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중동, 한국식으로 접근하면 안 돼"
"여기는 중동, 한국식으로 접근하면 안 돼"
  • 기사출고 2016.12.2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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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알타미미 오마르 변호사 "돈 더 주더라도 전문가 찾아 자문 구해야"

오마르 변호사는 중동 지역에서의 분쟁해결과 관련, 언어 문제도 강조했다. 중동 지역에서의 소송은 아랍어를 써야 하며, 문서 등이 아랍어로 작성된다. 그러나 일부 국제로펌의 경우 일단 영어로 문서 초안을 만든 다음 이를 다시 아랍어로 번역해 제출하는데, 그렇게 해선 정확한 의사전달이 안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물론 모두 46개 나라 출신의 약 350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알타미미엔 이종은, 하지원 변호사 등 한국어가 유창한 한국계 변호사 2명과 패러리걸 2명이 한국팀에 포진하고 있으며, 아랍 변호사와 함께 직접 아랍어로 소송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송무 전문의 아랍 변호사가 법정 변론을 책임진다고 한다.

한국계 4명 근무

또 영어로 진행되는 두바이국제중재센터(DIAC)나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중재 등도 전문팀이 따로 있어 분쟁해결 기관별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게 이종은 변호사의 설명. 모두 3개 세션의 발표와 패널 토론, 질의응답 등 약 4시간에 걸친 세미나가 끝난 후 리걸타임즈는 오마르 변호사를 별도로 인터뷰 해 세미나에서 미처 물어보지 못한 궁금한 내용에 대해 들어보았다.

-중동지역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자문이나 소송 대리가 늘고 있나.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약 4년 전 한국팀을 처음 만들었을 때 한국 클라이언트가 일곱이었다. 최근 통계를 뽑아보니 그동안 알타미미에서 자문했거나 자문하고 있는 한국 클라이언트가 92곳이다. 물론 한국 사건만 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중동에서의 전체 법률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 기업 등의 자문, 소송 수요도 늘고 있다."

누적 한국 클라이언트 92곳

-지금 중동 경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렇다. 유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동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경우는 특히 경기가 좋지 않다. 그렇지만 법률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분쟁 등 불황에 따른 사건이 많이 의뢰되고 있다. 그래서 리걸 마켓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뷰에 배석한 이종은 변호사는 "내가 4년 전 알타미미에 처음 합류할 때 알타미미의 전체 변호사가 200명 정도였으나 법률수요가 늘어나며 4년이 지난 지금 변호사 350명의 규모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또 "아부다비에 사무소를 연 영미의 인터내셔널 로펌들이 3년 전 약 35개였으나 지금은 사무소가 없는 로펌이 없을 만큼 많은 국제로펌들이 아부다비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동 로펌, 중동에 진출한 국제로펌들의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알타미미의 운송 및 보험 부문장을 맡고 있는 오마르는 특히 선박체포에 관한 한 아랍 최고의 변호사로 통한다. 그의 명함엔 24시간 핫라인(Hotline) 전화번호가 붉은 글씨로 강조되어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수시로 전화벨이 울려 그가 통화를 끝내고 다시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인터뷰를 중단해야 했다. 물론 중동에서 걸려온 선박체포에 관련된 전화였다.

-한국 클라이언트가 90개가 넘는다고 했는데, 그 중에 물류 관련 회사도 있나. 또 운송 분야의 자문수요가 많은가.

"중동 내륙에서의 운송에 관련된 한국 클라이언트가 있다. 또 공사 현장에서 또 다른 공사 현장으로 운송하는 문제와 관련해 한국 회사와 또 다른 한국 회사의 분쟁에 자문한 적이 있다. 중동에서 추진되는 건설이나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자재 공급 등과 관련해 운송 문제가 매우 중요하고, 항만 이용과 통관 등 운송 분야가 많이 연결된다. 운송이 늦어지면 프로젝트가 늦어지고, 그러면 운송, 운송회사와 관련해 복잡한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운송 분야 자문 매우 필요

특히 운송 관련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그 지역의 로컬로(local law)인데, 각 항구에서의 네트워크 등 정치적인 부분도 많아 자문의 필요가 매우 높은 분야다. 알타미미가 중동 지역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인터내셔널 로펌의 운송담당 변호사도 대개 알타미미 출신이다."

-최근에 한국 배가 GCC 지역에서 체포된 케이스가 있나.

"두 건 자문했다. 둘 다 한진해운 배인데, 한진해운이 용선해서 사용하는 배다. 알타미미는 용선주를 대리했다. 한 척은 벙커유 값을 체불해서 체포된 경우이고, 또 하나는 두바이 항구에서의 수리비와 항비를 내지 못해 체포됐다. 둘 다 일반 화물선인데, 선주 측의 요청으로 자문에 나서 한 척은 풀어냈고, 또 한 척은 현재 협상 중에 있다. 보통 선주들은 배가 체포되어 항해하지 못하게 되면 손해가 나기 때문에 먼저 공탁금 등을 내고 배를 풀어낸 후 운영선사 등에 구상하게 된다."

