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집에서 자는 운전자 깨워 음주측정 요구 위법"
[교통] "집에서 자는 운전자 깨워 음주측정 요구 위법"
  • 기사출고 2016.09.02 13: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음주측정 거부 운전자에 무죄 확정
음주운전 신고를 받은 경찰이 집에서 자고 있던 운전자를 깨워 음주측정을 요구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8월 17일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문 모(38)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7959)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문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같은 경우엔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취지이다.

문씨는 2015년 3월 14일 오전 1시 40분쯤 시흥시에 있는 자신의 거주지에서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약 20분간 3회에 걸쳐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는 방법으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자신은 음주운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집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며 이를 회피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도로 중앙선을 넘어 운전하는 등 지그재그로 운전하여 음주운전으로 의심된다'는 황 모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문씨의 태국 국적의 아내에게 동의를 받고 집으로 들어가 자고 있는 문씨를 깨운 뒤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항소심인 수원지법은 이에 앞서 "피고인의 처는 태국 국적의 외국인인바, 당시 경찰이 음주운전의 혐의가 있는 피고인을 수색하기 위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피고인의 처의 동의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후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퇴거를 요구한 이상 동의에 의한 임의수사로서의 수색은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될 것이어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측정을 위한 음주측정 요구가 긴급히 필요하였던 당시 상황과 기타 수사실무 등의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명시적인 퇴거요구에 불응한 채 이루어진 음주측정 요구가 임의수사로서 적법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수원지법은 이어 "▲경찰은 문씨의 운전행위가 종료된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문씨의 주거지에 출동한 것으로 보이고, 당시 황씨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경찰이 문씨의 주거지에 출동하였을 당시 문씨로부터 술 냄새가 났다고 하더라도, 문씨가 운전행위 종료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문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에 관하여 신체 또는 의복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의 현행범인 또는 준현행범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의 피고인에 대한 음주측정요구가 형사소송법 216조 1항에 의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 문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