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실적 압박' 스트레스로 자살한 LG유플러스 최연소 임원 산재 인정
[노동] '실적 압박' 스트레스로 자살한 LG유플러스 최연소 임원 산재 인정
  • 기사출고 2015.09.0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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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사망과 인과관계 인정돼"
LG텔레콤이 LG파워콤, LG데이콤의 2개 회사를 흡수합병하여 설립된 LG유플러스의 임원이 실적 압박 등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했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정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8월 21일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한 LG유플러스 상무 이 모(사망 당시 46세)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4구합60245)에서 "업무상 재해"라고 판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LG파워콤에서 근무하다가 LG텔레콤이 2010년 1월 LG파워콤, LG데이콤의 2개 회사를 흡수합병하고 LG유플러스로 상호를 변경함에 따라 LG유플러스에서 근무하게 된 이씨는 입사와 동시에 평균적인 상무 승진 연령보다 약 4~5년 정도 일찍 상무로 승진하여 회사 내 최연소 상무로서 IPTV 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IPTV 사업은 방송 분야에 속하는 사업으로 LG유플러스 입사 이전에 통신 분야에만 종사해 왔던 이씨에게는 매우 생소한 분야였다. LG유플러스의 IPTV 사업 부문 매출실적은 2010년, 2011년 사업연도에는 목표치를 웃돌았으나, 2012년도 사업연도에 접어들면서부터 KT텔레콤, SK텔레콤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하여 시장점유율이 하락했고, 2012년 말 기준으로 결국 당초 목표 매출액 2200억원에 미달하는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에 LG유플러스는 2012년 3월경부터 IPTV 가입자수를 2012년 말까지 20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른바 '실적 두 배 증가 운동'을 펼쳤으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LG유플러스 내에서는 위와 같은 IPTV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이씨에게 돌리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이씨는 자신이 IPTV 매출 증대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역할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에도 그 매출 부진에 대한 책임이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되는 데 대하여 큰 부담을 느꼈다. 또 근무 당시 최연소 상무이자 소수파인 LG파워콤 출신으로서 대인관계에 있어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이씨는 업무처리에 있어서 새로 온 본부장으로부터 자주 지적을 받거나 본부장과의 의견차이로 충돌하기도 했다. 이씨는 LG파워콤 시절 대표이사를 맡아 자신과 같이 일했던 전 본부장 A씨에게 현 본부장 외에도 다른 상사 및 동료들과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는 표현을 쓰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IPTV 사업부를 관할하는 SC본부장(전무급)으로 발령받았던 A씨는 2012년 초 미국에 있는 해외 법인으로 파견되었다.

이씨는 2012년 7월경부터 아내에게 여러 차례 회사에 사표를 내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간 모아 둔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한달의 생활비가 어느 정도 소요되는지 등을 묻기도 했다. 이씨는 또 평소에 텔레비전을 거의 시청하지 않는 것과 달리 가족들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연이어 시청하고, 출근 전에 아내에게 깊은 한숨을 쉬며 많이 힘들다고 호소하면서 안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씨는 같은해 8월 오전 7시 29분쯤 처남에게 '우리 아이들하고 처를 잘 부탁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세지를 발송한 뒤 부인과 자녀 2명과 함께 살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여 사망했다. 이에 아내가 남편이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했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근로복지공단은 재판에서 "이씨가 겪었던 업무 부담과 실적에 대한 압박은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겪을 수 있는 정도의 것이고, 직속 상관인 본부장으로부터 심각한 모욕을 받거나 LG파워콤 출신 임직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나 따돌림을 받은 적이 없고,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씨의 사망이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씨는 IPTV 사업에 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엘지유플러스의 중점 관심 사업인 IPTV 사업부장으로서 대부분의 업무를 스스로 결정하여 수행하고, 본인의 능력이나 의지와 무관한 외부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하는 매출 증대에 대하여도 책임을 져야 하는 점에 대하여 상당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IPTV 판매 실적 증가를 위하여 최대한 노력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도에 판매 실적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직장 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 부진이 계속되면 직장 내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평소 건강한 편으로 2012년 이전까지는 우울증세를 앓은 전력이 없고, 가족관계나 재산관계 등 개인적인 신상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며, 업무 외의 다른 요인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증상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는 등 이씨가 직장에서 받게 된 업무상 스트레스를 제외하고 이씨에게 자살을 선택할만한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만한 다른 사유 또한 찾아볼 수 없다"며 "이씨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하여 우울증세가 발생하고,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지게 되었고, 그러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이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비록 이씨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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