-최근에 배가 체포된 것은 한진해운 사태 때문으로 보인다. 평소에도 GCC 지역에 선박체포 케이스가 많은가.

"한 달에 5~6척 정도 선박체포 사건을 수행하는데 한국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많을 때는 한 달에 25척까지 선박체포 케이스를 다룬 적도 있다."

-이번 서울 세미나의 주제는 분쟁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이 중동에서 분쟁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건설이나 운송 등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관련된 분쟁이 많다. 하청업체에 관련된 소송도 많다. 이와 관련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조짐이 보일 때, 초기에 변호사와 상담하라는 것이다. 변호사와의 상담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것이 더 큰 분쟁을 예방하는 길이다. 문제가 터진 후에 변호사를 찾으면 늦을 수 있다."

알타미미에서만 9년째 활동하고 있는 오마르 변호사는 또 "한국식(Korean Way)으로 접근하지 말라"며 "한국의 사업방식은 가져오되 사고방식은 가져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국 사람들은 빠르고 확정적인 답을 원해요. 하지만 중동에선 그런 접근이 매우 어렵습니다. 아무도 답을 모르는 프로세스가 너무 많은데, 중동에 와서 한국에서처럼 빠른 답을 원하면 곤란하죠."

"중동 현실 감안해야"

그는 "한국 클라이언트들은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답을 금방 안 주면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사에 보고해야 하는 등 이해는 하지만 중동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거듭 조급한 태도를 경계했다.

이와 함께 수임료가 싼 변호사에게 가지 말라는 것도 오마르 변호사가 한국 클라이언트들에게 당부하는 또 하나의 어드바이스 팁. 높은 전문성과 함께 수임료도 적정하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지만 중동 법조계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동은 한국처럼 변호사 층이 그렇게 두텁지 않아요. 로펌만 해도 조금 밑으로 내려가면 개인변호사(solo practitioner)와 비슷한 수준인 경우가 적지 않아요. 값이 싼 변호사는 전문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돈을 세 배 주더라도 전문가를 찾아 자문을 구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중동에선 정말 그렇습니다. 예컨대 건설분쟁의 경우 보통의 변호사에게 물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또 중동은 변호사가 법원도 가야 하고, 경찰서 등 관공서도 직접 찾아가야 해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한국처럼 인터넷을 뒤져 '이거네요'라고 금방 알아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인터넷도 약해

오마르는 건설사 관계자가 사망한 사건을 맡아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데 비용이 2억원 정도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게 중동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마르가 한국의 클라이언트, 기업 관계자들에게 조언하는 대목은 문제가 하나 해결되었다고 변호사와의 관계를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함께 가야한다는 것. 그는 변호사는 양치기가 양들을 한쪽으로 몰고 버리는 양치기의 막대(sheep's stick)가 아니라며 "사업, 조직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흡수해서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의 생각에 오마르의 지적은 모두 옳은 말이고, 변호사들이 의뢰인들에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금과옥조와 같은 말이기도 했다. 그에게 변호사의 선임 및 이용에 관련된, 어떤 경우에나 적용할 수 있는 너무 총론적인 얘기라며 중동만의 특유한 얘기를 해달라고 되물었다. 오마르는 그러나 "동의하지 않는다"며 "여기는 중동"이라고 반색을 하고 말했다.

"캐나다라면 좀 수임료가 낮은 변호사를 선임해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어요. 캐나다는 발전한 나라고, 그곳은 상업적으로 잘 돌아가니까요. 하지만 중동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동은 캐나다와 다르고, 중동에서 잘못되면 큰 일 날 수 있어요. 실력을 갖춘 전문변호사를 선임해 제대로 자문을 받는 게 캐나다처럼 발달된 나라보다 중동에서 더욱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오마르는 "중동에서 한국 기업들이 적잖이 배척당하고 있다"며 "중동 사람들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중동에서 사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오마르 변호사는 누구=요르단에서 태어나 요르단 법대를 졸업하고, 스코틀랜드의 애버딘대에서 국제거래법으로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오마르는 요르단의 다국적 해운그룹인 Al-Salam 그룹의 법무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배를 너무 좋아하게 되어 해상변호사가 되었다고 했다. Legal 500과 체임버스앤파트너스 등 유명 매체로부터 매년 중동지역의 해상법 전문 'Band1 변호사'로 선정되는 그는 지난 9월말 개소한 에미리트해상중재센터(The Emirates Maritime Arbitration Centre, EMAC)의 출범을 도맡아 중재규칙을 포함한 설립과정 전반에 자문하기도 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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