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증언 대가로 거액 지급' 합의 무효
[민사] '증언 대가로 거액 지급' 합의 무효
  • 기사출고 2016.06.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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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반사회적 법률행위 해당"
증언의 대가로 거액의 대가를 지급받기로 한 합의약정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진성철 부장판사)는 5월 18일 A가 "약정금을 지급하라"며 B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4나3758)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판결 전문 보기)

A는 1989년경부터 1997년경까지 B가 운영하던 회사에 약품을 공급하고 그 대금을 대위변제하는 한편 B의 대출금채무 등에 인적, 물적 담보를 제공했다. B는 1997년 12월 A 등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대구시에 있는 답 1103㎡ 외 4필지 등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5억원의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쳐 주었으나, 2000년 4월 24일 말소되었고, 2001년 4월 B는 A에게 기존 채무액 15억원의 존재를 확인하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한편 B는 이 부동산에 관해 분쟁이 생기자 2003년 5월 다른 회사를 상대로 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청구소송을 냈다. B는 말소등기소송이 계속 중이던 2004년 6월 A와 사이에 A가 말소등기소송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유리한 증언을 하여 주는 조건으로 B가 승소할 때에는 부동산 시가의 1/3을, 패소할 때에는 향후 10년간 월 2000만원씩 총 24억원을 A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약정을 맺었다. 합의약정은 A가 말소등기소송의 제6차 변론기일인 6월 11일에 증언하기로 예정된 날을 4일 앞두고 체결됐고, A는 실제 그 4일 후인 변론기일에 B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B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A는 또 말소등기소송의 담당재판부에 B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B는 말소등기소송에서 대부분 패소하여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회복하지 못했고, 2011년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A가 B를 상대로 패소시의 약정금 24억원 중 일부로서 7억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 부동산은 IMF시기인 1998년 경매절차에서 약 41억원으로 감정평가되었으나, 2000년 은행으로부터 이를 담보로 약 80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받았고, 실제 2002년 약 60억원에 매매되었으며, 2004년 수사기관에 제출된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시세평가서에는 약 198억~230억원으로 평가되었고, 2005년 약 191억원에 매매됐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9다56283)을 인용, "타인의 소송에서 사실을 증언하는 증인이 그 증언을 조건으로 그 소송의 일방 당사자 등으로부터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예컨대 증인에게 일당 및 여비가 지급되기는 하지만 증인이 증언을 위하여 법원에 출석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러한 손해를 전보하여 주는 정도)을 넘어서는 대가를 제공받기로 하는 약정은, 국민의 사법참여행위가 대가와 결부됨으로써 사법작용의 불가매수성 내지 대가무관성이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경우로서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합의약정은 피고가 원고에게 급부할 내용이 말소등기소송의 승패에 따라 다르게 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최대 15억원의 채권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합의약정으로 최소 24억원(피고 패소시 약정금)에서 최대 약 70억원의 채권을 가지게 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합의약정에는 증언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고, 그 대가는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합의약정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A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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