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진경준이 받은 '넥슨 뇌물' 유죄
[형사] 진경준이 받은 '넥슨 뇌물' 유죄
  • 기사출고 2017.07.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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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1심보다 3년 늘어난 징역 7년 선고"검사의 일반적인 직무와 대가 관계 인정"
김정주(49) 넥슨 대표로부터 주식을 공짜로 받아 126억원의 대박을 터뜨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진경준(50) 전 검사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던 넥슨의 김정주 대표가 제공한 주식매입 대금 등의 뇌물성이 인정되어 형량이 늘어난 것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김 대표로부터 받은 주식매입 대금 4억 2500만원과 제네시스 승용차, 4700여만원의 해외 여행경비를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 대표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진 전 검사장에 대한 1심 형량은 징역 4년.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7월 21일 두 사람에게 이같은 형을 선고하며 "김정주가 지급한 금전과 경제적 이익이 진경준이 담당하였던 개별적인 직무와 개별적인 대가 관계까지 인정되지 않더라도 법령상 인정되는 검사의 일반적인 직무에 대한 대가 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뇌물수수죄, 알선뇌물수수죄와 그에 대한 뇌물공여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진경준이 주식 매수대금 상당 돈을 자신이 수수한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모친과 장모 명의 계좌로 송금 받고, 여행경비를 김 대표에게 돌려준 것처럼 가장하려고 시도하기도 하였다"며 "이와 같은 행동은 진경준 역시 김정주로부터 받은 금전 및 경제적 이익이 검사라는 직무와 관련된 뇌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진경준이 김정주로부터 받은 주식 매입대금 등을 뇌물로 판단한 근거로 김정주 대표의 진술을 들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 대표는 "주식 매수대금을 지급하고 제네시스 차량을 이용제공하게 한 것은 자신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형사사건 등 분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진경준 가족여행 경비를 부담한 것도 검사인 진경준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검사는 힘이 있다. 검사여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사건이 있을 때 알아봐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진경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라고 진술했다. 이와 같은 김정주의 진술은 '진경준이 직접 김정주 측과 관련된 범죄수사를 담당하게 될 경우는 물론 다른 검사가 수사를 담당할 경우에도 진경준이 검사로서 부여받은 직무상 권한을 이용하여 다른 검사의 직무에 속한 사항까지 알선해 줄 것'이라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법령에 의하여 범죄수사와 관련된 검사 직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사실을 시인한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3도 10011 등)을 인용해, "뇌물죄에서 직무란 공무원이 그 지위에 수반하여 공무로서 처리하는 일체의 직무를 말하며, 과거에 담당하였거나 또는 장래 담당할 직무 및 사무분장에 따라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직무라고 하더라도 법령상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직무 등 공무원이 그 직위에 따라 공무로 담당할 직무를 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에게 받은 돈으로 넥슨 주식을 취득하고 이 주식을 넥슨재팬 주식으로 바꿔 126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선, "당시 넥슨이 성장하던 시기였고 실제로 넥슨 주식 가치가 상당히 상승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넥슨 주식 가격에는 여러 위험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므로 넥슨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특별한 특혜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진경준이 보유한 넥슨 주식이 넥슨 재팬 주식으로 교환된 것은 진경준이 주주의 지위에서 취득한 기회일 뿐 김정주가 진경준에게 별도로 부여한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정주 대표는 넥슨의 이 모 미국 법인장이 주식을 매도하려하자 자신과 관련이 없는 주주가 생기는 것을 꺼려 진경준뿐만 아니라 자신과 가까운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등 2명에게도 주식을 매수하도록 요청하였으며, 넥슨에서는 진경준뿐만 아니라 김상헌 등 다른 매수인의 주식 매수대금도 대여해 주었다. 주식 매도대금도 이씨가 결정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김정주는 진경준과 주식매도를 희망하는 미국 법인장을 연결하여 준 것 뿐"이라며 "이씨에 의하여 결정된 주식 매도대금이 특별히 넥슨 주식의 가치에 비해 저렴하다고 볼 수 없고, 이는 김정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김정주 대표가 부담한 모두 11번의 진경준의 여행경비 중 김정주 대표와 함께 간 세 번의 여행경비 지원은 "진경준, 김정주 외에 다른 친구도 함께 갔고, 다른 친구의 비행기 표도 김정주 또는 넥슨에서 결제하였으며, 비행기 표 외에 현지에서 쓰는 비용은 진경준을 비롯하여 함께 간 사람들끼리 나눠서 지급해 김정주가 항공료 등을 지급한 것이 진경준의 직무와 관련해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재산을 숨기기 위해 장모와 처남 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혐의(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1심이 전부 유죄를 인정한 것과 달리, 장모 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진경준이 계좌명의인인 장모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계좌에서 자유롭게 입 · 출금을 할 수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한진그룹 내사사건을 종결한 뒤 한진그룹 계열사를 압박해 처남 회사에 147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진경준에게 선고된 항소심 형량은 징역 7년에 벌금 6억원, 추징금 5억 2000여만원.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 재팬 주식을 처분해 얻은 126억원의 시세차익은 뇌물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진경준은 법령에 의해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 지위와 관련하여 거액의 돈과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고, 자신이 내사사건을 처리한 담당 부장검사임을 내세워 사건관계인으로 하여금 처남에게 청소용역이라는 이권을 부여하도록 하였으며, 재산 상태를 은폐하기 위해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해 공익의 대표자로 성실히 근무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대다수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입혔다"며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진경준은 법무법인 KCL, 법무법인 서울중앙, 법무법인 이헌, 신필종, 이홍원 변호사가, 김정주 대표는 김앤장이 변호했다.

◇항소심 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 혐의를 추가해 1심 형량보다 3년이 늘어난 징역 7년을 선고한 서울고법 재판부의 김문석(58 · 사법연수원 13기) 부장판사는 일명 '김영란법' 제정에 단초를 제공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친동생이다. 중앙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던 해인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행정법원장을 역임한 후 올 2월 다시 서울고법 재판부로 복귀했다. 한편 진경준 사건의 1심 재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맡고 있는 김진동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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