행위에 내재된 동기를 경제적 · 인도적 혹은 정치적인 성격의 것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중국 내 탈북자 지원 내지 북송 등을 둘러싼 문제는, 북한과 중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등과도 결부된 민감한 정책적 사안으로서 이를 특정 국가의 단순한 출입국관리의 문제로 단순화하여 보기 어렵고, 탈북자 문제에 관한 중국 내 정책의 기조 등에 위와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과거 원고에 대한 형사처벌의 원인이 되었던 탈북자 지원 활동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중국이 취하여 온 정책에 대한 정치적 의견 표명으로서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원고는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 행위를 매개로 한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로서는 향후 국적국인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탈북자 지원 활동 등을 이유로 형법 등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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