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과거력 확인 없이 조영제 투여 쇼크사…의사 책임 80%"
[의료] "과거력 확인 없이 조영제 투여 쇼크사…의사 책임 80%"
  • 기사출고 2017.12.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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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응급조치 지체, 치료약도 미투여"
과거 병력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조영제를 투여해 뇌 CT 촬영을 했다가 과민성 쇼크로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가 손해의 80%를 물어주게 됐다.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상연 부장판사)는 12월 15일 조영제 쇼크로 사망한 김 모(42)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광주 서구에 있는 내과병원 의사 A씨를 상대로 낸 손해해배상청구소송(2016가합2057)에서 A씨의 책임을 80% 인정, "A씨는 원고들에게 3억 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2015년 12월 16일 오전 9시 50분쯤 편두통 증상을 호소하면서 부인과 함께 광주 서구에 있는 내과병원을 방문, 이 병원의 의사 A씨가 뇌 CT 촬영을 위해 오전 10시 18분쯤 김씨에게 조영제를 투여하고 2분 만에 뇌 CT 촬영을 마쳤다. 그러나 촬영 후 김씨는 가려움, 콧물 흘림,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A씨가 주사액을 처방했으나 혈압이 잡히지 않는 등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자 A씨가 산소공급,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오전 10시 33분쯤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119 구급대가 오전 10시 40분쯤 김씨의 혈압, 맥박, 호흡이 확인되지 않음을 확인하고 김씨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 심폐소생술 등을 시행하였으나 김씨는 결국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김씨의 사망 원인은 조영제에 의한 과민성 쇼크(아나필락시스성 쇼크)로 나타났고, 이에 김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조영제와 같은 요오드화 조영제를 사용하는 경우 환자에 따라 경도의 구토, 두드러기, 가려움증 등의 경증, 심한 구토, 현저한 두드러기, 기관지 수축, 안면/후두 부종 등 중등증, 저혈압성 쇼크, 호흡정지, 심정지, 경련 등 중증의 급성유해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를 처방하는 의료진은 환자의 급성유해반응의 과거력, 천식, 알레르기 질환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 만약 그러한 과거력, 질환이 있는 고위험 환자군의 경우 요오드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거나, 급성유해반응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 처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내과병원의 진료기록부에 의료진이 김씨에게 알레르기 질환, 약물에 의한 과민반응, 천식 등의 질환이 있는지, 과거 조영제 사용과 관련하여 과민반응을 한 경험이 있었는지 등에 관하여 확인을 하였다는 기재가 없는 점, 뇌 CT 촬영에 앞서 작성된 방사선과 조영제 검사설명 및 동의서에는 천식, 두드러기 등의 질환을 묻는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이 서류에 기재된 김씨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는 김씨의 필체가 아니고 김씨의 서명도 없어 김씨가 이를 작성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A씨에게는 조영제를 처방함에 있어 김씨의 과거력, 질환 등을 확인하지 않은 진료상 과실이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김씨의 증상을 전해 듣고도 김씨를 직접 확인하지 아니한 채 진료실에 머물면서 주사제 투약만 지시하였다가 김씨의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주사실에 가서 응급처치를 하였다"고 지적하고, "A씨는 조영제 투여 후 발생할 수 있는 급성유해반응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였고, 그로 인하여 김씨에 대한 응급조치를 지체한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의 사망의 원인이 조영제의 투약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이고,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에 있어 에피네피린의 투약이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이며, 아나필락시스성 쇼크에 대해 에피네프린의 투약이 지연되는 경우 환자의 경과가 악화될 수 있는 점, 김씨에 대한 조영제 투여가 2015년 12월 16일 오전 10시 18분쯤 이루어졌는데 그 후 바로 김씨가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증상을 보였고, 그로부터 불과 20여분이 지난 같은날 10시 40분쯤 119 구급대가 김씨의 상태를 진단하였는데 그 무렵에 이미 혈압, 맥박, 호흡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에 대한 응급조치가 지연되고, 응급조치에 있어서도 김씨에게 에피네프린을 투약하지 않은 진료상 과실과 김씨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A씨는 원고들에게 이와 같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침해를 수반하고, 모든 주의를 다하여 진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예상 밖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한 행위이고, 조영제의 사용으로 환자에게 아나필락시스성 쇼크가 발생하여 사망할 확률은 극히 낮다"며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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