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비상근무 이틀 후 부하들과 저녁식사 마치고 부대 복귀 중 졸음운전 사고死…국가유공자 아니야"
[민사] "비상근무 이틀 후 부하들과 저녁식사 마치고 부대 복귀 중 졸음운전 사고死…국가유공자 아니야"
  • 기사출고 2017.06.1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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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비상근무가 사망 직접적 원인 아니야"
육군중위가 비무장지대에서 5일간 비상근무를 하며 철야 대기한 지 이틀 후 소속 부대 하사들과 부대 밖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틀 전에 이미 종료된 비상근무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5월 31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박 모(사망 당시 26세) 중위의 어머니가 "아들을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해달라"며 강원서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두56397)에서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경기 연천군에 주둔하는 육군 모 부대의 작전상황장교로 근무하던 박 중위는 부대 인근의 비무장지대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해 2012년 6월 11~15일 5일간 2교대 비상근무를 하면서 철야 대기했다. 상황이 종료된 후인 17일에도 당직근무를 서고 18일 오후 1시에 퇴근한 박 중위는 이날 오후 8시쯤 함께 근무했던 소속 부대 하사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차를 몰고 부대 밖으로 나갔다가 오후 10시 20분쯤 식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에 박 중위의 어머니가 강원서부보훈지청에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으나,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 요건 비해당 결정을 통보받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비무장지대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당시 박 중위가 수행한 비상근무가 국가유공자법 4조 1항 5호에서 정한 '국가의 수호 · 안전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에 해당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계속된 철야 근무로 박씨에게 극심한 피로가 누적된 사정은 인정되나, 박씨는 사고 발생 이틀 전에 이미 비상근무를 종료하고 다시 일반적인 직무수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고, 사고도 저녁식사를 하고 부대로 복귀하던 시점에서 발생하였다"고 지적하고, "비상근무 등으로 극심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사고와 박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는 있겠으나, 이미 이틀 전에 종료된 비상근무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박씨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3조에서 정한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나 재해로 사망한 사람으로서 국가유공자법 4조 1항 5호에서 정한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사고가 비록 졸음운전으로 인한 것이기는 하나 그 졸음운전의 원인은 비상근무에서 당직근무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철야 근무로 박씨가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극심한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국가 수호 · 안전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 주된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박씨가 사망하였다"며 박씨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고, "박씨가 국가의 수호 · 안전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무 수행 중 사망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박씨는 보훈보상자법 2조 1항 1호에 의한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훈보상대상자 유족 등록을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보훈보상대상자 유족 등록 거부 적법 판단과 관련,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와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를 단순병합 형태로 청구한 이 사건 소에 대하여, 두 청구가 주위적 · 예비적 병합 관계에 있다고 보고 먼저 주위적 청구인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 부분을 심리판단하여 그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예비적 청구인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 부분까지 심리판단하여 그 청구를 기각한 원심에는 심판범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박씨가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국가유공자법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망 또는 상이의 원인이 된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이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를 구분하고 있으므로,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와 보훈보상대상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는 동시에 인정될 수 없는 양립 불가능한 관계에 있고, 두 처분의 취소 청구는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를 주위적 청구로 하는 주위적 · 예비적 관계에 있다"며 "이러한 주위적 · 예비적 관계에서는 우선 주위적 청구를 먼저 심리판단한 후에, 이것이 이유 없어 배척되는 때에 비로소 예비적 청구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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