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측정해도 처벌 가능"
[교통]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측정해도 처벌 가능"
  • 기사출고 2016.05.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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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여러 사정 종합해 합리적 판단해야"
음주운전을 종료한 후 35분 지나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가 0.117%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음주운전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 속하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적어도 처벌기준인 0.05% 이상은 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4월 28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나 모(52)씨에 대한 상고심(2015도7194)에서 이같이 판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나씨는 2013년 9월 10일 오후 10시 46분쯤 혈중알콜농도 0.05%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포텐샤 차량을 운전하여 전남 장흥군에 있는 도로를 진행 중 승용차 앞 범퍼 우측 부분으로 진행차로 우측에 주차된 클릭 승용차의 좌측 뒤 범퍼 부분을 충격하여 클릭 승용차가 앞으로 밀리면서 정 모씨와 김 모(여)씨를 충격, 정씨 등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나씨의 최종 음주시각은 오후 10시 30분쯤이고, 운전시각은 그로부터 16분이 경과한 10시 46분쯤이며, 음주측정시각은 최종 음주시각으로부터 51분이 경과한 11시 21분쯤이었다.

재판부는 이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2013도6285)을 인용, "음주운전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시점인지 하강시점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운전을 종료한 때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시점에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약간 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초과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음주 후 30분~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약 0.008%~0.03%(평균 약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약 운전을 종료한 때가 상승기에 속해 있다면 실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보다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낮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록 운전 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의 측정 시점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고 그 때가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로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언제나 실제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고, 이러한 경우 운전 당시에도 처벌기준치 이상이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운전과 측정 사이의 시간 간격,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의 수치와 처벌기준치의 차이, 음주를 지속한 시간 및 음주량, 단속 및 측정 당시 운전자의 행동 양상, 교통사고가 있었다면 그 사고의 경위 및 정황 등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

재판부는 ▲나씨가 운전을 종료한 오후 10시 46분쯤과 음주측정을 한 11시 21분쯤 사이의 시간 간격이 35분에 불과하고, 그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의 수치가 0.117%로서 처벌기준치인 0.05%를 크게 넘는 점 ▲주취운전자 정황 진술보고서에 의하면 나씨의 언행상태는 어눌하고 보행상태는 비틀거리며 혈색은 홍조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나씨는 당시 외관상으로도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음주 후 30분~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른다'는 일반적인 기준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할 경우, 나씨의 최종 음주시각인 10시 30분쯤을 기준으로 한다면 운전이나 음주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라고 볼 수 있으나, 나씨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나씨는 9시쯤 노래연습장에 들어가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는 것이므로, 노래연습장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운전은 1시간 46분 뒤에, 음주 측정은 2시간 21분 뒤에 한 것이라서 운전이나 측정 당시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나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한지 25년 이상 지난 숙련된 운전자로 보임에도 차량을 운전하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진행방향 쪽 우측 갓길의 주차구획선 안에 주차된 피해차량을 충격하였고, 때마침 김씨는 피해 차량의 운전석 쪽에서 차량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이었으며, 충격으로 피해 차량이 앞으로 밀리면서 피해자들이 부상을 입었는데, 이는 나씨가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발생하기 어려운 사고로 보이는 점 등을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의 음주운전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에 속하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운전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적어도 0.05% 이상은 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원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나씨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1심과 마찬가지로 음주운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나씨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인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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