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조풍언 옥바라지 대가'가 75억원
[조세] '조풍언 옥바라지 대가'가 75억원
  • 기사출고 2016.05.0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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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소득세 26억 부과 정당" 대우정보시스템 전 구매팀장에 패소 판결
재미교포 무기 중개상인 고(故) 조풍언 씨를 옥바라지한 대가로 75억원을 받은 전 대우정보시스템 직원이 과세당국이 부과한 소득세 26억여원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이씨가 한 일이 받은 돈의 80%를 필요경비로 공제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적용역'으로 볼 수 없다는 게 판결 이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강석규 부장판사)는 4월 21일 대우정보시스템 전 구매팀장 이 모씨가 "2013년 종합소득세 2,690,793,130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5구합62859)에서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씨는 2008년 3월경부터 2009년 6월경까지 대우정보시스템의 실질적인 최대주주인 조씨(2014년 사망)에 대한 구속수사 및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조씨와 그의 가족들, 변호인 사이의 연락담당, 형사재판에 필요한 자료수집, 조씨의 구치소 및 병원생활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구치소에서 조씨를 면회하고 조씨로부터 들은 정보 등을 토대로 대우그룹에서 관련 자료를 취합하여 변호인에게 전달하거나, 조씨의 지인들로부터 탄원서 등을 수집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씨가 조씨의 형사재판 지원업무 등을 수행하는 동안 구매팀장으로서의 기존 업무는 상당 부분 면제받았고, 보수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씨는 2009년 2월 수석부장으로 승진, 연봉도 6000만원에서 8000만원대로 인상됐다.

조씨는 2009년 6월 이씨에게 자신이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157,922주를 양도하는 합의서를 써줬지만, 이후 두 사람은 주식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였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조씨가 이씨에게 주식 대신 75억원을 주라는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져 확정됐고, 이씨는 2013년 1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조씨로부터 현금 75억원을 지급받았다. 이에 반포세무서가 이 돈이 소득세법상 '사례금'에 해당한다며 이씨에게 2013년 종합소득세 2,690,793,130원을 부과하자 이씨가 소송을 냈다.

이씨는 "조씨와의 합의에 따른 인적용역을 제공하고 주식에 갈음하여 돈을 받았으므로, 이는 소득세법상 인적용역의 대가인 기타소득에 해당하고, 따라서 돈의 80%가 필요경비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소득세법(2014. 12. 23. 법률 제12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1조 1항은 기타소득의 종류로 17호에서 '사례금'을 규정하는 한편, 이와 별도로 19호에서 '인적용역을 일시적으로 제공하고 받는 대가'를 규정하면서 그 인적용역으로 (가)목에서 고용관계 없이 다수인에게 하는 강연을, (나)목에서 방송매체를 통하여 하는 해설, 계몽 또는 연기의 심사 등을, (다)목에서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건축사, 측량사, 변리사 그 밖에 전문적 지식 또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 자가 그 지식 또는 기능을 활용하여 제공하는 용역을, (라)목에서 그 밖에 고용관계 없이 수당 또는 이와 유사한 성질의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용역을 들고 있다. 그리고 구 소득세법 시행령 87조 1호는 기타소득에 대하여 거주자가 받은 금액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는 특칙을 규정하면서 (나)목에서 그 적용대상에 19호의 기타소득은 포함하고 있지만 17호의 기타소득은 제외하고 있다.

재판부는 "17호의 사례금은 역무의 제공 등에 대한 사례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그 원인이 되는 역무의 제공에는 일시적 인적용역의 제공이 포함될 수 있음에도 17호에는 19호와 달리 구 소득세법 시행령 87조 1호의 특칙을 적용하지 않는 점, 특칙은 기타소득을 얻은 자의 사회적 기여도, 그 소득금액과 투입원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으로 그 적용대상을 선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일시적 인적용역의 대가라고 하더라도 그 용역이 19호의 (가)목, (나)목에서 규정하는 특수 용역이나 (다)목에서 열거하고 있는 자격 또는 그에 준하는 정도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갖춘 자가 그에 기초하여 제공하는 용역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대가는 19호의 일시적 인적용역의 대가가 아니라 17호의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인적용역의 성격과 사회적 기여도, 대가와 투입원가의 관계, 대가 수수의 동기 · 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제공한 역무는 주로 조씨와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씨의 옥바라지를 하거나 그 변호인과 회사 사이에서 재판에 필요한 자료 등을 전달해주는 것에 불과하여 전문성이나 특수성을 갖춘 인적용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는 역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급여와 인사상의 이익을 제공받았으며 달리 원고가 그 역무를 위하여 많은 경비를 투입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쟁점금액은 원고가 제공한 역무의 객관적 가치에 비하여 지나칠 정도로 거액이어서 여기에는 원고와 조씨의 친분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쟁점금액은 구 소득세법 21조 1항 19호의 일시적 인적용역의 대가가 아니라 같은 항 17호 소정의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여기에 구 소득세법 시행령 87조 1호의 특칙을 적용하지 아니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디카이온이 이씨를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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