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보복운전에 항의하려 버스에 탑승한 피해자 태우고 500m 진행…감금 유죄
[형사] 보복운전에 항의하려 버스에 탑승한 피해자 태우고 500m 진행…감금 유죄
  • 기사출고 2016.06.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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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정당행위 아니야"
보복운전에 항의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한 마을버스 기사를 태운 채 500m를 진행했다. 법원은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지영난 부장판사)는 6월 2일 감금 혐의로 기소된 버스 기사 A(54)씨에 대한 항소심(2016노46)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감금죄 유죄를 인정,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 전문 보기)

A는 2015년 3월 22일 오전 10시 15분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버스정류장 앞 3차선 도로에서 버스를 운행하던 중 2차선으로 차선변경을 시도했으나 이를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속력을 내는 마을버스 기사 B씨에게 화가 나 B의 마을버스 차량을 추월하여 그 앞에서 급정거 했고, 이를 항의하려고 자신의 버스에 탑승한 B를 태우고 그대로 출발한 후 B로부터 내려달라는 요구를 받았음에도 이를 묵살한 채 약 500m를 운행하여 B를 차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했다. A는 이후에도 B를 자발적으로 버스에서 내려주지 않았다. B는 A의 버스가 교통신호에 걸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스스로 출입문 개폐장치를 작동하여 출입문을 열고 버스에서 내렸다. A는 B를 감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는 배차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바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나, A가 버스정류장에 정차하여 B와 실랑이를 벌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A의 버스에는 승객도 없어서 B를 버스에서 내리게 한 다음에 출발하더라도 배차시간을 준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지체되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A는 B가 버스기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B를 버스에 태워 상당한 거리를 이동할 경우 B의 버스운행업무에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범행으로 나아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현대사회에서 운전자들이 운전과정에서 타인의 운전행태에 대하여 불만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그러한 다툼이 있을 때마다 운전자들이 이를 대화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타인의 차량 앞을 가로막아 운전을 못하도록 한다거나 이에 항의하는 피해자를 단시간 동안이나마 자신의 차량에 감금하여 피해자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고, 이러한 행위를 정당행위로 쉽게 인정할 경우 운전 중 발생한 다툼에 대한 보복범죄를 조장하게 될 위험성이 크다"며 "A의 행위는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의 행동은 감금죄 유죄라는 것이다.

1심은 이에 앞서 "당시 노선버스를 운행 중이던 A에게 B가 스스로 하차할 때까지 버스를 정차하고 기다릴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A가 배차시간에 맞추기 위해 버스를 운행한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A의 행위가 형법 20조에 따른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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