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팀 운영비에서 대리비 사용하라' 말했어도 부하 음주 운전 못막은 경찰관…견책 정당
[행정] '팀 운영비에서 대리비 사용하라' 말했어도 부하 음주 운전 못막은 경찰관…견책 정당
  • 기사출고 2017.06.30 17: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정부지법] "상관 보고도 늦어"
함께 술자리를 한 부하 경찰관에게 전화해 대리운전비를 팀 운영비에서 사용하라고 말했으나 부하의 대리운전을 막지 못했다. 법원은 이것만으론 부하에 대한 관리 · 감독의무를 충분히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상관에게 견책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부하의 음주운전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의정부지법 행정2부(재판장 안종화 부장판사)는 6월 22일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 A팀장이 "견책처분을 취소하라"며 경기북부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6구합10010)에서 A팀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A팀장은 2016년 4월 21일 오후 7시 30분쯤 포천시 소흘읍에 있는 민물장어 식당에서 부하인 B경사, 지인과 함께 술을 마셨다. A팀장 등은 이 식당에서 함께 소주 3병을 나누어 마신 후 오후 9시쯤 대리기사 2명을 불러 A팀장은 지인의 차를, B경사는 자신의 차를 타고 의정부시 신시가지에 있는 술집으로 이동했다. 양주를 나누어 마신 후 B경사는 오후 10시 30분쯤 집에 가고자 술집 밖으로 나와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했다. A팀장은 B경사가 자리를 비운 사실을 알게 된 후 3회에 걸쳐 B경사에게 전화해 대리운전을 이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대리비용을 팀 운영비에서 사용하라고 말했다.

오후 11시 40분쯤 서울시내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 차 안에서 잠이 든 B경사는 지나가던 행인이 깨우자 놀라 차를 후진시켰고 뒤에 있던 택시의 앞범퍼를 들이받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만취상태인 0.225%였다. A팀장은 다음날 오전 1시 15분쯤 팀원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달려가 B경사의 음주운전 사실을 확인했으나 B경사가 사고 피해자와 합의한 이후인 오후 5시쯤이 되어서야 자신의 상사인 광역수사대장에게에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이에 경기북부경찰청이 A팀장에게 견책처분을 내리자, A팀장이 소송을 냈다. A팀장에 대한 징계사유는 B경위가 만취상태로 운전하여 귀가하는 것을 방임하고, 사고 사실을 알고도 상사에게 늦게 보고한 점 등이었다. B경사는 정직 3월을 받았다.

재판부는 ▲A팀장은 평소 경기북부경찰청으로부터 여러 차례 음주운전 금지 등의 지시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특히 사고일로부터 불과 2주일 전 음주운전자와 그 감독자까지 엄격하게 문책한다는 교육까지 받았으므로, 부하직원들에게 음주운전에 관한 교양과 지도를 철저하게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던 점 ▲구체적으로는 A팀장의 제안으로 부하직원인 B경사가 술자리에 참석하게 되었고 B경사가 자신의 차량으로 1차 술자리로 이동하였으며, 나아가 2차로 이어진 술집 인근에 B경사의 차량이 주차되었으므로, 이를 잘 알고 있는 A팀장으로서는 B팀장이 음주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현장에서 음주운전 예방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시 B경사가 만취상태임을 고려하여 그의 행동을 잘 살피는 등 더욱 주의를 기울여 B경사가 귀가 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등 음주운전을 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확인하여야 할 관리 · 감독의무가 있었던 점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A팀장이 귀가하고 있던 B경사와 3회 전화 통화를 했다거나 B경사에게 대리비용을 팀 운영비에서 사용하라고 말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자신의 관리 · 감독의무를 충분히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B경사의 직근 상급자이자 1차 감독책임자로서 부하직원에 대한 충분한 감독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이 행위를 국가공무원법 56조의 성실의무 위반으로 본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휘하에 부하직원을 두고 있는 상급자로서는 부하직원의 비위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이를 상관 또는 상급기관에 신속히 보고할 의무가 있고, 이는 국가공무원법 56조에 규정된 성실의무에 포함되는 점, 특히 사고 무렵 원고는 상급기관인 피고로부터 음주근절 및 대책과 관련한 하달을 수차례 받았는바, 이에 따라 자신의 부하직원이 음주운전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이를 상관에게 신속히 보고하였어야 하는 점, 그럼에도 원고는 사고에 관한 보고를 받은 지 약 16시간이 경과한 이후일 뿐만 아니라 근무시각인 오전 9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약 8시간이 경과한 이후에야 자신의 상관인 광역수사대장에게 사고에 관한 보고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부하의 비위사실을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같은 사유 역시 국가공무원법 56조에 규정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견책처분 과정에서 원고가 근무기간 동안 받은 표창, 공적이나 각종 상훈 등이 모두 참작되어 징계양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견책처분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직기강의 확립이나 경찰공무원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회복 등의 공익에 비하여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초래되었다거나 견책처분이 형평의 원칙 또는 비례원칙 등에 위배되어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