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쉰들러, '파생상품계약 체결' 현정은 회장 상대 7800억대 손배소 패소
[상사] 쉰들러, '파생상품계약 체결' 현정은 회장 상대 7800억대 손배소 패소
  • 기사출고 2016.09.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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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지원] "경영판단 해당"
다국적 승강기업체 쉰들러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낸 7800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1부(재판장 유영현 부장판사)는 8월 24일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다국적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가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으므로, 회사에 7800여억원을 배상하라"다"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이 모씨 등 전 이사 2명을 상대로 낸 소송(2014가합10051)에서 쉰들러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앤장이 쉰들러를, 현 회장 등은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 10월 A캐피탈과 사이에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주식스왑거래를 하는 내용의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하여, 2006년 8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사이에 A캐피탈 등과 대체적으로 이와 유사한 파생상품계약을 수차례 체결하는 한편 기존 계약을 수정, 연장, 변경했다. 계약상대방이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의 주식을 취득 · 보유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 주주에게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되, 현대엘리베이터가 계약상대방에게 주식취득에 따른 금융비용을 보전하여 주고 주식시세 하락 시 그 손실 전액을 보전하여 주며, 주식시세 상승 시 그 이익 중 일부를 지급하여 주는 등 금전적 이익을 부여하는 내용의 파생상품계약이다.

쉰들러는 "현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로 하여금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도록 해 손해를 입었다"며 현 회장 등을 상대로 7800여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쉰들러는 2013년 11월 현대엘리베이터 감사들에게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내라고 서면으로 청구했으나, 답변이 없자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는 21.25%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이며, 현대로지스틱스와 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총 40.1%이다.

재판부는 "파생상품계약이 없을 경우, 현대상선의 경영권이 현대중공업그룹 측으로 넘어가게 되고, 그럴 경우 현대엘리베이터사의 지분 현황 등을 고려할 때 현대로지스틱스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속한 현대그룹이 분할될 위험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현대엘리베이터는 결국 파생상품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현대엘리베이터에 우호적인 주식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현대상선의 경영권 및 현대그룹 소속의 계열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바, 직접 주식매수에 따르는 자금부담, 재무관리상의 부채비율 관리 및 주식신규취득으로 인한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규제 등과 같은 경제적, 법적 제약여건 등을 고려할 때 파생상품계약의 체결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 부담으로 법령을 위반하지 아니하고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효 · 적절한 수단이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비록 글로벌 해운경기의 하락으로 인해 2010년 이후 현대상선이 상당한 영업손실을 입게 되었고, 파생상품계약 체결 당시 해운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있었으며, 파생상품계약체결행위가 현 회장에게 이익이 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파생상품계약체결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 파생상품계약으로 인하여 현대엘리베이터가 얻는 이익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인 피고들은 파생상품계약 체결행위가 회사의 최대이익에 부합한다는 합리적 신뢰 하에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들의 파생상품계약 체결행위를 현 회장 등 지배주주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회사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라고 볼 수도 없는 점 ▲피고들은 파생상품계약 체결행위에 대하여 업무상 배임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파생상품계약 체결행위가 형법상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법령위반행위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피고들의 파생상품계약 체결행위는 임무해태행위 및 법령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경영판단과 관련, "회사의 이사가 법령에 위반됨이 없이 관계회사에게 자금을 대여하거나 관계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그 발행 신주를 인수함에 있어서, 관계회사의 회사 영업에 대한 기여도, 관계회사의 회생에 필요한 적정 지원자금의 액수 및 관계회사의 지원이 회사에 미치는 재정적 부담의 정도, 관계회사를 지원할 경우와 지원하지 아니할 경우 관계회사의 회생가능성 내지 도산가능성과 그로 인하여 회사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및 불이익의 정도 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이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 · 조사하고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 다음, 이를 근거로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고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의 판단을 내렸고,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것으로서 통상의 이사를 기준으로 할 때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면, 비록 사후에 회사가 손해를 입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이사의 행위는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는 것이어서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회사의 이사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사회 결의를 통하여 자금지원을 의결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회사의 경영상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관계회사의 부도 등을 방지하는 것이 회사의 신인도를 유지하고 회사의 영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 · 추상적인 기대하에 일방적으로 관계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게 한 경우 등에는, 그와 같은 이사의 행위는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이와 같은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경영판단의 법리는 이사의 위 행위 등에만 한정되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사로서 경영상 판단이 필요한 모든 행위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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