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대법, 재판상 이혼 유책주의 재확인
[가사] 대법, 재판상 이혼 유책주의 재확인
  • 기사출고 2015.09.1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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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6 의견으로 다수의견 채택이혼허용 예외 범위는 확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유책배우자 즉,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하는 재판상 이혼에서의 유책주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9월 15일 A(67)씨가 부인 B(66)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의 상고심(2013므568)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중 7명의 찬성으로 A씨의 상고를 기각, 이혼을 불허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특히 공개변론을 거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가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종식시킨 판결로, 대법원은 해당 판결원문을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개하기로 했다.

사안은 간단하다. 1976년 B와 결혼하여 성년인 자녀 3명을 두고 있는 A는 1998년경 외간 여성과의 사이에서 혼인 외의 딸(현재 미성년자)이 출생하자 2000년 1월경 집을 나와 현재까지 약 15년간 이 여성과 동거하며 민법 제840조 제6호에 따라 B를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했다.

쟁점은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A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여부.

부부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즉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 입장을 취하면 A의 이혼청구도 원칙적으로 허용되나, 1, 2심 재판부는 유책주의 입장에서 A의 청구를 기각하고, 대법원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원심의 판단을 지지한 것.

대법원은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예외의 범위를 확대,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이혼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이혼이 허용되는 경우로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와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를 들었다.

또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 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이 허용된다.

A의 상고를 기각한 다수의견은 "스스로 혼인 파탄을 야기하고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고, 유책인 남성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함으로써 파탄에 책임이 없고 사회적 ・ 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여성배우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유책배우자도 협의이혼이 가능한 마당에 '재판상 이혼'까지 '파탄주의'를 도입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유책배우자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협의)이혼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이혼 부부의 77.7% 정도가 협의상 이혼으로 갈라서고 있다.

파탄주의를 채택한 나라는 자녀 ・ 상대방 배우자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파탄주의의 한계 ・ 기준,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 등에 관해 아무런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 않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중혼에 대한 형사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파탄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중혼에 대한 형벌조항으로 기능하던 간통죄가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의하여 폐지되었으며, 유책주의를 택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중혼관계에 처한 법률상 배우자의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공동생활관계에 대해 이혼을 인정함으로써 법률관계를 확인 ・ 정리하여 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 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한 이상, 귀책사유는 혼인 해소를 결정짓는 판단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이인복, 이상훈, 박보영,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대법관은 유책주의의 다수의견을 따랐으나, 민일영, 김용덕,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대법관은 파탄주의 입장에서 반대의견을 냈을 만큼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 여성대법관 2명의 의견도 박보영 대법관은 다수의견, 김소영 대법관은 반대의견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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