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고 예정 목록 대법원 사전통보 모색
헌재 선고 예정 목록 대법원 사전통보 모색
  • 기사출고 2005.12.14 14: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점] 헌재-대법 상반된 결론 예방될 듯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 등을 이용하여 범죄행위를 한 때에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는 구도로교통법 78조1항 단서 5호의 적용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상반된 재판은 두 재판기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미흡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는 게 양측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헌재가 어떤 법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선고하기로 했다는 선고날짜를 대법원에서 미리 알았다면 헌재의 결정 결과와 관련없는 사안이 아닌 한 그 결과를 기다려 판결하면 이번 경우와 같은 모순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헌재에 위헌심판 제청을 하기 위해선 대법원을 경유해 하도록 돼 있어 위헌 심판제청된 법조항의 목록을 대법원에서 파악할 수 있으나, 그 법조항이 헌재에서 언제 결정이 선고되는 지는 헌재가 미리 통보하지 않는 한 대법원이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위헌심판 제청된 모든 법조항에 대해 언제 헌재 결정이 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법원 판결의 선고를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라고 서초동의 한 판사는 지적했다.

헌재가 이미 위헌 결정을 선고해 무효로 된 법률을 대법원이 며칠 지나 잘못 적용한 경우 재심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다만, 헌법소원 즉, 재판소원의 대상은 된다는 게 많은 법률가들의 지적이다.

당해 사건에서 헌재가 위헌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간과해 판결하거나, 헌재가 위헌 결정한 이후 이 법률 조항이 문제된 다른 사건, 이른바 병행사건에서 이와 다른 취지의 판결이 선고될 경우 헌법소원을 통해 헌재에서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된 구도로교통법 조항을 둘러싼 두 재판기관의 상반된 결론은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이 거의 동시에 선고돼 시간의 선후를 가리기 곤란하다는 점에서 이런 논리로도 해결이 쉽지 않아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먼저 나고 그후에 헌재에서 관련 법조항을 위헌 무효화시킨 경우는 형벌에 관한 법률이 아닌 한 헌재 결정에 소급효가 없어 대법원 판결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이 아닌 하급심 판결의 경우엔 대법원에 상고해 바로잡는 길이 있다.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이 동시에 선고됐더라도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난 법조항은 위헌결정난 날로부터 무효가 되기 때문에 선고된 날 0시부터 무효이고, 따라서 대법원 판결이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위헌결정난 법조항의 구체적인 무효시기에 관한 유권적인 해석이나 선례는 아직 없다.

대법원과 헌재의 관계자들이 이런 문제점에 인식을 같이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양측 관계자들은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재의 심판 선고 날짜가 잡히면 선고 대상 법률 목록을 대법원에 미리 통보해 대법원에서 헌재와 모순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법원이 제청한 위헌심판 대상 법률 뿐만 아니라 헌법 소원을 통해 위헌 여부를 가리는 이른바 헌법재판소법 68조2항의 위헌심판 대상 법률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